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구제역과의 전쟁'…도축·수입금지 확대

중앙일보

입력

김창회.현경숙특파원=세계 각국이 대량의 가축 도살과축산물 및 농산물 수입을 강화하며 구제역(口蹄疫) 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구제역 발원지인 영국을 위시한 유럽 각국은 매일 수만 마리의 가축 도살 계획을 발표하거나 실제 도축에 나서면서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유럽대륙에 이어 중남미와 중동, 아시아 등에까지 구제역 발생이 속출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 및 아르헨티나에서도 15일 구제역이 확인됐고 구제역 본산지인 영국도 이날 20건의 구제역 발생을 추가로 확인, 지난달 20일첫 구제역 발생이 확인된 이후 지금까지 영국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총 251건에 이르렀다.

돼지,소,양을 합해 모두 5천500만마리의 가축을 보유하고 있는 영국에서는 20만5천마리가 구제역에 감염됐고 이중 75%가 이미 도축됐다.

닉 브라운 영국 농무장관은 15일 의회에서 "안전제일 정책"에 따라 잉글랜드 북부와 스코틀랜드 남부의 구제역 감염 농장 주변 3㎞ 지역내에 있는 가축과 윌시풀,노스햄턴, 롱타운 등 3개 시장을 거친 양들과 그들이 합류했던 양떼도 폐기돼야 한다고 말했다.

로스 피니 스코틀랜드 농무장관도 이날 영국내에서 구제역이 가장 심하게 감염된 지역인 덤프리스와 갤러웨이에서 최대 20만마리의 양이 폐기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영국과 프랑스 등이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대량의 가축을 도살하면서 농민들은 정부의 처사에 불만을 표시하며 도축을 방해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유럽 나라들의 구제역 확산 방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은 유럽연합(EU) 가축과 축산물 및 곡물에 대해 강력한 금수조치를 발동하면서 유럽으로부터의 구제역 진입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5일 현재 EU 회원국 축산물 및 농산물에 대해 금수조치를 내린 국가는 한국과미국, 캐나다, 호주, 러시아, 헝가리, 모로코 등 100개국에 육박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등은 구제역이 발생한 영국, 프랑스뿐 아니라 다른 15개 EU 회원국이 생산한 육류, 가축, 낙농품 등 관련제품에 대해 전면 금수조치를 내렸고 한국과 호주, 뉴질랜드, 노르웨이 등은 15개 회원국으로부터의 가축 및 고기제품 수입을금지했다.

일본과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은 프랑스로부터의 가축 수입을, 벨기에와 스페인 및 포르투갈은 프랑스산 고기제품과 가축 수입을 금지했으며 헝가리, 모로코, 튀니지 등은 볏짚, 사료 등을 통해 구제역이 전염될 수 있다며 EU 축산물 뿐 아니라곡물수입도 금지했다.

이에 대해 EU는 구제역 발생이 확인된 영국과 프랑스 외 EU 전회원국에 대해 축산물 금수조치를 내린 것은 부당할 뿐 아니라 특히 곡물까지 수입금지한 것은 지나친 처사라며 이를 불공정무역행위로 세계무역기구(WTO) 에 제소하겠다고 나서 구제역문제가 무역마찰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했다.

데이비드 번 EU 보건.소비자보호 담당 집행위원은 "EU가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대대적인 예방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이 과도하고 불필요한 금수조치를 내려 매우 유감스럽다"며 금수조치를 철회시키기 위해 이를 WTO에 제소할 수있다고 시사했다.

이에 대해 앤 베너먼 미국 농무부장관은 "미국은 1929년 이후 구제역이 없었다"며 "이번 조치는 구제역을 막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말해 금수조치 철회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미국의 금수조치로 EU는 한해 4억5천만 유로에 달하는 대미 축산, 유제품 수출길이 막히게 됐으며 거의 전 세계 국가들이 유럽산 가축이나 고기 및 곡물 수입 금지에 나서 EU가 입을 경제적 손실은 엄청난 규모에 이를 수도 있다. (런던.브뤼셀=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