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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확진 200명대…고이케 "여행 캠페인 할 땐가" 아베에 반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 정부가 주도하는 여행 장려 캠페인 ‘고 투 여행(Go To Travel, 이하 고 투 캠페인)’ 시행을 일주일 앞두고 도쿄도지사가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고이케 "오늘 확진자 280명대, 역대 최대" #'고 투 캠페인', 지방·의사회 곳곳서 '역풍' #'아베노마스크' 이어 아베 정권 실책되나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16일 오전 기자들에게 “오늘(16일) 도쿄의 코로나 19 확진자 수는 280명대”라고 밝혔다. 전날 165명보다 100명 이상 늘어난 수치로, 코로나 19 발생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고이케 도지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상황을 고려하면, (캠페인을) 실시할 시기인지 다시 한번 잘 생각해주기를 바란다”며 재검토를 요청했다.

지난 15일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기자회견에서 '감염 확대 경보'라고 적힌 판넬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5일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기자회견에서 '감염 확대 경보'라고 적힌 판넬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고이케 지사는 “감염확대경보”라고 적힌 빨간색 패널을 들어 올리며, 도민들에게 “도 밖으로 불필요한 외출은 삼가달라”고 요청했다. 사실상 정부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도쿄에선 어제 하루에만 165명이 코로나 19에 확진됐다. 최근 1주일간 하루 평균 확진자 수가 186.6명으로, 긴급사태선언 기간이었던 지난 4월 14일 최고치(167.0명)를 찍은 것보다 높은 수준이다. 8일 연속 100명 넘는 확진자가 매일 나오고 있다. 고이케 지사는 전날 도쿄의 감염 경계 레벨을 4단계 중 가장 높은 ‘감염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으로 격상시켰다.

지난 15일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기자회견 중 양 손으로 머리를 만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5일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기자회견 중 양 손으로 머리를 만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고 투 캠페인’에 대한 원성은 도쿄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올라오고 있다. 도쿄에서 대규모 여행을 올 경우, 지방으로도 감염이 퍼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다. 지난 1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접견했던 요시무라 히로후미(吉村洋文) 오사카부 지사는 “지금은 전국적으로 ‘고 투 캠페인’을 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성 출신으로 관광청 간부까지 지냈던 니가타(新潟) 현 하나즈미 히데요(花角 英世) 지사도 “조금 더 유연성을 가지면 좋겠다. (지역별로 도입해나가는 식으로)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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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확산의 우려는 의료계에서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사회 나카가와 도시오(中川俊男) 회장은 15일 기자회견에서 ‘고 투 캠페인’이 코로나 19가 수습된 다음에 하기로 돼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아직 수습이 안 되었는데 (당초 예정이었던 8월 초보다) 앞당겨 실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일단 칼을 뽑은 만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고 투 캠페인’은 코로나 19로 침체한 경기가 ‘V자 회복’을 하도록, 1조7천억엔 (약 19조 14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한 아베 정권의 간판 정책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18일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18일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고 투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지자체에선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캠페인을 취소하거나 연기하지 않고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처럼 전방위적으로 반발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총리 관저도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통신은 “아베 총리도 스가 관방장관도 주저하고 있다”는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다. 총리와 가까운 자민당의 한 간부도 “조령모개(朝令暮改: 아침에 내린 결정을 저녁에 바꿈. 일관성 없는 정책)라도 좋으니까, 주저하지 않고 변경하면 된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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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현재 감염상황은 높은 긴장감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 오늘 (저녁에 열리는) 코로나 19 감염증 대책 회의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잘 듣겠다”고 말했다.

‘고 투 캠페인’을 중지 또는 연기하게 될 경우 아베 정권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전 국민에게 천 마스크를 2장씩 배포한 ‘아베노마스크’, 코로나 19 확인 앱인 ‘아베노 아프리’에 이어서 ‘고 투 트레블’은 세 번째 실책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

요미우리 신문이 지난 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7%가 “올여름 여행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15%는 “가더라도 근처로 갈 것”이라고 답했다. ‘고 투 캠페인’에 대한 국민의 호응도 그다지 좋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인터넷에선 “‘고 투 트레블’이 아니라 ‘고 투 트러블(Trouble)’, ‘고 투 헬(Hell)’”이라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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