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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명대사] 전무송 “공수래 공수거…그걸 뭐 아쉬워하나”

중앙일보

입력

연기인생 56년을 돌아보는 노배우 전무송(79)의 눈빛은 한결같이 부드러웠습니다. 생활고에 시달려 배우의 길을 포기할 뻔했던 순간을 떠올리면서도 평화스러운 표정엔 변화가 없었지요. “내게 연극은 제2의 종교”라는 그가 연극을 통해 행복해지는 비결을 배운 덕분일까요.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행복을 찾아 나름대로의 길을 간다. 어떤 사람은 바르게 가지만, 어떤 사람은 헤매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목숨을 끊기도 하고…. 연기를 하기 위해 각 인물들을 분석하고 연구하다 보니 행복으로 가는 길이 보이는 것 같더라”는 그는 “어느날 보니까 배우가 아닌 무송이가 변했다”면서 웃음을 터뜨립니다.

그가 꼽은 ‘내 인생의 명대사’에도 행복으로 가는 길의 힌트가 있습니다. 셰익스피어 ‘햄릿’의 번안극인 연극 ‘하멸태자’(1976)의 한 대목, “한 마리 참새 나래의 쉼이 하늘 뜻, 올 것이야 오고야 말리라, 공수래 공수거”를 두고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래의 쉼’은 죽음을 뜻하거든요. 사는 것 죽는 것은 하늘의 뜻이니, 연연하지 말아라. 그리고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데 뭘 아쉬워하냐. 닥쳐올 일 고민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가자는 거지요.”

그에게 대종상 신인상과 남우조연상을 안겼던 영화 ‘만다라’(1981)에서도 ‘인생의 명대사’를 찾아냅니다. 그가 맡은 파계승 지산이 학승 법운(안성기)에게 “백척간두에 서서 한 발 더 내디뎌봐, 그래서 견성을 하거든 나도 좀 제도해줘”라고 하는 대목에서입니다.

“백척간두에서 한 발 내딛는 건 죽는 거에요. 우리가 어떤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 정말 그만큼 정성을 다하고 절실하면 이루어진다는 말 아닐까요.”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영상=공성룡ㆍ정수경, 그래픽=황수빈

내 인생의 명대사

배우들이 직접 꼽은 자신의 명대사입니다. 작품의 울타리를 넘어 배우와 관객에게 울림이 컸던 인생의 명대사를 배우의 목소리로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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