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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로 돌아온 벤처 스타부부, 스타트업 100팀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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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문지원(사진 왼쪽)·호창성 더벤처스 공동대표가 서울 더벤처스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문지원(사진 왼쪽)·호창성 더벤처스 공동대표가 서울 더벤처스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한국 벤처계에 ‘상징적인’ 부부가 돌아왔다. 동영상 자막 서비스 ‘비키(Viki)’를 창업해서 2300억원 규모의 매각에 성공하고, 스타트업 투자하다 검찰에 사기 혐의로 구속, 법정 싸움 끝에 대법원서 무죄 확정. 이런 일을 겪고도 “그래도 세상은 산업이, 기업이 바꾼다”며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들고나온 호창성(46)·문지원(45) 더벤처스 공동대표다. 이들은 “투자에 집단지성을 접목해,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스타트업 100팀을 키운다”며 다음 달 시작하는 ‘임팩트 컬렉티브’를 소개했다. 한국·태국·싱가포르·베트남의 스타트업이 지원할 수 있다. 참가 업체는 총 500만 달러(약 60억원) 투자 유치 기회를 얻는다. 다음은 일문일답.

호창성·문지원 더벤처스 대표 #‘비키’ 창업해 2300억원에 매각 #사회적 기업의 사업 가능성 심사 #“투자자는 겸손히 다양성 인정해야 #리스크 감수하는 공무원 필요”

집단지성 투자는 뭔가.
“스타트업 심사는 투자사(VC) 직원만 해 왔다. 그런데 사회적 가치를 VC만 알까? 오히려 그 문제를 매일 맞닥뜨리거나 연구해 온 일반인들이 더 잘 평가할 수도 있다. 그래서 VC와 일반 시민으로 100명의 심사위원단을 꾸려 온라인으로 심사하기로 했다.”
뭘 어떻게 평가하나.
“스타트업의 발전 가능성, 수익 모델, 사회에 미칠 영향, 팀워크 등을 심사한다. 팀워크는 전문 VC들이 팀을 실제로 만나며 평가하고, 다른 분야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심사해 투표한다. 투표에선 왜 그 업체를 택했는지 이유와 기록이 공개된다. 심사위원은 전문성이나 경험이 있어야 한다. 현재 등록한 심사위원 20명 중에는 수학자·의사·작가·정책연구자 등이 있다.”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임팩트 컬렉티브’에 참여하는 국내외 파트너들. 국제 비영리기구들도 참여했다. 장진영 기자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임팩트 컬렉티브’에 참여하는 국내외 파트너들. 국제 비영리기구들도 참여했다. 장진영 기자

왜 이런 걸 구상했나.
“투자 심사에도 다양성이 필요하다. 2008년 미국 유학 중 비키를 창업했을 때 느꼈다. 한국·아시아 콘텐트를 즐기는 사용자가 폭증해 비키 서버가 날마다 터질 정도인데, 초기 투자가 안 들어왔다. 스탠포드·하버드 출신 백인 남자가 95%인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은 (비키를 두고) ‘아시아 껄 누가 보냐’고 했다. 그 후 강남스타일, BTS 등이 나왔다. 이렇듯, 투자자는 정말 겸손해야 한다. 현재 투자자인 우리도, 시장에서 놓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기업은 돈을 못 벌지 않나.
“사업 가능성을 철저히 심사할 거다. 좋은 비즈니스가 좋은 돈을 만나게 하고 싶다. 우리 개개인은 이기적인 동시에 공동체적 가치를 추구하는 본능도 있다. 같은 값이면 착한 기업 것을 사니까.”
정부의 창업 지원이 효과를 높이는 방법이 있나.
“창업자는 ‘세상을 바꾸는 건 비즈니스, 즉 산업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정부 지원이 시민의 일상을 바꾸는 스타트업에 닿으려면, 이 과정에 민간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그들에게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민간 투자와 정부 지원을 연계하는 중기부의 팁스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이런 걸 늘리려면 이제까지 없던 제도를 만드는 걸 귀찮아하지 않고 리스크를 감당할 줄 아는 공무원이 있어야 한다. 모난 돌이 정 맞는 구조에서는 관성대로 할 수밖에 없다.”
억울하게 곤란을 겪고도 스타트업 투자를 계속하는 이유는 뭔지.
“그간 경제적·정신적 피해가 컸다. 하지만 스타트업 투자는 우리가 좋아하는 일이다.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 그것 때문에 좋아하는 일을 그만둔다면 그게 더 억울하다.”
부부가 창업·투자를 쭉 함께했다. 주로 일을 벌이는 건 누군가?
(문)“서로가 서로를 수습하다가 일이 자꾸 커지는 거 같다.”

(호)“이건 한 번 탐구해 봐야 할 주제 같은데….”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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