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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5~11시에 무슨 일? 출근길 미세먼지 예보 믿기 어려운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부 수도권 오전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으로 치솟은 5일 오전 서울 신촌오거리. 신촌로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최고 44㎍/㎥를 기록했다. 김정연 기자

서부 수도권 오전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으로 치솟은 5일 오전 서울 신촌오거리. 신촌로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최고 44㎍/㎥를 기록했다. 김정연 기자

5일 오전 5시, 국립환경과학원 미세먼지 통합예보센터에서 ‘5시 예보’가 나왔다. “원활한 대기확산으로 대기상태가 대체로 청정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 권역이 ‘좋음’에서 ‘보통’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5일 오전 10시 기준 전국 초미세먼지(PM2.5) 농도. 자료 국립환경과학원

5일 오전 10시 기준 전국 초미세먼지(PM2.5) 농도. 자료 국립환경과학원

하지만 실제 미세먼지 상황은 예보와는 달랐다. 수도권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초미세먼지(PM2.5) 수치가 한때 ‘나쁨’ 수준으로 치솟았다. 인천 강화군 길상 측정소는 오전 8시 48㎍/㎥로 ‘나쁨’ 수준을 보였고, 인천 검단 측정소는 오전 11시 51㎍/㎥까지 치솟았다. 서울 양천구, 경기 고양·광명·부천 등도 이날 오전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곳이 많았다.

5일 오전 인천 지역 초미세먼지(PM2.5) 농도. 빨간 선은 '나쁨' 기준인 35㎍/㎥를 표시한 선이다. 자료 국립환경과학원

5일 오전 인천 지역 초미세먼지(PM2.5) 농도. 빨간 선은 '나쁨' 기준인 35㎍/㎥를 표시한 선이다. 자료 국립환경과학원

오전 5시 예보엔 '좋음'…실제 출근길은 '나쁨'

지난달 16일 수도권과 서해안 지역에만 '나쁨'으로 표시된 초미세먼지. 당시 오전 5시 예보는 출근길 초미세먼지 고농도를 예측하지 못했다. 자료 국립환경과학원

지난달 16일 수도권과 서해안 지역에만 '나쁨'으로 표시된 초미세먼지. 당시 오전 5시 예보는 출근길 초미세먼지 고농도를 예측하지 못했다. 자료 국립환경과학원

이처럼 미세먼지 예보가 실제 상황과 엇갈리는 날이 꽤 있다. 지난달 16일도 미세먼지 5시 예보가 오전 상황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 당시 통합예보센터는 ‘원활한 대기확산으로 전 권역에서 좋음~보통 수준의 대기질이 예상된다’고 밝혔지만, 서울, 인천, 경기 부천‧화성‧파주‧용인‧수원 등 수도권 전역에서 오전 출근길 초미세먼지 농도는 ‘나쁨’ 수준으로 치솟았다.

당시 예보센터 관계자는 “밤사이 대기정체로 쌓인 먼지가 오전에 일찍 풀릴 것으로 예상했고, 서해상에서 회전하는 기류가 예상보다 더 길어진 탓”이라고 설명했다.

권역 평균으로 예보…심한 지역 드러나지 않아

오전 수도권 초미세먼지 '나쁨'은 5일 오전 5시 예보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권역 평균농도는 '보통' 수준이기 때문에, 서울, 인천, 경기 모두 '보통'으로 표시됐다. 서쪽 수도권 지역만 '나쁨' 수준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예상이 됐지만 통보문만으로는 알 수 없다. 자료 국립환경과학원

오전 수도권 초미세먼지 '나쁨'은 5일 오전 5시 예보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권역 평균농도는 '보통' 수준이기 때문에, 서울, 인천, 경기 모두 '보통'으로 표시됐다. 서쪽 수도권 지역만 '나쁨' 수준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예상이 됐지만 통보문만으로는 알 수 없다. 자료 국립환경과학원

여름철엔 원래 바람이 덜 불어 국지적인 대기 정체 현상이 나타난다. 밤이면 공기가 한층 정체되면서 먼지가 고였다가, 낮에 땅이 데워지면 공기가 위아래로 섞이면서 확산하는 ‘연직순환’으로 오염물질이 다소 흩어진다. 보통 여름엔 오전 10시 무렵 대기 1㎞ 높이까지 섞이는 것으로 본다.

