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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대홍수 이어 메뚜기떼 덮쳤다…中 '재난 삼재' 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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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메뚜기 떼다. 1840년 아편전쟁, 1900년 8국 연합군의 중국 침공, 1960년 대기근 등 경자년(庚子年)이 ‘재난의 해’라는 걸 입증이라도 하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와 대홍수에 이어 이젠 메뚜기마저 중국 공략에 나섰다. 삼재(三災)가 겹친 셈이다.

윈난성에 6월 말부터 메뚜기 떼 공격 #라오스 북부에서 대량 번식한 뒤 이동 #피해 면적 이미 2700만 평에 달해 #드론과 3만5000명 동원, 필사적 방제 #역사 속 '메뚜기 재난' 왕조 운명 갈라 #메뚜기에 황소의 난 일어나 당 멸망 재촉

연초 코로나에 이어 6월 들어선 대홍수, 그리고 6월 말부터는 메뚜기 떼 공격까지 받으며 중국의 올해 경자년은 삼재가 겹친 ‘재난의 해’라는 말을 듣고 있다. [중국 민난망 캡처]

연초 코로나에 이어 6월 들어선 대홍수, 그리고 6월 말부터는 메뚜기 떼 공격까지 받으며 중국의 올해 경자년은 삼재가 겹친 ‘재난의 해’라는 말을 듣고 있다. [중국 민난망 캡처]

환구시보(環球時報) 등 언론에 따르면 중국으로 메뚜기 떼의 공격이 시작된 건 지난달 28일부터다. 올해 라오스 북부 지역을 무대로 대량 번식에 성공한 메뚜기 떼가 이웃한 중국 윈난(云南)성으로 대거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윈난성의 국경 지대인 장청(江城)현과 멍라(勐臘)현, 닝얼(寧洱)현 등이 메뚜기 세력권 안에 들었다. 피해를 보고 있는 면적만 13.5만 무(亩=약 200평)로 약 2700만 평에 달한다. 이중 농지가 640만 평, 숲이 2060만 평을 차지한다.

메뚜기 떼 공격으로 비상이 걸린 중국 윈난성에선 3만 5000여 명의 인력을 동원해 긴급 방제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 민난망 캡처]

메뚜기 떼 공격으로 비상이 걸린 중국 윈난성에선 3만 5000여 명의 인력을 동원해 긴급 방제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 민난망 캡처]

그러자 중국 농업농촌부가 지난 16일 윈난성으로 대응팀을 파견했다. 메뚜기 떼에 의한 피해 조사와 함께 어떻게 효과적으로 방제 작업을 펼쳐 메뚜기 재난이 확산하는 걸 막는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윈난성은 이미 무인 드론과 3만 5000여 명이 넘는 방제 인력을 투입해 메뚜기와의 싸움에 나서고 있다. 현재 윈난성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메뚜기는 연초 아프리카를 강타한 ‘사막 메뚜기’와는 다른 ‘황색얼룩무늬 대나무 메뚜기’다.

올해 초 ‘사막 메뚜기’가 아프리카에 커다란 피해를 입힌 데 이어 지난 6월 말부터는 라오스 북북 지역을 무대로 번식에 성공한 ‘황색얼룩무늬 대나무 메뚜기’가 대거 중국 윈난성으로 이동해 중국을 위협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올해 초 ‘사막 메뚜기’가 아프리카에 커다란 피해를 입힌 데 이어 지난 6월 말부터는 라오스 북북 지역을 무대로 번식에 성공한 ‘황색얼룩무늬 대나무 메뚜기’가 대거 중국 윈난성으로 이동해 중국을 위협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 윈난성과 광시(廣西)장족자치구, 광둥(廣東)성, 후난(湖南)성, 쓰촨(四川)성 등에 주로 분포하며 대나무 잎을 즐겨 먹으나 벼와 옥수수, 사탕수수도 먹는다. 메뚜기로 인한 재해는 중국에서 흔히 홍수보다 더한 재난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메뚜기 재난으로 풀이되는 '황재(蝗災)'는 ‘먹는 걸 하늘로 삼는(以食爲天)’ 중국 백성의 먹을 것을 대신 먹어 치워 중국의 왕조 운명을 바꾸기도 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당나라 말기에 일어난 황소(黃巢)의 난이다.

중국 윈난성이 라오스 북부 지역에서 이주한 메뚜기 떼로 인해 피해가 점차 커지자 중국 농촌농업부는 지난 16일 긴급 대응팀을 파견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 윈난성이 라오스 북부 지역에서 이주한 메뚜기 떼로 인해 피해가 점차 커지자 중국 농촌농업부는 지난 16일 긴급 대응팀을 파견했다. [중국 바이두 캡처]

당나라 말기의 희종(僖宗) 때 황하(黃河) 유역 전체에 메뚜기 재난이 발생하며 민생이 도탄에 빠졌고 이 같은 난국에 등장한 황소가 마침내 수도 장안(長安)까지 장악하는 바람에 희종은 쓰촨 지역으로 달아나야 했다.

중국에서 메뚜기 재난은 곧잘 사회적 공황을 일으킨다. 메뚜기 재난이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메뚜기의 중국어는 ‘황(蝗)’으로, 곤충(虫)의 황제(皇帝)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메뚜기는 황제와 가깝고 메뚜기의 발호는 황제의 부덕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중국 역사에서 메뚜기 재난은 왕조의 멸망을 재촉하기도 했다. 당나라 말기 발생한 메뚜기 재난으로 인해 백성의 삶이 도탄에 빠지며 황소의 난이 일어났고 이는 당나라가 멸망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 역사에서 메뚜기 재난은 왕조의 멸망을 재촉하기도 했다. 당나라 말기 발생한 메뚜기 재난으로 인해 백성의 삶이 도탄에 빠지며 황소의 난이 일어났고 이는 당나라가 멸망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은 메뚜기 방제에서 이미 풍부한 경험을 갖췄다며 올해 메뚜기 떼 침입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매에 장사가 없다’는 말이 있듯이 코로나와 대홍수, 메뚜기 떼로 이어지는 잇단 악재는 중국에 커다란 시련이 되고 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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