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코로나, 여름 됐는데도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79)

날씨가 더워지면 코로나19의 대유행이 멈출 것이라는 기대는 왜 빗나갔을까? 기온이 높아지면 바이러스의 생존율이 낮아지는 건 맞지만, 바이러스가 고온의 환경에 노출되어 사멸하기 전 순식간에 타인의 호흡기로 들어가면 기온하고는 관계가 없어진다. [사진 Pixabay]

날씨가 더워지면 코로나19의 대유행이 멈출 것이라는 기대는 왜 빗나갔을까? 기온이 높아지면 바이러스의 생존율이 낮아지는 건 맞지만, 바이러스가 고온의 환경에 노출되어 사멸하기 전 순식간에 타인의 호흡기로 들어가면 기온하고는 관계가 없어진다. [사진 Pixabay]

지구촌에 팬데믹이 여전하다. 날씨가 더워지면 코로나19의 대유행이 멈출 것이라는 기대는 왜 빗나갔을까? 잘 모르긴 해도 전파력이 특단으로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온이 높아지면 바이러스의 생존율이 낮아지는 건 맞다. 그러나 비말로 튀어나온 바이러스가 고온의 환경에 노출되어 사멸하기 전 순식간에 타인의 호흡기로 들어가면 기온하고는 관계가 없어진다. 이런 밀접접촉이 지금이 여름철인데도, 더운 열대지방에서도 코로나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이론적으로 코로나를 비롯한 바이러스는 온도에 민감하다. 그러나 온도의 변화가 바이러스의 생존시간에만 영향을 줄 뿐 감염력 자체에는 변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혹여 고온이 바이러스의 저항력을 약화한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여름철에는 손 등에 묻어 전파되는 경우는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바깥에서의 생존시간이 짧아질 테니까.

그럼 높은 기온에서 왜 바이러스가 맥을 못 추는 걸까? 여러 이론이 있을 수 있으나 코로나의 외피에 있는 인지질이 높은 기온에서 형태가 망가진다는 설에 주목한다. 모든 지질은 각기 녹는 온도(melting temperature)가 정해져 있다. 이 온도는 구성 지방산의 길이와 포화·불포화도에 의해 결정된다.

즉, 지방산의 길이가 짧고 불포화지방산의 비율이 높으면 녹는 온도가 내려가고, 반대로 길이가 길고 불포화지방산이 적을수록 녹는 온도는 높아진다. 실온에서 식물유가 액체이고, 동물 기름은 고체인 까닭이기도 하다. 이른바 모든 생물은 자기가 살아가는 환경 온도에 맞춰 지방산의 조성이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지방과 인지질의 구조. [사진 이태호]

지방과 인지질의 구조. [사진 이태호]

그림은 지방과 인지질의 구조이다. 서로 많이 닮아있다. 지방은 글리세롤에 지방산 3분자가 붙어있고, 인지질은 2분자의 지방산과 인산-기능성물질이 결합해 있다. 이들의 녹는 온도도 구성 지방산이 결정한다. 당연히 자연계에 여럿 있는 인지질도 지방처럼 고유의 녹는 온도를 갖고 있다. 그림은 콜린(choline)이 붙은 계란노른자의 레시틴(lecithin)이다.

모든 생물의 세포막은 이런 인지질의 2중층 구조로 되어있다.〈그림 참조〉 바이러스의 외막구조도 이와 유사하다. 올챙이의 머리 같은 부분이 글리세롤과 인산-기능기이고, 꼬리 부분이 지방산이다. 머리는 친수성이고 꼬리는 소수성이다.

세포막의 구조. [사진 이태호]

세포막의 구조. [사진 이태호]

놀라운 것은 이 막 속에 여러 기능성 단백질이 박혀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에는 숙주세포에 부착하는 스파이크가 있고, 일반 생물은 물질의 수송 등에 관여하는 여러 물질이 분포한다. 그런데 이들 단백질은 한군데 고정해 있는 것이 아니라 막 속을 수평이동하면서 고유의 기능을 발휘한다는 것, 즉 막이 죽처럼 겔(gel)의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유동성을 유지하기 위해 2분자의 지방산이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이른바 모든 생물은 각기 자기의 생육온도에 맞는 고유의 지방산 조성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만약 기온이 일정이상으로 올라가면 유동성이 지나쳐 이런 막 구조가 흐트러지고 바이러스의 생육이 불가능해진다는 논거이다.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거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을 봐서는 기온이 올라가도 코로나가 쉽게 근절될 것 같지가 않다. 왜 그런지는 아직 미궁이다. 감염력이 여타감기에 비견할 바가 아니라서 그런가. 백신이나 치료약이 나올 때까지는 이런 팬데믹이 계속될 조짐이다.

필자가 걱정하는 부분이 있다. 우리의 철저한 방역 덕에 심각성이 덜하다는 것, 치사율이 타국보다 월등히 낮다는 것, 젊은이들 사이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기류가 있다는 것, 장기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됐다는 것 이런 점들이 향후 대유행을 염려하는 대목이다. 긴장의 끈을 놓지 말자. 기저질환을 가진 노인으로서 특히 그렇다.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