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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소문 무성했던 박주민, ‘당권 도전’ 급선회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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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이로써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등 1:1 구도로 흐르던 민주당 전당대회는 3파전으로 재편됐다. [뉴스1]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이로써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등 1:1 구도로 흐르던 민주당 전당대회는 3파전으로 재편됐다. [뉴스1]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의 일대일 구도로 진행되던 당 대표 경선에 복병이 출현한 셈이다. 박 의원은 이날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당내에서 어리다고 평가를 받는 저의 도전이 당원, 국민과 함께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출사표를 던진다”고 말했다.

재선인 박 의원은 지난 2016년 1월 민주당에 입당했다. 정치 경력은 모두 4년 반에 불과하다. 그 전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을 중심으로 시민사회에서 주로 활동했다. 국무총리를 지낸 5선의 이낙연 의원과 행정안전부 장관 출신의 4선 김부겸 전 의원에 비하면 정치 경력이 길지 않다. 박 의원의 출마가 의외로 평가받는 이유다.

박 의원도 자신의 정치 경력이 짧다는 점을 깊이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이날 “한없이 작고 가벼운 존재인 제가 이낙연 의원, 김부겸 전 의원과 경쟁하는 것이 맞는 일인가 하는 걱정도 있다”며 “그러나 개인적 전망, 목표를 내려놓고 당의 미래를 위해 나설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출마 결심 시점과 관련해선 "어젯밤(20일) 늦게 결정했다"며 "출마 선언문을 쓰기 위해 밤을 새웠다"고 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현실적으로 따져보면 당 대표는 박주민 의원 체급과는 맞지 않는 자리”라며 “감히 어딜 넘보느냐는 불편한 시선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박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4년의 정치 경력을 통해 배운 것이 있고 제가 가진 사회적 나이나 경험도 적지 않다"며 "(당 대표의 자격에 대해) 고민의 깊이가 판단의 기준이 돼야지 단지 시간의 길이가 기준이 될 순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장'서 '당권'으로 급선회 

지난 13일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과 유골함이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을 마친 뒤 박 시장의 고향인 경남 창녕으로 이동하기 위해 운구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과 유골함이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을 마친 뒤 박 시장의 고향인 경남 창녕으로 이동하기 위해 운구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주민 의원은 우원식·홍영표 의원이 줄줄이 당 대표 불출마를 선언하던 때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그만큼 ‘깜짝 출마’라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박 의원의 당 대표 출마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이라는 돌발 변수에 영향을 받은 전략적 승부수라는 시각도 있다. 당초 2022년으로 예정된 서울시장 선거가 내년 4·7 보궐선거로 앞당겨진 게 박 의원의 결단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간 당 안팎에선 박 의원이 차기 서울시장 자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가 많았다.

친문으로 분류되는 한 민주당 의원은 “서울시장 자리를 노리던 박 의원 입장에선 당이 공천을 안 하거나, 여성을 공천할 경우 말 그대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는 것 아니겠냐”며 “박 전 시장 사망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당권 도전이라는 ‘플랜B’를 급하게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익계산 분주해진 이낙연·김부겸 

민주당 당 대표 후보인 이낙연(오른쪽)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뉴스1]

민주당 당 대표 후보인 이낙연(오른쪽)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뉴스1]

박 의원의 출마 소식에 기존 당권 후보인 이 의원과 김 전 의원 측은 셈법이 복잡해졌다. 3파전 구도로 전선이 복잡해지는 데 따른 각자의 손익을 쉽게 가늠하기 어려워서다. 특히 박 의원은 지난 2018년 전당대회에서 초선 의원이라는 핸디캡에도 21.3%의 득표율로 최고위원 선거 1위를 기록했다. ‘세월호 변호사’라는 인지도에 더해 친문 당원들의 폭넓은 지지가 뒷받침된 결과였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 국민 여론조사 10%, 일반당원 여론조사 5%의 비율을 반영해 순위가 매겨진다.

이낙연 의원 측에선 추가 경쟁자가 생기는 것 자체가 표를 갉아먹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선거에 있어 경쟁자는 물리쳐야 할 대상에 해당하기 때문에 선거운동이 과열될수록 당내에 적이 많아지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자칫 선거가 팽팽하게 진행될 경우 승리를 하더라도 ‘대세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부겸 전 의원 측은 박 의원의 등장으로 ‘이낙연 견제 표심’이 분산되는 데 대한 우려를 표했다. 김 전 의원 캠프 관계자는 “박 의원의 출마 선언이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라면서도 “박 의원이 온라인에 익숙한 젊은 친문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표 분산'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날 최고위원 후보들도 잇따라 출마를 선언하며 대진표가 완성됐다. 최고위원 선거엔 김종민·노웅래·소병훈·신동근·양향자·이원욱·이재정·신동근 의원과 염태영 수원시장, 정광일 전 민주당 세계한인민주회의 사무총장까지 모두 10명이 출마한다.

최고위원 선거는 24일 예비경선(컷오프)을 거쳐 후보가 8명으로 압축된다. 이후 본선에서 5명의 최고위원이 최종 선출된다. 민주당 최고위원은 당연직인 당 대표와 원내대표 외에 선출직 5명, 지명직 2명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된다.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1명은 반드시 여성이어야 한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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