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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은 우리 존재 이유…세상 흔들 ‘사중창계 BTS’ 되겠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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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팬텀싱어3’ 화제팀 라비던스

‘팬텀싱어3’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팀 라비던스는 ’K크로스오버의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왼쪽부터 황건하·고영열·존노·김바울. 박종근 기자, [장소협조 서울드래곤시티]

‘팬텀싱어3’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팀 라비던스는 ’K크로스오버의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왼쪽부터 황건하·고영열·존노·김바울. 박종근 기자, [장소협조 서울드래곤시티]

성악과 소리의 황홀한 만남-. 최근 막을 내린 JTBC ‘팬텀싱어3’가 K크로스오버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젖혔다. 시즌 1·2가 국내에 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이라는 시장을 개척했다면, 이번엔 우리 소리까지 더해지며 지평을 확 넓힌 것. 팔색조 음색의 ‘성악 천재’ 존노(29)를 중심으로 월드뮤직 국경을 넘나드는 소리꾼 고영열(27), 따뜻한 저음의 ‘인간 첼로’ 김바울(29), 파워 넘치는 ‘뮤지컬 원석’ 황건하(23)가 모인 ‘라비던스’는 남도 민요부터 이스라엘 가요까지 능란하게 선보이며 놀라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팝·가요부터 국악·라틴·EDM까지 #장르와 장르 섞으면 가능성 무궁 #한국인의 ‘흥과 한’ 녹여내고파 #“K크로스오버로 역사 한 획 그을 것”

하지만 우승은 놓쳤다. 프로듀서 평가에서 압도적인 점수 차로 우승 1순위로 꼽히다가 시청자 문자투표에서 최종 역전당한 것이다. 14일 만난 이들은 그럼에도 희망으로 가득했다. “우승하고 싶었다”(건하)며 아쉬움도 숨기지 않았지만, “우승하려고 팀을 만든 게 아니라 길게 활동하려는 미래지향적인 팀이라 소신을 지켰다”(존)고 했다. “우승팀 ‘라포엠’은 팬텀의 이상 같은 음악을 보여줬잖아요. 반면 저희는 처음부터 색깔을 갖기로 했죠.”(바울) “결승에서 고민은 했어요. 월드뮤직이나 색깔이 강한 전인권 노래를 대중은 낯설게 느낄 테니까요. 그런데 도전을 버리고 인기를 택한다면 우리 색깔이 없어지는 거니까, 만장일치로 도전을 택했죠.”(존)

‘진정한 K크로스오버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도전을 택했다는 것이다. “크로스오버라 하면 보통 팝페라를 생각하잖아요. 성악 발성으로 팝을 부르는 팝페라는 한 장르일 뿐이지 그게 크로스오버는 아니거든요.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걸 찾아가려 해요.”(바울) “저도 성악을 했지만 장르와 장르를 섞으면 새로운 게 정말 무궁무진 나오거든요. 세상 모든 음악이 다 소스가 될 수 있어요. 그걸 우리화시키면 되니까요. 가요·EDM·월드뮤직·팝·라틴으로 계속 도전했던 이유죠.”(존)

‘팬텀싱어3’ 결승전 중에서. [사진 JTBC]

‘팬텀싱어3’ 결승전 중에서. [사진 JTBC]

팀에게 가장 도전이 된 곡은 남도 민요 ‘흥타령’이었다. “가장 전통적인 소재로 한국 음악이 대중적으로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서” 존이 제안했지만, 짧은 시간 안에 국악의 정서와 창법을 익히기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했다. “제가 가이드 정도 줬는데, 각자 깊이 연구해 오더라고요. 특히 막내 건하가 판소리도 들어보자며 영상을 링크하고 아주 적극적이었어요. 스스로 자세를 무겁게 가져갔던 것 같아요.”(영열) “제일 힘들고도 재밌었어요. 국악의 정서와 발성에 빠져드는 게 어려웠지만, 우리가 공감이 되니 너무나 크게 전달되더라고요.”(건하)

[라비던스팀/20200714/용산 서울드래곤시티/박종근] jtbc 팬텀싱어3 준우승한 '라비던스'팀이 중앙선데이/포브스코리아와 인터뷰했다. 사진은 존노. 박종근 기자

[라비던스팀/20200714/용산 서울드래곤시티/박종근] jtbc 팬텀싱어3 준우승한 '라비던스'팀이 중앙선데이/포브스코리아와 인터뷰했다. 사진은 존노. 박종근 기자

