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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드러난 민낯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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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박성훈 기자 중앙일보 베이징특파원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지난 12일 시진핑 주석 집무실이 있는 중난하이에서 2.5㎞ 떨어진 베이징 시청(西城)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에 곧바로 거주지를 찾아 나섰다. 천안문 앞에서 직선 거리로 2.5㎞, 좌회전해 500m 가량 들어가자 아파트가 나왔다.

정문은 폐쇄돼 있었다. 드나드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기다린 지 10여 분. 공안 차량이 취재진 앞에 섰다. 신분증을 요구했다. 기자라고 하자 다른 공안 3명이 더 나타나 취재 허가를 받았는지, 손에 든 휴대폰으로 촬영을 했는지 물었다. 거리에서 취재하는 데 허가가 필요하냐고 반문했지만 소용없었다. 제시한 신분증을 촬영해 어디론가로 보냈다. 더이상 취재는 불가능했다.

이틀 뒤, 베이징 신파디(新发地) 도매시장에서 확진자가 터져나왔다. 2차 확산의 시작이었다. 바이러스보다 걱정됐던 건 공안의 검문이었다. 우려 속에 시장으로 향했다. 역시 시장 주변 대부분을 경찰이 둘러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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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차에서 내려 시장의 부감만 찍어보려 했으나 어김없이 공안이 다가왔다. 허가없이 어떤 취재도 안 된다고 했다. 이미 시 당국이 발표한 것 아니냐, 시민들에 알리는 게 언론의 역할 아니냐고 하자 “우리(공안)의 임무가 질서 유지라는 것을 생각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무리하게 취재하다 낭패를 볼 수 있겠다 싶었다. 이렇듯 중국에서 당국의 공식 발표 외 취재할 수 있는 경로는 대체로 차단돼 있다. 현지 언론이 내부 소식을 전하는 경우가 있으나 당국 검열에 위배되지 않는 수준에 그친다.

26일 베이징 일간지인 신경보(新京報) 동영상 계정에 보도 금지 명령이 떨어졌다. 중국 위생당국은 베이징 코로나19 재확산 원인이 ‘유럽형’ 변종 바이러스 유입 때문이라고 했는데, 신경보가 우한에서 확산한 바이러스와 큰 차이가 없다는 전문가 인터뷰 영상을 내보냈기 때문이라고 홍콩 명보(明報)는 분석했다. 대동소이한 중국 언론 중 차별화된 기사를 내는 몇 안 되는 매체였던 신경보가 어김없이 제재를 받았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통제가 더 강해졌다”며 “모두 복지부동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중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8만5204명(29일 기준), 미국 확진자 254만8617명의 30분의1 수준이다. 중국은 방역 성과를 내세우고 싶어 하지만 각국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통계는 의심받았고 중국 정부의 강력한 통제의 실태가 드러난 탓이다. 글로벌 2대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이지만, 정보와 언론을 통제하는 현재의 방식으로 한 단계 더 올라서는 게 가능할까.

박성훈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