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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갑 다 깨져있었다, 멸종위기 바다거북 제주서 사체로 발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1일 오후 제주시 외도동 인근에서 발견된 푸른바다거북 사체. [사진 제주해양경찰서]

21일 오후 제주시 외도동 인근에서 발견된 푸른바다거북 사체. [사진 제주해양경찰서]

제주에서 멸종위기종이자 보호대상 해양생물인 바다거북 사체가 잇따라 발견됐다.

20일, 21일 제주 해안서 2마리 발견 #플라스틱 삼키거나 어구 걸려 죽은듯 #국내 해안서 한 해 20여 마리 사체 #

 22일 제주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2시24분께 제주시 외도2동 대원암 50m 앞 갯바위에서 거북이 사체가 있다는 신고가 해경에 접수됐다. 발견된 거북이 사체는 길이 65㎝, 폭 35㎝ 정도의 죽은 지 약 10일 정도 된 푸른바다거북인 것으로 확인됐다. 발견 당시 등갑이 깨져 있는 상태였고 불법 포획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지난 20일 오후 2시40분께는 제주 한림읍 앞바다에서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매부리바다거북 사체가 발견됐다. 제주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제주시 한림읍 귀덕1리 포구 북쪽 1㎞ 해상에 설치된 정치망 그물에 거북이 사체가 걸려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은 해경은 연안 구조정을 급파해 이날 오후 3시15분께 거북이 사체를 인양했다.

 인양된 거북이 사체는 길이 55㎝·폭 26㎝에 무게가 3~4㎏가량 되는 생후 2~3년 된 암컷 매부리바다거북으로 확인됐다. 죽은 지는 약 7일 정도 지난 것으로 파악됐다. 거북이 사체는 불법 포획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매부리바다거북은 주로 열대해역 산호초 지역의 해조장이 있는 얕은 바다·석호·만 등에서 서식하며, 바닷속 바위에 붙은 해면류와 산호를 주로 먹으며 생활한다.

지난 20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앞바다에서 발견된 매부리바다 사체. [사진 제주해양경찰서]

지난 20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앞바다에서 발견된 매부리바다 사체. [사진 제주해양경찰서]

 국내에서는 2013년 제주와 2016년 경남 하동 연안에서 탈진한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다. 경남 하동 연안에서 해양동물 전문 구조·치료기관에 의해 구조된 매부리바다거북 1마리는 완치돼 2017년 제주에서 자연 방류됐다.

 해양수산부는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12년부터 매부리바다거북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과거부터 매부리바다거북의 등갑이 장신구 등으로 거래돼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매부리바다거북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교역에 관한 협약(CITES)’ 1급으로 지정돼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관리되고 있다.

 우리나라 주변 바다에서는 해마다 20마리가 넘는 바다거북이 죽은 채로 발견된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과 국립생태원 등은 지난해부터 바다거북 죽음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40여 마리의 바다거북 폐사체를 부검해 왔다. 지금까지 부검한 바다거북 가운데 절반이 넘는 30여 마리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됐다. 이 중 절반가량인 15마리는 플라스틱 쓰레기 섭취가 직·간접적 사인으로 밝혀졌다.

 제주대 김병엽 교수(해양과학)는 “바다거북은 보통 직사광선에 노출돼 10~20일 정도가 지나면 등갑이 자연적으로 뚫리거나 갈라진다”며 “이번에 발견된 거북은 플라스틱 등 먹지 못한 것을 삼키거나 인간이 쳐놓은 그물이나 폐어구 등에 걸려 폐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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