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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에 가득, 봄내음 사르르

중앙일보

입력

봄은 처녀의 치마자락으로 오고,식탁으로도 찾아온다.양천술(회사원·47)씨와 박영숙씨(43)부부.계절을 흠뻑 느끼는 이들 부부만의 노하우는 바로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을 함께 찾는 것.

서울 잠실인 집에서도 가깝기 때문이지만,“분주히 계절을 실어나르는 사람들과,푸릇푸릇한 채소들을 함께 만나는 즐거움을 놓칠 수 없다”고 이들은 말한다.

일요일,아침 식사를 마치고 이들은 다시 시장을 찾았다.새벽시장보다는 분주함과 생동감은 덜하지만,산책하듯 거닐며 구경하고 살 수 있는 여유로움이 또다른 감흥을 준다.

냉이·달래·취나물·머위·돌미나리….겨우내 눈바람을 맞으며 풋풋함을 잃지 않은 봄동과 토실토실한 풋보리가 고향의 봄향취를 전해준다.

하우스 재배가 아닌 달래는 한 보따리에 1천원,냉이는 1근에 2천원,시금치 한 근에 1천원이다.

봄동도 1㎏에 1천원.그래도 역시 봄나물의 대명사는 달래.상인들은 “봄나물 중 달래가 제일 많이 팔린다”고 말했다.겨울철 논과 밭에서 자라는 달래는,쌉쌀하면서도 상큼한 향이 식욕을 돋운다.

“백화점하고 비교를 하면 안되요.어디서 싱싱한 야채를 이렇게 푸짐하게 살 수 있겠어요?” 박씨의 설명이다.

“요맘때 나오는 시금치는 남쪽 지방 섬에서 자란 것들입니다.하우스에서 재배한 게 아니라서 모양이 좀 그렇죠? 겨울 추위를 이겨낸 것들인데,연하고 달큰한 맛이 일품이죠.” 해남 출신인 양씨는 아는 것도 많다.그는 “봄동도 해남에서 올라오는 게 많다”며 잠시 고향 생각에 젖는 듯 했다.

“머위는 살짝 데쳐서 된장에 무치면 맛있어요.취나물은 참기름하고 소금하고 섞어 양념하면 좋고….머위는 특히 쌉쌀한 맛이 자랑인데,입맛 돋구는데 최고에요.” 나물파는 젊은 아주머니는 인심좋게 요리법까지 상세히 설명한다.미나리·상추·오이도 요즘이 제일 맛있다고 한다.

이들 부부는 봄동과 달래·냉이 등을 섞어 샀다.값은 몇 천원인데,보따리 크기가 부담스러울 만큼 커졌다.

“우리 가족의 식탁에 봄기운 가득한 식탁을 준비하려고요.봄동은 겉절이로,풋마늘은 새콤한 무침으로,풋보리는 된장국에…”라며 돌아서는 박씨의 뒷모습이 봄햇살 만큼이나 따스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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