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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몸 어르신 위한 야간 호캉스, 캠핑카 개조 이동쉼터까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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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코로나19 로 폭염에도 무더위 쉼터를 찾지 못하는 어르신을 위해 서울 성동구는 직접 직원들이 찾아가 이동형 에어컨과 쿨매트, 인견 내의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 성동구]

코로나19 로 폭염에도 무더위 쉼터를 찾지 못하는 어르신을 위해 서울 성동구는 직접 직원들이 찾아가 이동형 에어컨과 쿨매트, 인견 내의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 성동구]

“경로당이 문을 닫았으니 어디 갈 데가 있나. 선풍기를 온종일 틀어놔도 더운 바람만 나오고….”

코로나19로 달라진 무더위 쉼터 #서울 각 구청 폭염 이색대책 마련 #노원, 호텔·기숙사에 150명 수용 #금천도 안전숙소 호텔쉼터 운영

14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 사는 김모(82)씨는 안부를 묻는 성동구청 직원의 질문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로당은 물론 매년 구청에서 운영하던 무더위 쉼터가 죄다 문을 닫아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 각 구청이 이처럼 코로나19와 폭염으로 갈 곳 없어진 어르신들을 위해 이색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노원구는 불볕더위를 대비해 어르신을 위한 무더위 쉼터를 마련했다. 예전처럼 경로당과 도서관을 쉼터로 쓰는 것이 아니라 구청 옆 호텔과 지역 내 대학 기숙사를 빌리기로 했다. 경로당은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개방이 가능한 경우 별도 담당자 배치를 할 수 있을 때 쉼터로 운영하기로 했다.

노원구는 경로당 대신 노블레스 관광호텔 객실과 공릉동에 있는 서울과학기술대 기숙사 각각 50실을 빌렸다. ‘야간쉼터’로 활용되는 이곳은 1인 1실을 원칙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부부인 경우는 함께 투숙할 수 있다. 밤시간을 이용하는 것이지만 ‘호캉스(호텔 바캉스)’에 가까운 이색 쉼터인 셈이다. 하루 최대 150명이 이용할 수 있다. 이용 대상은 만 65세 이상 홀몸 어르신과 기초생활수급 어르신으로 신청자가 정원을 넘어서면 구청 2층 대강당에 1인용 텐트 20개를 설치하고 추가로 개방하겠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코로나19 장기화에 폭염까지 닥칠 것으로 보여 취약 계층 어르신들에게 힘겨운 여름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금천구도 어르신을 위한 ‘호텔 쉼터’를 마련했다. 금천구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실내 무더위쉼터 운영이 축소되면서 ‘안전숙소’를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천구가 정한 안전숙소는 독산1동에 있는 스타즈 호텔이다. 폭염 특보가 발효되면 독거 어르신 등이 이곳에서 묵게 된다. 이동 편의를 위한 차량 지원도 할 계획이다.

양천구는 ‘야외 쉼터’로 눈을 돌렸다. 공원과 나무그늘, 정자 등을 활용하되 생수와 얼음팩, 비접촉식 체온계 등을 비치하기로 했다. 20곳의 야외 쉼터엔 인력 배치도 한다. 삼계탕과 반찬 등은 배달하고, 홀로 지내는 어르신의 벗이 될 수 있는 식물재배 키트 등도 전달할 예정이다.

서초구는 캠핑카를 이용해 ‘폭염 이동 쉼터’를 만들었다. 지난 1일부터 운영을 시작한 이 쉼터는 잠원동 나루마을과 방배동 전원마을 등 폭염 취약 지역을 매주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돌고 있다. 캠핑카엔 생수와 덴탈마스크, 손 소독제를 두고 출입 시 체온 측정을 해 감염 걱정을 덜고 있다. 양산도 빌려준다. 서초구는 ‘서리풀 양산’ 총 3600개를 오는 9월 말까지 각 주민센터를 통해 대여한다. 신분증만 있으면 빌릴 수 있으며 대여 기간은 3일이다.

성동구는 옥탑이나 반지하 등 취약한 주거환경에 거주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500가구에 직접 찾아가는 방식을 택했다. 무더위를 대비해 좁은 공간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이동형 에어컨과 쿨매트, 인견내의를 전달하고 낮에도 문을 열어놓고 있을 수 있도록 현관형 방충망도 설치해주고 있다. 냉방기 사용으로 전기요금을 체납한 저소득 주민에겐 공과금 지원도 한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코로나19로 무더위 쉼터 운영이 전면 중단됨에 따라 무더위에 어르신 건강관리가 가장 큰 걱정”이라며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무더위 쉼터 운영을 재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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