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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헤더 없는 7·8월, 비 걱정 덜었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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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된 뒤 그라운드에 방수포를 덮고 있는 잠실구장 관리요원들. 혹서기인 7, 8월에는 우천으로 취소된 경기를 곧바로 이어서 더블헤더로 진행하지는 않는다. [연합뉴스]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된 뒤 그라운드에 방수포를 덮고 있는 잠실구장 관리요원들. 혹서기인 7, 8월에는 우천으로 취소된 경기를 곧바로 이어서 더블헤더로 진행하지는 않는다. [연합뉴스]

7월이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야구장을 덮쳐온다. 선수들이 체력 부담을 가장 많이 호소하는 시기다. 올해는 다르다. 다들 7월을 반긴다. 부담이던 더블헤더와 서스펜디드 게임이 8월까지 중단돼서다.

선수 루틴 무너뜨리는 더블헤더 #미루면 9·10월에 몰아서 해야돼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가 첫 수혜자다. 두 팀은 6월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 광주 경기가 폭우로 취소돼 휴식했다. 하루만 빨랐어도 꼼짝없이 다음날 더블헤더를 할 뻔했다. 그런데 우천취소 다음 날인 1일이 ‘더블헤더 없는’ 7월 첫날이라 뜻밖의 행운을 누렸다. 한화 관계자는 “비가 오면 매번 더블헤더를 먼저 걱정하던 선수들이, 이날은 마음 편히 우천취소를 기다렸다”고 귀띔했다.

하루 두 경기에서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하는 감독들도 스트레스를 덜었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더블헤더는 늘 부담스럽다. 그동안은 매일 일기예보를 보며 비가 언제 오는지 신경 썼다. 7, 8월이 더워서 힘들긴 해도 더블헤더가 없어 팀 운영에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 KBO 리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5월 5일 개막했다. 144경기를 모두 치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3연전 첫 두 경기 우천취소 시 다음날 더블헤더를 진행했다. 5회 이전 악천후로 경기가 중단되면, 그 상황에서 다음날 이어 하는 서스펜디드 게임도 일시적으로 도입했다.

더블헤더 당일에는 1군 선수 한 명을 추가 등록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했지만, 피로도가 높아지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 수도권 구단의 한 트레이닝 코치는 “사실상 24시간 사이에 세 경기를 치르는 셈이다. 적절한 간격을 두고 회복해야 하는 선수들 루틴이 많이 흐트러진다”고 걱정했다.

이런 루틴의 변화는 실제로 올 시즌 부상 선수가 많이 나온 원인으로 꼽힌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야구 선수는 습관으로 이루어진 존재다. 더블헤더처럼 불규칙하고 부담 많은 일정을 소화하면서 루틴이 깨지니 평소보다 몸에 무리가 많이 가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물론 혹서기 우천취소는 ‘조삼모사’다. 이 시기에 못한 경기는 9, 10월에 몰아서 한다. 지난달 30일 KIA-한화전도 10월 7일 더블헤더로 편성됐다.

다만, 9, 10월에는 5, 6월보다 선수 5명을 더 활용할 수 있다. 매년 퓨처스리그 종료 후 시행했던 확대 엔트리를 올 시즌은 2연전 체제가 시작되는 날로 앞당겼다. 다음 달 18일부터 1군 엔트리가 28명에서 33명으로 늘어난다. 똑같이 하루 두 경기를 해도, 가용 자원이 많으면 부담이 줄어든다. 선수층이 두껍거나, 주전과 백업의 차이가 크지 않은 팀, 불펜이 강한 팀에게는 특히 희소식이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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