모든 출연진의 혼을 쏙 빼놓은 ‘흥타령’ 무대 직후, 고영열은 눈물을 보였다. 평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그다. “원래 눈물이 없거든요? 저도 모르게 울컥하더라고요. 판소리를 전통에만 놔두기 아까웠어요. 잘 살려서 다른 나라 민속 음악처럼 펼쳐보고 싶은 꿈이 있어서 이런저런 작업을 계속 해왔는데, 공감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힘들었어요. 한국인도 즐기지 못하는 국악이라면 언젠간 사라질 거라는 불안과 슬픔이 있었죠. 근데 ‘팬텀’ 같은 프로그램에서 국악에 감동하고 인정해주시니, 그동안 헛짓거리 한 건 아니었다 싶었나봐요.(웃음)”

자신의 말대로 고영열은 피아노 병창을 비롯해 에스닉그룹 ‘두 번째 달’과 사랑가를 부르고, 창극 ‘홍설록’ 시리즈를 만드는 등 다방면으로 활동해 왔다. 하지만 그리 주목받지 못하다가 이번 ‘팬텀’의 4중창 안에서 ‘빵’ 터졌다. “영열이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소울이 엄청나다고 생각했어요. 루이 암스트롱 느낌? 제 입장에선 맛있는 요리가 있는데 영열이는 그걸 더 고급지게 만드는 조미료 같아요. 조미료만 먹으면 맛을 모르지만 요리에 들어가면 진가를 발휘하잖아요.”(존) “영열이와 존의 1대1 대결부터 소리가 블렌딩 된다는 걸 계속 증명해 와서 우리 팀이 만들어진 거니까요. 4중창 결성할 때 프로듀서들이 저와 영열이 소리도 잘 섞일 거라더군요. 억지로 발성을 바꾸지 않아도 각자 색깔이 잘 어우러지는 것 같아요.”(바울)

[라비던스팀/20200714/용산 서울드래곤시티/박종근] jtbc 팬텀싱어3 준우승한 '라비던스'팀이 중앙선데이/포브스코리아와 인터뷰했다. 사진은 김바울. 박종근 기자

[라비던스팀/20200714/용산 서울드래곤시티/박종근] jtbc 팬텀싱어3 준우승한 '라비던스'팀이 중앙선데이/포브스코리아와 인터뷰했다. 사진은 김바울. 박종근 기자

팀 색깔 지킨 도전에 후회 없어

라비던스는 소위 ‘아싸(아웃사이더)’끼리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좁은 성악계에서 참가자들은 거의 아는 사이. 외로움을 타던 영열이 첫 대결 상대로 지목한 것이 역시 외로워 보이는 존이었다. “한국에서 음악을 안 해서 아는 사람이 없었어요. 귀국이 늦어져 첫 녹화에 제일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다른 분들 무대도 잘 못 봤고요. 어쩔 줄 몰라 눈치 보던 상황이었는데, 저를 선택해줘서 고마웠죠.”(존)

[라비던스팀/20200714/용산 서울드래곤시티/박종근] jtbc 팬텀싱어3 준우승한 '라비던스'팀이 중앙선데이/포브스코리아와 인터뷰했다. 사진은 고영열. 박종근 기자

[라비던스팀/20200714/용산 서울드래곤시티/박종근] jtbc 팬텀싱어3 준우승한 '라비던스'팀이 중앙선데이/포브스코리아와 인터뷰했다. 사진은 고영열. 박종근 기자

듀엣 팀을 짤 때부턴 성악가들 사이에 독특한 음색의 영열을 피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국악을 낯설게 여기니 배타적인 분위기를 각오했죠. 그냥 나랑 할래? 했을 때 할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해서 엄청 어필했어요. 건하에게도 ‘나 선곡도 잘하고 다 잘한다’고 들이댔었죠.(웃음)”(영열) “형이 되게 자신감 있어 보이더라구요.(웃음) 그때 형과 그리스곡 ‘티파토스’를 부르면서 저를 깰 수 있었어요. 뮤지컬 넘버만 불러왔는데, 싱어로서 한 단계 성장할 발판을 형이 만들어준 거죠.”(건하)

초반 탈락 위기도 겪었던 바울은 존과 ‘바람이 되어’를 부르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처음엔 오디션에 지각한 존을 보고 ‘쟤는 뭔데 저렇게 늦게 오냐’ 했죠.(웃음) 그런 존과 함께 처음으로 무대에서 팀원들과 감정을 교류하고 행복을 느꼈어요. 준비 과정에서 힘든 점을 터놓고 얘기하면서 끈끈해졌고, 그게 무대까지 이어지더군요. 그렇게 절친이 됐네요.”(바울) “바울이 울더라고요. 그만큼 간절한 무대에 제 목 상태 때문에 확신을 못 주고 있다고 생각해서 미안했는데, 저를 믿어줬어요. 무대 끝나고는 그게 고마워서 제가 울었죠.”(존)

“다채로움이 매력 … 세계로 나가겠다”

