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며 강조했던 소비 진작의 효과는 밥상 물가에서 나타났다. 6월에도 물가가 지난해와 같은 수준에 머무르면서 저물가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달 축산물 가격은 10.5% 올랐다. 덩달아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도 한 달 전보다 올랐다. 그러나 급락했던 국제유가가 지난달에야 국내 물가에 반영되면서 전체 물가상승률은 0%에서 멈췄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7(2015년=100)을 기록했다. 지난해 6월 소비자물가지수 104.88과 비교하면 0.01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그러나 통계청은 “국제노동기구(ILO) 매뉴얼 상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를 공식 물가로 보고 0% 상승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며 “소수점 둘째 자리는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고깃값은 오르고 기름값이 내렸다
물가상승률이 그나마 0%대를 유지했던 배경에는 재난지원금이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재난지원금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데 제한적이나마 영향이 있었다”며 “돼지고기·쇠고기 등 축산물과 가구 소비가 늘면서 가격이 올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물가는 후행지표(경기의 움직임을 뒤따르는 지표)이기 때문에 재난지원금 효과는 더 늦게 반영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축산물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10.5% 오르며 모든 품목을 통틀어 가장 큰 비율로 상승했다. 축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전체 농축수산물 물가도 4.6% 뛰었다. 실제 축산물품질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우 등심 소비자 가격은 처음으로 ㎏당 10만원을 넘었다. 가구 품목 중에선 소파(12.1%)·식탁(10.8%)·장롱(3.3%) 등의 가격이 올랐다.
체감 물가(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0.3% 하락했지만, 전월과 비교하면 0.3% 올랐다. 재난지원금 효과가 물가에 반영된 만큼 기름값과 공공서비스 물가는 떨어졌다. 4월 바닥을 찍은 국제유가가 4주 가량의 시차를 두고 뒤늦게 국내 물가에 반영됐고, 고등학교 납입금 지원 확대 등 교육 분야 정책지원이 넓어지면서 공공서비스 가격이 하락했다.
장기적 저물가로 이어지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처럼 일시적인 충격이나 계절적 요인은 제외해 장기적인 물가상승률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지난해보다 0.6%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 8월 이후 11개월 연속 0% 상승이다.
0%대 물가상승률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물가가 떨어지는 디플레이션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작년부터 낮은 경제성장률로 인해 저물가 기조가 이어져 왔는데 코로나19의 영향에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면 앞으로 물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은 적다”며 “낮아진 공장 가동률 등을 이유로 기업에 쌓여있는 재고를 소비한 이후에야 물가가 다시 오를 수 있을 것”이라며 고 말했다. 앞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내년에는 국제유가 하락 등 공급자 측의 물가 하락 요인의 영향이 줄어 경기가 완만한 개선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작다”고 밝혔다.
마스크 가격은 안정화 추세
통계청은 이날 KF94 마스크와 비말(침방울) 차단용(KF-AD) 마스크의 시중 판매가격 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오프라인 시장에서 KF94 마스크는 평균 16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고, 온라인에선 5월 2700원 하던 가격이 6월 2100원대로 낮아졌다.
KF-AD 마스크의 경우 오프라인에서 500~800원, 온라인에서 500~1000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지난 1월부터 마스크를 소비자물가지수 예비품목에 포함해 가격을 조사하고 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