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는 관광객 막을 순 없고”…완도 해수욕장 방역 드론 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8면

지난 8일 전남 완도군 ‘명사십리 해수욕장’. 드론 한 대가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지켜달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매달고 해변 곳곳을 날아다녔다. 이송현 완도군 관광과장은 “드론을 이용하면 2㎞는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코로나 불구 방문객 92만명 늘어 #7~8월 휴가철 관광객 급증 우려 #드론 이용하면 2㎞는 관리 가능 #관광객 “경각심 깨워주고 눈길 가”

이날은 평일이라 많은 관광객이 명사십리 해수욕장을 찾진 않았지만, 거리를 두고 피서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광주광역시에서 온 한 관광객은 “드론이 날아다니면서 경각심을 일깨워 주니까 더욱 눈길이 간다”며 “아이들도 드론을 보고서는 좀 더 사람들이 없는 한적한 곳으로 가자고 한다”고 말했다.

완도군은 지난 4일부터 드론을 이용한 시범 방역작업을 하면서 관광객들의 반응을 살폈다. 드론이 공중으로 뜰 때 모래가 휘날리지 않도록 전용 이착륙장도 만들었다. 드론은 전문 자격증을 취득한 공무원이 직접 조작한다.

드론 담당 공무원은 관광객이 밀집한 모습이 보이면 현수막을 매단 드론을 띄워 사회적 거리두기를 알린다. 관광객들의 밀집도가 너무 높아지면 인근에 있는 안전요원에게 연락해 재차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을 당부한다. 이 과장은 “해수욕을 즐기러 온 관광객들에게 마스크를 모두 씌우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란 생각에 좀 더 효과적으로 알리는 방법을 고민했다”며 “드론을 본 관광객들도 ‘신기하다’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지난 8일 전남 완도군 명사십리 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 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당부하는 현수막을 매단 드론이 날아다니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8일 전남 완도군 명사십리 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 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당부하는 현수막을 매단 드론이 날아다니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완도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작업에 드론을 꺼내 든 이유는 늘어난 관광객 때문이다. 완도군 명사십리 해수욕장은 깨끗한 물과 고운 모래로 유명한 남해안 관광명소로 지난해 7월과 8월 47만8750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완도군은 당초 올해 명사십리 관광객 50만 명 유치라는 목표를 세웠지만, 코로나19 사태라는 변수가 생겼다. 광주·전남 지역은 지난달 27일부터 2차 대유행이 일어나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완도군은 코로나19 발생 후 휴가철 관광객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지역 내로 유입되는 통행량을 조사하는 차량 계측시스템을 이용해 방문객을 확인해보니 올해 1월부터 6월 사이 111만 명이 완도를 찾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방문객 18만7000명보다 92만 명 이상 늘어난 수치다. 완도군의 입장에선 올해 특별한 축제나 행사가 없었는데도 관광객이 급증함에 따라 휴가철 관광지에 대한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최대 해산물 산지인 완도는 명사십리 해수욕장 외에도 청정바다와 국내 최대 난대림인 완도수목원, ‘슬로시티’ 청산도 등을 끼고 있어 코로나19 후로도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내년 4월 23일부터 5월 16일까지 제3회 국제해조류박람회가 열리는 완도에서는 명사십리와 청산도 등에서 해양치유 프로그램도 열린다. 섬이었던 완도는 2007년과 2012년 육지를 잇는 거금대교와 완도대교가 개통되면서 사실상 육지가 됐다.

완도군 관계자는 “완도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방역에 대한 중요성이 매우 커졌다”며 “오는 관광객을 막을 수도 없는 만큼 마스크 착용과 관광객 스스로 거리두기 등을 적극 전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