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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은 꿈도 못꾸는 30대, 아파트 '패닉바잉' 이끌었다

중앙일보

입력

서울 노원구 일대의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 일대의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 대책이 여전히 갈지자 행보인 가운데, 지난달 서울에서 가장 많이 아파트를 구매한 나잇대는 30대였다는 통계가 나왔다. 청약시장에서는 낮은 가점으로 찬밥 대우를 받고,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르는 상황을 지켜보는 젊은이들이 '패닉바잉'(Panic buying·공황 구매)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건수는 3601건으로 집계됐다. 전달(1258건)보다 2.9배 늘어났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체 매입 거래(1만 1106건) 중 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32.4%로, 전달보다 3.4%포인트 늘어났다.

전통적으로 주택시장의 '큰손'은 40대였으나, 지난달 거래에선 40대의 매수 비중(27.8%)보다 30대의 거래 비율이 4.6%포인트 높았다. 20대의 서울 아파트 매수도 5월(134건)보다 3.1배 늘어난 412건으로 파악됐다.

전국으로 시야를 확대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달 전국의 30대 아파트 매입 건수는 2만 3530건으로 전달보다 1.8배 늘었고, 20대도 4341건으로 집계돼 1.9배 많아졌다.

이들 젊은 층은 주로 서울의 외곽지역에서 아파트를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아파트 거래를 자치구별로 따져보니 30대의 매수 건수는 노원구가 419건으로 집계돼 가장 많았다. 그 뒤를 강서구(277건), 구로구(256건), 성북구(206건), 강동구(198건) 등 주로 외곽 지역에 집중됐다. 다만, 상대적으로 고가인 강동구(198건), 송파구(196건)도 거래량 상위권에 들었다.

2030세대의 패닉바잉 현상은 연이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오르자 조급해진 젊은 세대의 매수심리를 자극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자녀 수와 청약통장 가입 기간, 무주택 기간 등에 영향을 받는 청약가점제 역시 2030 세대에 불리한 구조여서 청약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당한 이들이 매수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올해는 지난해와 비교해 주택 거래량이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6월 수도권의 주택 거래량은 33만 950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8.4%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의 경우 이 기간 8만 8980건이 거래돼 전년보다 121.3% 증가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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