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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빠진 서울시 어떻게···서정협 행정1부시장 대행 체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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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서울시는 충격에 빠졌다. 2011년부터 9년째 서울시장 자리를 지켜오던 박 시장의 유고 상황에 서울시는 시계제로 상황이 됐다. 전례 없는 상황 속에 서울시는 10일 지방자치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서정협(55) 행정1부시장이 서울시장 권한대행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 부시장은 서울시장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내년 4월 보궐선거가 치러질 때까지 서울시 행정 업무를 이끌게 될 예정이다. 서 부시장은 올 3월 부시장단에 합류한 인물로 울산 학성고-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제32회) 합격 후 서울시 시민소통기획관과 문화본부장,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서울시 관계자는 "권한대행과 함께 시정 공백이 없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청 전경 [중앙포토]

서울시청 전경 [중앙포토]

내년 4월 보궐선거…39조원 서울시 살림 어떻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속 시장의 부재는 어느 때보다도 타격이 클 전망이다. 국가재난과 같은 코로나19 상황을 진두지휘하던 박 시장의 뒤를 이어 보궐선거가 치러질 2021년 4월까지 서 부시장이 권한대행을 이어가지만 예산 집행의 영속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오리무중이다. 올해 서울시 예산은 약 39조원에 이른다. 박 시장이 앞장선 건설노동자 보험료 대납, 미세먼지 절감 대책 등 박 시장이 주도했던 주요 정책들이 멈춰설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기도 했다. 서울 지역 내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내년 행사 참여단을 준비했지만, 이 역시 멈춰 서게 됐다. 약 2조6000억원을 투입하는 '서울판 그린 뉴딜'도 마찬가지다. 박 시장은 당초 오는 2022년까지 기후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건물과 수송, 신재생에너지와 자원순환 등 5대 환경 분야에 집중해 일자리 창출과 환경 문제 해결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앞날을 약속하기 어렵게 됐다.

박 시장은 2001년 아름다운재단을 만들어 시민활동을 해오다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뛰어들며 정치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8년엔 여의도와 용산 개발 계획을 내놓기도 했으나 서울 집값이 급등하면서 계획은 보류됐다. 부동산과 관련해 "서울시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고 주장하기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근엔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정무라인을 물갈이하고 진영 정비에 나서는 등 의욕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8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2조6천억 원을 투입하는 '서울판 그린뉴딜' 추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린뉴딜은 2022년까지 건물, 수송, 도시숲, 신재생에너지, 자원순환 5대 분야를 집중 추진해 경제위기와 기후위기를 동시에 극복한다는 정책이다. 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8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2조6천억 원을 투입하는 '서울판 그린뉴딜' 추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린뉴딜은 2022년까지 건물, 수송, 도시숲, 신재생에너지, 자원순환 5대 분야를 집중 추진해 경제위기와 기후위기를 동시에 극복한다는 정책이다. 뉴시스.

박 시장이 남긴 말들…"저는 관료 아닌 시민사회 출신"

박 시장은 최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도시의 가장자리로 밀려났던 많은 시민의 삶과 꿈을 회복시켰다. 그런 시간이었다"고 자신의 9년을 회고했다. 그는 "사실 그 전엔 하드웨어라든지 도시개발이라든지 랜드마크를 만드는 데 집중했던, 매몰됐던 시대였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용산참사에서 6명이 사망했는데 그걸 무시하고 여전히 우리는 건물을 올리는 그런 도시가 과연 정상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뉴타운이나 재개발이라는 것도 결국은 소수의 부자를 위해서 건설사를 위해서 거기 살던 수많은 주민이 쫓겨나는 그런 시대였다"면서다. 이어 자신의 시정 9년을 "그런 갈등과 분란을 해결하는 과정이 아마 지난 세월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흰 고무신을 신은 채 공관에서 사진 촬영을 했다. 그는 집에서도 흰 고무신을 자주 신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 서울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흰 고무신을 신은 채 공관에서 사진 촬영을 했다. 그는 집에서도 흰 고무신을 자주 신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 서울시]

박 시장은 또 "세 번이나 서울시장에 당선된 건 서울시민들이 개발 중심의, '한 방 토건' 중심의 도시가 아니고 내 삶을 바꿔 달라고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기저를 가진 저를 세 번이나 수도 서울의 책임을 맡겨주신 게 아닐까 한다"고도 했다. 이어 "관료 출신이 아니고, 시민사회 출신이고, 인권변호사 출신이고, 늘 혁신, 협치를 제 삶의 본질적 요소로 생각하는 사람인데, 이게 기존 행정이나 정치로 보면 굉장히 이질적 존재"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자신에 대해 "참 힘들고, 따라가기 힘들고, 요구를 실행하기 힘든 그런 시장이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보면 서울시 공무원들은 세계 최고의 관료집단이다. 이렇게 감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서울시 공무원을 칭찬하기도 했다.

김현예·최은경·허정원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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