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의보대책 지시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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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9일 의료보험 문제점에 대한 종합대책을 수립하도록 지시한 것은 의료보험 재정 문제의 심각성을 반영하는 동시에 이 문제를 조속히 수습하지 않을 경우 국정운영에 심각한 부담이 될 수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김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한동(李漢東) 총리에게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의료보험 재정, 의약분업 등과 관련해 전반적인 문제를 점검하고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고 박준영(朴晙瑩)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통령은 또 "정부와 여당은 여론수렴을 거쳐 종합대책을 수립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앞서 김 대통령은 지난 17일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의약분업은 내 책임이 가장 크다. 문제가 없다는 말을 듣고 시작했지만 지금 보면 준비가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면서 `책임 통감론'을 펼친 바 있다.

김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건강보험의 `재정파탄' 가능성 등 의료보험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지 못할 경우 국정운영에 심대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현실인식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의약분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정부정책의 혼선과 의료계의 반발로 국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은데 이어 금년에도 의료보험 적자폭이 4조원 가량으로 추정되는 의료보험 재정 문제로 국민들의 추가부담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이 종합대책 수립을 내각에 지시함에 따라 정부는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처방이 아니라 의료보험 재정 문제를 포함한 의료보험 제도 전반에 관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처방'에 대한 검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의약분업에 대한 재검토 등 `극단적인 처방'은 검토대상에서 제외될 것이 확실시된다.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은 "의약분업의 수정까지 검토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재정문제가 생겼으니까 그것에 관해 대책을 세운다는 뜻"이라고 김 대통령 지시의 의미를 설명했다.

앞서 김 대통령도 민주당 최고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항생제 오남용과 주사제투약을 줄이는 등 장기적인 장점이 나타나게 될 것이며 (의약분업 문제를) 잘 풀면 업적이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오는 26일께 당정협의를 거쳐 내놓게 될 의료보험 종합대책에는 의약분업의 지속적인 추진을 전제로 국민들의 추가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의료보험의 `재정파탄' 가능성을 차단하는 방안들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건강보험공단의 경영개선 등 자구대책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면서 "보험료 부당청구를 근절하고 주사제를 수수료 부과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의료보험료 지출구조 개선 문제가 종합대책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조원에 달하는 의료보험 재정적자를 건강보험공단의 경영개선이나 의료보험료 지출구조 개선 등의 방법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는데 정부여당의 고민이있다.

보건복지부는 보험료 인상과 국고보조 등을 병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런 방안은 국민들의 부담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보험료 인상폭 등에 대한 당정협의 과정에서 조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통령까지 나서서 종합대책을 수립하도록 지시한 만큼 정부여당이 국민이 납득할만한 수준의 `처방'을 내놓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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