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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다차' 같은 전원마을 모델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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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우리나라의 농업과 농촌이 흔들린 지는 오래 됐다. 농업에 종사하려는 젊은 인력을 찾아보기 어렵고 농촌은 초고령 사회로 변해 가고 있다. 그 가운데 다행히 농촌 전원생활에 대한 도시인의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다.

농촌생활에 대한 도시민의 관심은 도시 자본을 농촌에 유입하고 나아가 전문인력의 정착과 도농(都農)교류의 활성화를 가져올 수 있어 농촌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전원생활에 대해 많은 국민은 아직도 부정적이다. 마치 아직 이미지가 정착되지 못한 골프문화와 같다. 이러한 이유는 우리나라의 경우 부유층이 시골에 저택과 같은 별장을 짓고 홀로 전원생활을 즐기는 형태가 먼저 정착됐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 역시 국민소득의 수준도 높아졌고 여가 시간도 크게 확대됐다. 이에 따라 전원생활도 도시인의 새로운 생활문화로 번져가고 있다. 이 시점에서 도시인의 전원생활은 이제 일부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민 다수가 접근 가능한 생활문화로 정착될 필요가 있고 그와 관련한 표준 모델이 제시돼야 한다.

유럽과 미국.러시아.일본 등 외국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국민의 전원생활이 정착돼 있다. 그중에서 러시아의 '다차(Dacha)'와 유럽의 '주말 전원마을'은 앞으로 우리나라에도 도입될 만한 모델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러시아에서는 우리의 '주말농장'에 조그마한 집이 지어져 있는 정도의 전원주택을 다차라고 부르는데 세 가정 중 한 가정이 다차를 갖고 있을 정도로 보편화되어 있다. 러시아인은 주말마다 농촌에 있는 다차에 가 텃밭에 야채나 과일을 심고 가꾼다. 그래서 주말이면 다차가 몰려 있는 교외 도로는 차들로 혼잡해지고 도시는 한적해진다.

서유럽에는 중산층 도시민이 주말 전원마을 생활을 즐기고 있다. 평상시는 역시 비어 있다가 휴일이 되면 도시인이 달려와 정원과 텃밭을 가꾸며 전원생활을 즐긴다.

이와 같이 우리도 도시인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전원생활 문화를 보급할 필요가 있다. 그를 통해 농촌이 다시 채워지고 도시 자본이 유입되는 등 새롭게 생기가 넘쳐나야 할 때다. 이를 위해 우선 각 지방자치단체는 농지로서 이용 가치가 떨어진 영농 불리지역에 도시인을 위한 주말 전원마을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농촌 주민은 전원으로 찾아드는 도시민을 더 이상 외지인으로 취급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그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각 농촌마을이 도시민을 유치할 수 있는 창의적인 정책들을 내놓아 도시민이 농촌으로 몰려가 전원생활을 즐기고 그를 통해 농촌이 다시 활력을 찾는 '도시민의 전원생활 운동 붐'이 일어나길 기대해 본다.

정재식 경상북도 농업기술원 농촌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