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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대주고 과제하네" 이런 문자만 A4 400장, 대학생판 N번방

중앙일보

입력

한 전문대 남학생들이 단체 채팅방에서 같은 과 여학생들을 성희롱했다는 주장이 SNS에 올라왔다. 피해 학생들은 채팅방 캡처 사진을 공개하고 가해자들의 처벌을 주장하고 있다. 제보자 제공

한 전문대 남학생들이 단체 채팅방에서 같은 과 여학생들을 성희롱했다는 주장이 SNS에 올라왔다. 피해 학생들은 채팅방 캡처 사진을 공개하고 가해자들의 처벌을 주장하고 있다. 제보자 제공

지난달 한 전문대학 학생 A양(20)은 같은 학과 남학생 B군이 내민 휴대전화를 보고 깜짝 놀랐다. B군을 비롯한 남학생 7명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A양 등 여학생들에 대한 성희롱을 쏟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학생들은 여학생들의 뒷모습을 촬영해 채팅방에 올리고 “○○이 속옷 보인다”, “뒷태에 뭐가 비친다”는 등의 대화를 나눴다. 여성을 ‘걸레’나 ‘X년’ 등으로 부르는가 하면, “○○이와 XX했다”는 식으로 성관계를 노골적으로 묘사했다. 여학생이 남학생이 많은 수업을 수강한다며 “몸 대주고 과제하네”라는 얘기도 나왔다. 남학생들은 “진짜 여기 'N번방'이라서 유출되면 큰일 날 듯”이라 말하기도 했다.

A양은 ‘단톡방’에서 이처럼 집단 성희롱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다른 피해 학생들에게도 알렸다. 피해 여학생들은 이 사실을 널리 알리기로 결심하고 대화 내용을 캡처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렸다.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며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다.

피해 학생들에 따르면 현재까지 증거로 확보한 단톡방 대화 내용은 A4용지 약 400여장에 달하는 분량이다. 피해 학생 중 한명인 C양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학과이긴 하지만 친분은 없는 사이”라며 “이런 일을 처음 겪어 사실을 알고 엄청난 충격과 수치심에 학교에 나오기조차 무서웠다”고 말했다. C양은 “가해 학생들이 퇴학되기를 바라고, 나머지는 법에 따라 처벌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전문대 남학생들이 단체 채팅방에서 같은 과 여학생들을 성희롱했다는 주장이 SNS에 올라왔다. 피해 학생들은 채팅방 캡처 사진을 공개하고 가해자들의 처벌을 주장하고 있다. 제보자 제공

한 전문대 남학생들이 단체 채팅방에서 같은 과 여학생들을 성희롱했다는 주장이 SNS에 올라왔다. 피해 학생들은 채팅방 캡처 사진을 공개하고 가해자들의 처벌을 주장하고 있다. 제보자 제공

학교 측은 성윤리위원회 논의를 거쳐 징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피해 학생들이 가해자의 퇴학을 요구하고 있는 것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성윤리위원회는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곳이 아니라 성희롱에 해당 한다, 안 한다를 결정한다. 심의 후 결정 사항은 징계위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피해 학생들은 학과장을 맡은 교수가 학생 측에 “글을 내리는 쪽으로 얘기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해당 교수는 기자에게 “내리라고 강요한 적은 절대 없다”며 “학교의 절차를 믿고 가해자 잘못이 인정되면 징계를 줄 것이다. 알아서 판단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만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학가에서 단체 채팅방을 통한 성희롱 사건이 이어지고 있지만, 퇴학 수준의 징계가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소속 이수연 변호사는 “현행법상 단톡방 성희롱은 사이버 모욕으로 처벌하는 수밖에 없다”며 “학교 징계도 형사 처벌 수위와 비슷하게 가는데, 처벌 수위가 그렇게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하지만 단톡방은 많은 사람이 계속 퍼나를 수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 일어나는 성희롱의 죄질이 더 나쁘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윤서 기자·양인성 인턴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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