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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성윤, 동기 사이 심상찮다…연일 긴장감 ‘고조’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중앙포토]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중앙포토]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인 두 사람 사이 긴장감이 연일 고조되고 있다.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을 두고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두 사람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보고 있다.

연수원 동기…윤석열 ‘화통’·이성윤 ‘침착’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은 지난 1991년 33회 사법시험에 나란히 합격한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다. 연수원 기간 두 사람 사이 특별한 친분이나 갈등 관계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과 연수원 동기인 한 변호사는 “연수원 시절 두 사람이 친분이 깊었다거나 또는 갈등이 있었던 상황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동기들은 공동 과제 등 특별한 활동을 같이하지 않는 이상 서로 무관심했던 경우가 많았다”고 2일 말했다. 사법연수원 23기에는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주광덕 전 국회의원, 강용석 변호사 등이 있다.

복수의 연수원 23기 법조인들에 따르면 윤 총장은 연수원에서나 검찰에서나 화통하고 직선적인 성격으로 인해 친구. 관계를 많이 맺었다고 한다. 반면 이 지검장을 나타내는 키워드는 ‘침착’으로, 윤 총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차분한 스타일을 가졌다고 한다.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은 각각 서울대와 경희대를 졸업했고, 서울과 호남 등 출생지 또한 다르다. 20년이 넘는 검사 생활 동안 근무지도 겹치지 않았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2월1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및 선거 담당 부장검사 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2월1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및 선거 담당 부장검사 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기 두 사람 사이 긴장감, 계속 ‘고조’

두 동기의 갈등 구도는 지난해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뒤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던 이 지검장은 대검 간부에게 ‘윤 총장에게 중간보고를 하지 않는 독립된 수사팀을 구성하자’는 취지의 제안을 했다. 이에 윤 총장은 ‘수사 개입 의도’라며 격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지검장이 검찰국장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되면서 검찰 안팎에서는 ‘윤 총장 견제용 인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윤 총장이 정권 관련 수사를 진행할 때 ‘신중론’을 강조하는 이 지검장으로 하여금 견제하려 한다는 취지다.

지난 1월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에서도 이 지검장만은 유일하게 ‘기소 반대’ 취지 의견을 냈다.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현 열린민주당 국회의원) 기소 과정에서도 이 지검장은 기소 결정을 승인해 달라는 수사팀 요청을 미뤘고, 결국 윤 총장이 전결 처리를 지시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왼쪽)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왼쪽)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뉴스1

채널A 강요미수 의혹으로 갈등 ‘정점’

최근 불거진 채널A 강요미수 의혹으로 인해 두 사람의 갈등 구조는 정점을 향하고 있다. 수사 초기 과정에서부터 윤 총장은 “비례원칙과 형평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유의하라”고 서울중앙지검에 사실상 경고장을 보냈다.

이후 대검 실무진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강요미수 혐의 성립 여부를 두고 계속해서 대립했고, 윤 총장은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결정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특임검사에 준하는 직무 독립성을 부여해 달라”고 대검에 건의했지만, 대검은 “범죄 성부(成否)에 대해서도 설득을 못 하고 있다”며 즉각 거부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지검장은 전날 윤 총장에 대한 주례 보고를 서면으로 냈다. 통상 주례 보고는 이 지검장이 총장 집무실에서 윤 총장과 대면하는 방식이었다. 주례 보고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및 채널A 의혹 등 주요 내용이 다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서면으로 대체됐고, 둘 사이의 갈등이 심화된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서울중앙지검은 “대검에서 서면으로 대체하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6월30일 서울 서초구에 나란히 위치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청사. 연합뉴스

6월30일 서울 서초구에 나란히 위치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청사. 연합뉴스

법조계 “갈등의 골 계속 깊어질 것” 전망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과 이 지검장 두 사람 사이 갈등의 골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채널A 강요미수 의혹에 대해서 견해차가 좁혀질 낌새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채널A 의혹 관련 진행 상황에 비춰보면 윤 총장과 이 지검장,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은 서로서로 공격하는 모양새”라며 “서로 간의 입장차는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라고 말했다.

차기 총장 구도로 인해 빚어진 갈등 구도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 안팎에서 윤 총장에 대한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며 “벌써 윤 총장의 후임이 누가 될지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다. 둘 사이 갈등 구도는 이런 상황으로 인해 빚어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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