쉽지 않은 뮤지션의 길이다. 아직 대학생인 건하를 빼면 다들 우여곡절 끝에 ‘팬텀싱어’에 도달했고, 혼자서는 생각도 못했던 K크로스오버의 가능성을 넷이 모여 열었다. “고1부터 뮤지컬 배우를 꿈꿨거든요. ‘지킬앤하이드’ ‘영웅’도 꼭 하고 싶은데, ‘팬텀’ 하면서 다양한 음악에 눈을 떴죠.”(건하)

[라비던스팀/20200714/용산 서울드래곤시티/박종근] jtbc 팬텀싱어3 준우승한 '라비던스'팀이 중앙선데이/포브스코리아와 인터뷰했다. 사진은 황건하. 박종근 기자

[라비던스팀/20200714/용산 서울드래곤시티/박종근] jtbc 팬텀싱어3 준우승한 '라비던스'팀이 중앙선데이/포브스코리아와 인터뷰했다. 사진은 황건하. 박종근 기자

목사가 되려고 유학을 갔던 존은 스무 살에 성악에 입문했다. 우연히 본 파바로티 영상에 ‘너의 노래를 들으면 신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는 댓글을 보고 진로를 바꿨다. “친구를 사귀려 중창단에 들어갔는데, 왕따 아닌 왕따였어요. 친구들이 합창할 땐 말을 걸어주다가도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에는 끼워주지 않더군요. 음악을 들으며 위로를 찾았던 건데, 그 댓글을 보고 저도 그럴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존)

마치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대결’ 장면처럼 순식간에 벨칸토와 팝 발성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존은 “다 이유가 있다”며 비결을 공개했다. “중학교 때 한국에서 비트박스를 했어요. 비트박스는 성대를 쓸 줄 알아야 되거든요. 어떤 소리는 어떻게 내야 한다는 훈련을 그때부터 하다보니 제가 생각하는 소리를 낼 수 있게 됐어요. 뭐든 우연은 없는 것 같아요.(웃음)”(존)

바울은 독일에서 유학을 준비하다 ‘팬텀’을 위해 돌아왔다. “농구도 하고 공부도 하다가 마지막에 선택한 게 성악이었어요. 독일 유학 포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는데, 결국 코로나 때문에 입시가 다 취소됐더라고요.(웃음)”(바울)

[라비던스팀/20200714/용산 서울드래곤시티/박종근] jtbc 팬텀싱어3 준우승한 '라비던스'팀이 중앙선데이/포브스코리아와 인터뷰했다. 왼쪽부터 황건하, 고영열, 존노, 김바울. 박종근 기자

[라비던스팀/20200714/용산 서울드래곤시티/박종근] jtbc 팬텀싱어3 준우승한 '라비던스'팀이 중앙선데이/포브스코리아와 인터뷰했다. 왼쪽부터 황건하, 고영열, 존노, 김바울. 박종근 기자

‘인간 첼로’라는 별명처럼 억누르지 않고 따뜻하게 감싸는 저음이 독보적인 바울도 그런 목소리를 얻기까지 ‘말못할’ 노력이 있었다. “어릴 땐 초고음이었어요. 변성기 지나면서 ‘계획된 목소리’죠. 변성기 때 말을 안하면 저음이 된다는 소리를 들어서 한동안 거의 ‘묵언수행’을 했죠.(웃음) 정말 어느 순간 갑자기 저음이 되더라구요.”(바울)

31일과 8월 1일 갈라콘서트를 앞둔 이들은 이미 연습을 시작했다. 깜짝 놀랄만한 조합의 무대도 있다고 귀띔했다. ‘팬텀’을 떠난 라비던스는 이제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까.

[라비던스팀/20200714/용산 서울드래곤시티/박종근] jtbc 팬텀싱어3 준우승한 '라비던스'팀이 중앙선데이/포브스코리아와 인터뷰했다. 왼쪽부터 황건하, 고영열, 존노, 김바울. 박종근 기자

[라비던스팀/20200714/용산 서울드래곤시티/박종근] jtbc 팬텀싱어3 준우승한 '라비던스'팀이 중앙선데이/포브스코리아와 인터뷰했다. 왼쪽부터 황건하, 고영열, 존노, 김바울. 박종근 기자

“트롯이든 뭐든 접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려운 도전도 쉽게 들을 수 있게 소화해내는 게 라비던스의 방향성이라고 생각합니다.”(건하) “한과 흥이 함께 하면 좋겠어요. 어느 나라 노래든 한국인의 한과 흥을 잘 녹여서 세계에 전달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팀이 돼야죠.”(영열) “저희 매력은 다채로움이거든요. 여러 장르와 다양한 소리 질감이 섞여 하모니를 이루죠. 그걸 잘 살려 세계로 나갈 겁니다.”(바울) “하고 싶고 또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아요. 솔로도 하고 유닛도 하며 다양하게 소통하고 싶어요. BTS 콘서트에 가면 외국인들이 한국어 가사를 다 따라 부르잖아요. 우리도 그렇게 음악 역사에 한 획을 긋고 싶습니다.”(존)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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