5일 예보센터 관계자도 예보와 달리 수도권 서부 지역의 초미세농도가 높았던 데에 대해 “부분적인 대기 정체가 전국적으로 나타나는데, 기저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 다소 농도가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통합예보센터는 지역적인 오염물질 농도 예측을 하고 있지만, 예보는 전체 권역 평균만 밝힌다. 예보센터 관계자는 “권역 전체 평균 농도가 ‘나쁨’이 예상될 때 ‘나쁨’ 예보를 낼 수 있다”며 “일부 지역에서 오전에 다소 농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예보 기준에 따라 전체 권역 평균에 해당하는 ‘보통~좋음’으로 예보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가장 대기질이 나빴던 인천은 20개 측정소 중 15곳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한때 ‘나쁨’ 수준인 35㎍/㎥를 넘겼지만, 평균 농도는 18~33㎍/㎥로 ‘보통’ 수준이었다.

"여름철 대기 정체, 출근길 예측 쉽지 않아"

지난 3일 오전 초미세먼지 '나쁨' 수준을 보인 서울 도심. 이날도 대기정체로 아침 시간에 먼지가 축적됐다. 뉴스1

지난 3일 오전 초미세먼지 '나쁨' 수준을 보인 서울 도심. 이날도 대기정체로 아침 시간에 먼지가 축적됐다. 뉴스1

예보센터에 따르면 오전 5시 예보는 대기가 한창 정체된 오전 3시까지의 측정값까지 예측모델에 넣어 돌린 결과를 가지고 낸다. 당직 예보관 2명이 상의해 3시 모델 결과와 4시까지의 측정치 등을 보고 오전 5시 예보를 만든다.

아침 시간 예보는 '연직순환'으로 줄어드는 먼지와 출근길 차량에서 발생하는 먼지를 저울질하는 과정이다. 출근길 공기질 예보가 어려운 이유다. 지난달 16일 오전 5시 예보에서 고농도 미세먼지를 예측 못한 이유에 대해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오전 시간대 대기의 상하 순환이 언제 일어날 지 불확실성이 크다. 밤사이 대기 정체가 빨리 풀릴 것으로 예측했는데 풀리지 않아, 오전 농도 예측치가 실제와 달랐다”고 설명했다.

해양, 환경관측 기능을 탑재한 천리안 2B호는 한반도 상공의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분석 자료도 보내올 예정이다. 이 정보가 더해지면 국내 대기질관측의 정확도와 정밀도도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아리안스페이스 캡처], 뉴스1

해양, 환경관측 기능을 탑재한 천리안 2B호는 한반도 상공의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분석 자료도 보내올 예정이다. 이 정보가 더해지면 국내 대기질관측의 정확도와 정밀도도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아리안스페이스 캡처], 뉴스1

오전 5시 예보와 오전 11시 예보가 다른 건 담당 예보관이 바뀌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전 5시 예보를 마친 예보관이 퇴근한 뒤 출근한 다른 예보관이 11시 예보를 만드는데, 오전 시간대 측정 정보가 추가되면서 판단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지역적인 미세먼지 특성을 예보문에 반영할지 살피는 것도 예보관의 재량이다. 한 예보관은 "오전 5시에는 전체 평균으로 예보가 돼있는데 출근해서 보니 한 지역에만 먼지가 쌓이길래 더 유심히 보고 예보를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출근 채비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오전 5시 예보가 빗나가면 6시간 뒤인 11시 예보를 기다려야 한다. 이대균 미세먼지통합예보센터장은 "지금은 권역평균, 일평균 예보를 큰 틀에서 내고 있지만 예보를 시간적, 공간적으로 더 촘촘하게 내는 방안을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다"며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기 전에 섣불리 틀린 정보를 제공하는 것보다는 단기, 중기, 장기 예보의 틀을 갖춘 뒤 초단기예보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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