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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는 왜 도쿄로 가지 않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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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윤설영 기자 중앙일보 도쿄 특파원
윤설영 도쿄 특파원

윤설영 도쿄 특파원

뉴욕타임스는 최근 디지털뉴스본부의 일부를 홍콩에서 서울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국가보안법 사태로 내정이 불안정해진 데 따른 조치다. 뉴욕타임스는 “외국 기업이 활동하기에 서울이 좋다”고 했는데, 취재 환경뿐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아시아 정보의 중심지는 일본 도쿄였다. 사람이 모이고 정보가 모이는 곳이었다. 많은 언론사들이 도쿄를 거점으로 서울, 평양, 베이징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을 취재해왔다. 그런데 뉴욕타임스가 그 거점을 도쿄가 아닌 서울로 택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최근 외무성에는 외국 언론사로부터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입국 금지를 언제쯤 풀 것인지, 취재 비자는 언제부터 다시 내줄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얼마 전 만난 유럽계 한 언론사 기자는 “일본으로 재입국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서 외국으로 나갈 수 없다”며 답답해했다.

재난을 극복하는 데 있어서 침착하고 의연하게 대응하는 일본 국민들은 언제나 존경스럽다. 하지만 현실의 범위를 뛰어넘는 일은 잘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질감을 느낄 때가 있다. 신문에도 자주 등장하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표어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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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의에 빠져 분노만 하지 말고 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는 주의다. 상당히 긍정적이고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의 코로나19 사태에서도 그 폐해가 드러났다. 검사 능력이 따라오지 못하자, 정부는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매뉴얼을 아주 깐깐하게 만들었다. 해야할 일(검사량을 늘리는 일)보다는 할 수 있는 일(검사를 안받도록 하는 일)에 매달렸다. 그러다가 검사도 못 받고 사망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매뉴얼은 사라졌지만 현장에선 아직도 검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이달 초 도쿄 신주쿠의 한 소극장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방역당국은 관객 등 850여명에 대해 검사를 실시한다고 했지만, 아직 결과는 듣지 못했다. 한 관객은 “지금 예약해도 2주 뒤에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답을 보건소에서 들었다고 한다. 지금도 도쿄의 신규 확진자 중 60%는 어디서 감염됐는지 모른다.

일본 정부도 노력은 하고 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일보다 해야 하는 일에 지금보다 더 속도를 내야 할 때다.

윤설영 도쿄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