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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 안 됐다고 법복 벗는 건 잘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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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판사는 자존심 하나로 먹고 사는 직업인데 이런 판사들에게 서열 파괴나 인적 청산이 꼭 필요한 일인지 의문입니다."

7일 정년퇴임한 김기수(金基洙.63) 서울지법 북부지원 수석부장판사는 26년간의 법관 생활을 마감하면서 후배 판사들에게 "법관 소명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金부장판사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에서 누락될 경우 '법복을 벗고' 변호사 개업을 하는 관례를 깨고, 1999년 고법 부장 승진에서 제외된 이후에도 법원을 지켰다.

지방법원 부장판사급으로 정년퇴임을 하는 경우는 국내 사법부 사상 金부장판사가 세번째. 특히 대법원이 최근 고법부장 승진에서 누락되면 '용퇴'하던 관행을 없애겠다는 방침을 밝힌 터여서 그의 정년퇴임은 더욱 시선을 끌었다.

그는 "돈을 욕심냈다면 오래 전에 변호사로 개업했을 것"이라며 "승진이 안 됐다고 그만두는 관례는 잘못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시 17회로 노무현 대통령과 동기인 金부장판사가 이순(耳順)을 넘긴 나이까지 지법 부장판사로 남아 있었던 것은 그가 당시 최고령합격자였던 이유도 있다.

그는 "지방에서 혼자 시험을 준비하다보니 36세 때 합격해 남들보다 출발이 한참 늦었다"며 "당시 합격자 중 지방에서 학교를 마친 사람은 盧대통령과 나 두명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金부장판사는 64년 전북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전주지법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여행이나 운동을 즐기면서 좀더 여유롭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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