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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물 잡으러 나갔다 '아차' 하면 고립…야간엔 사망사고 위험

중앙일보

입력

지난 4일 오후 9시6분쯤 충남 서산시 부석면 창리 인근 갯벌에서 해산물을 잡던 20대 여성 김모씨는 발이 빠져 움직이지 못했다. 옆에 있던 남편만 자력으로 겨우 빠져나와 119구조대에 신고했다.

지난 4일 오후 9시쯤 충남 서산시 부석면 창리 인근 갯벌에서 해산물을 잡던 20대 여성이 갯벌에 빠졌다가 출동한 해경에 구조되고 있다. [사진 태안해경]

지난 4일 오후 9시쯤 충남 서산시 부석면 창리 인근 갯벌에서 해산물을 잡던 20대 여성이 갯벌에 빠졌다가 출동한 해경에 구조되고 있다. [사진 태안해경]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태안해경 안면파출소 순찰구조팀은 인명구조용 뻘배를 김씨에게 던져 태운 뒤 줄을 잡아당겨 구조했다. 당시는 바닷물이 들어오는 밀물 때라 신고와 구조가 늦었다면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3년간 갯벌·해루질 사고 136건, 12명 숨져 #올해 들어 5월까지 26명 구조, 2명은 사망 #밀물시간대 확인, 휴대전화·호루라기 지참

 여름 휴가철을 맞아 가족 단위 피서객이 바닷가로 몰리면서 고립과 조난 등 바닷가 안전사고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여행 대신 국내 여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해경이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10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2017~2019)간 갯벌에서 조개 등을 채취하거나 야간에 해루질(바닷물이 빠진 시간을 이용해 어패류를 잡는 행위)을 하던 피서객의 안전사고가 136건 발생한 가운데 12명이 숨졌다. 올해 들어서도 16건의 사고가 발생, 26명이 구조됐지만 2명은 목숨을 잃었다.

지난 3월 22일 충남 서천군의 갯벌에서 조개를 채취하다 발이 빠져 나오지 못하던 40대 여성을 출동한 해경이 구조하고 있다. [사진 해양경찰청]

지난 3월 22일 충남 서천군의 갯벌에서 조개를 채취하다 발이 빠져 나오지 못하던 40대 여성을 출동한 해경이 구조하고 있다. [사진 해양경찰청]

 안전사고는 대부분 물때를 확인하지 않고 갯벌에 들어갔다가 고립되거나 야간에 안개로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하기 이동하다 발생했다. ‘안전불감증’에 따른 사고라는 게 해경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달 7일 오후 11시쯤 충남 태안군 기지포해수욕장과 8일 오전 1시쯤 태안군 남면 앞바다에서 해루질하던 부부가 짙은 안개로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방향을 잃어 육지 쪽으로 나오지 못하다 해경에 구조를 요청한 것이다.

 지난달 5일 인천에서는 일가족 8명(어른 2명, 아이 2명)이 한꺼번에 밀물에 갇혔다가 출동한 해경에 구조됐다. 이들은 오전 11시쯤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 갯벌에서 조개를 캐다가 갑자기 밀려든 바닷물을 피하지 못하고 고립됐다. 당시 일가족은 바닷물이 허리까지 차오른 상태에서 애타게 구조를 기다렸다. 해경은 이들을 구조하는 데 함정 8척과 민간어선 1척, 항공기 1대를 동원했다.

 바닷물이 들어오는 속도는 시속 7~15㎞로 성인의 걸음보다 2~3배가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 밀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안전한 곳까지 이동하기 전 고립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다. 서해안은 조수 간만의 차가 7~8m로 매우 커 갯벌 밖으로 나가는 시간을 확인해야 고립 등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게 해경의 설명이다.

지난 6월 5일 인천시 중구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에서 해경이 갑자기 밀려든 바닷물에 고립된 일가족 8명을 구조하고 있다. [사진 해양경찰청]

지난 6월 5일 인천시 중구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에서 해경이 갑자기 밀려든 바닷물에 고립된 일가족 8명을 구조하고 있다. [사진 해양경찰청]

 해경은 갯벌체험이나 해루질을 할 때 반드시 안전수칙을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우선 갯벌에 들어가기 전 물때 확인 및 휴대전화 알람 설정, 야간이나 안개가 낄 때 갯벌에 들어가지 않기, 휴대전화용 방수팩 및 호루라기 지참, 구명조끼 착용, 반드시 2인 이상 활동 등의 수칙을 지키도록 했다. 사고 발생 때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휴대전화에 앱(해로드·海Road)을 설치할 것도 당부했다.

 보령해경 관계자는 “갯벌과 바닷가에서는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안전수칙을 지켜야 한다”며 “사고를 당하면 당황하지 말고 해경이나 119구조대에 신고하면 신속하게 구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태안·보령=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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