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부담 비우니 성적 쑥쑥, ‘펩태완’의 상무 매서운 돌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김태완 감독이 화끈한 공격 축구로 상주 상무의 돌풍을 이끌고 있다. 맨체스터 시티의 명장 펩 과르디올라 감독과 외모·전술이 엇비슷해 ‘펩태완’으로 불린다. [사진 상주 상무]

김태완 감독이 화끈한 공격 축구로 상주 상무의 돌풍을 이끌고 있다. 맨체스터 시티의 명장 펩 과르디올라 감독과 외모·전술이 엇비슷해 ‘펩태완’으로 불린다. [사진 상주 상무]

프로축구 상주 상무는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K리그1에서 3위(5승2무2패)다. 최근 FC서울, 성남FC, 수원 삼성을 꺾고 3연승을 달렸다. 군인 팀인 상주에는 문선민·권경원 등 국가대표급 선수가 있다. 이전에도 ‘병역’이 걸린 대표급 선수가 많이 거쳐 갔다. 그래도 이전 최고 성적은 6위다.

군인 팀 상주, 3연승 프로축구 3위 #코치 때 모신 감독들 장점 잘 살려 #영상으로 배운 맨시티식 공격축구

상주 돌풍 때문에 새롭게 주목받는 인물이 있다. 일명 ‘펩태완’, 김태완(49) 상주 감독이다. 별명은 펩 과르디올라(49·스페인) 맨시티 감독과 김태완 감독 이름을 합성한 거다. 팬들이 붙여줬다. 두 사람의 외모(민머리)와 축구 스타일(공격 축구)에서 착안했다.

잉글랜드 맨체스터 시티를 이끌고 있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 [사진 맨시티 인스타그램]

잉글랜드 맨체스터 시티를 이끌고 있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 [사진 맨시티 인스타그램]

김 감독을 1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별명 얘기부터 물어봤다. 그는 “들어봤다”며 허허 웃었다. 재밌는 건 선수들에게 전술을 지도하면서 맨시티 영상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는 “과르디올라는 축구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최전방부터 수비하고, 수비수가 빌드업(공격 전개)에 관여한다. 우리도 상대 진영에서부터 도전적인 공격 축구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그의 지시로 올 시즌 측면 수비수에서 윙 포워드로 변신한 강상우는 3골 2도움을 기록 중이다.

김태완 감독이 화끈한 공격 축구로 상주 상무의 돌풍을 이끌고 있다. 맨체스터 시티의 명장 펩 과르디올라 감독과 외모·전술이 엇비슷해 ‘펩태완’으로 불린다. [사진 상주 상무]

김태완 감독이 화끈한 공격 축구로 상주 상무의 돌풍을 이끌고 있다. 맨체스터 시티의 명장 펩 과르디올라 감독과 외모·전술이 엇비슷해 ‘펩태완’으로 불린다. [사진 상주 상무]

김 감독의 ‘범상치 않은’ 외모 때문일까. 한 팬은 인터넷에 “행정보급관인 줄 알았다”는 댓글을 달았다. 그는 대전 시티즌이 축구협회(FA)컵 대회에서 우승하던 2001년 주장이었다. 선수 시절에는 머리숱이 꽤 있었다. 그는 “유행 따라 염색도 했었다. 진로 고민을 해서인지, 숱이 줄었다. 한 번 밀고 길러봤는데, 다시 지저분해져 밀어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외모만 보면 공을 무식하게 찰 것 같지만,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 사이드백을 오가며 섬세한 기술 축구를 했다”며 웃었다.

FA컵에서 우승한 뒤 맞은 겨울 대전에서 방출됐다. 김 감독 나이 꼭 서른이었다. FA컵 결승전이 12월이었다. 다른 팀은 휴식기였다. 결국 새롭게 옮길 팀을 찾지 못하고 은퇴했다. 그는 “선수 생활에 대한 미련이 남았던 걸까. 후배 가르치는 일이라도 하고 싶었다. 마침 이강조 당시 상무 감독이 불러주셨다. 트레이너와 코치를 거쳐 상무에서만 19년째”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경북 문경시 국군체육부대 앞 군인아파트에 지낸다. 그곳에서 지낸 지 7년째다. 군무원 신분인데, 내년부터 연금도 받는다. 2017년 마침내 감독에 오른 그는 전임 감독을 ‘스승’으로 여긴다. “코치로 있으며 모신 이강조 감독으로부터 자율을, 고 이수철 감독으로부터 밸런스를, 박항서 감독으로부터 승부욕과 열정을, 고 조진호 감독으로부터 공격을 배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프로축구 상주 상무 김태완 감독. [사진 상주 상무]

프로축구 상주 상무 김태완 감독. [사진 상주 상무]

상무 선수는 길어야 두 시즌을 뛰고 떠난다. 매년 선수 구성의 거의 절반이 바뀐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연습경기도 제대로 못 했다. 5월까지 휴가·외출 금지였다. 최근 3연승으로 포상휴가를 받았다. 개막을 앞둔 4월 29일에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가던 선수 승합차가 트럭과 충돌사고가 났다. 오세훈, 전세진 등 선수 5명이 타고 있었다. 김 감독은 “차 문을 뜯어 선수를 빼냈고, 차는 폐차시켜야 정도였다. 선수들이 크게 안 다쳐 다행이었다”고 전했다. 여러 악조건이 리더십을 더욱 빛나게 한다.

상무는 경북 상주시와 체결한 연고지 협약이 올해 말 만료된다. 새 연고지로는 경북 김천시가 유력하다. 프로축구연맹 규정상 연고지를 이전하면, 성적과 관계없이 강등된다. 김 감독은 “늘 전쟁터에 나가는 듯 강박을 느끼며 경기를 했다. 올해는 승리에 대한 부담을 벗었다. 선수들에게 ‘초심으로 돌아가서 행복하고 즐겁게 축구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부담이 벗으니 맨시티처럼 ‘공격 앞으로’가 가능했고, 성적도 더 좋아졌다.

김 감독은 자신이 겪은 상무 출신 선수 중 이정협(부산)이 가장 많이 기억난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이)정협이는 무명선수로 상무에 들어와서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상무에 가서 실력 늘어 나갔다’는 말을 들을 때 제일 좋다. 우리 팀이 연봉 많은 팀도 아니고, 그거 하나 보고 한다”고 말했다.

거수경례하는 상주 상무 선수들. [사진 프로축구연맹]

거수경례하는 상주 상무 선수들. [사진 프로축구연맹]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