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국인들은 왜 '썩은 두부'를 먹을까?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차이나랩’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상하이의 유명 관광지를 거닐던 때였다. 중국 특유의 스케일과 휘황찬란한 건물에 압도당해 있을 때쯤, 갑자기 코를 찌르는 냄새가 났다. 바로 '취두부' 냄새였다. 가뜩이나 습도 높은 상하이의 여름에 냄새까지 더해지니 속이 안 좋아졌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취두부 상인 옆을 지나갔다. 심지어 가던 길을 멈추고 취두부를 사서 먹는 사람도 있었다.

취두부뿐 아니다. 중국에는 한국의 홍어냄새를 뛰어넘는 다양한 삭힌 요리가 있다. 취두부, 처우구이위 등 삭힌 요리는 각 지역 별미로 사랑받고 있다. 왜 중국인들은 '삭힌 요리'를 즐겨 먹는걸까?

취두부(臭豆腐) 가게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 소후닷컴]

취두부(臭豆腐) 가게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 소후닷컴]

발효과정에서 생성된 ‘감칠맛’에 매료된 사람들

삭힌 음식의 냄새를 맡은 후, 사람들의 반응은 2가지로 나뉜다. 지독한 냄새에 헛구역질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향기롭다’며 향과 맛을 음미하는 사람들이 있다. 삭힌 요리가 더 맛있다는 가설은 과학적 연구를 거쳐 사실임이 증명되었다. 음식이 발효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미생물들이 원래 식품에는 없던 맛과 냄새를 생성하고 영양가를 높인다. 삭힌 요리를 찾아다니며 먹는 사람들을 진정한 ‘미식가’라고 부르는 이유기도 하다.

[사진 Word Press]

[사진 Word Press]

취두부를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취두부를 먹을 때 사람들의 미뢰는 두부 안에 들어있는 단백질과 양념을 인식한다. 이때 미각 기관계는 글루탐산을 감지해 ‘좋은 맛’으로 받아들여 단백질과 펩타이드의 섭취를 돕는다. 이 과정에서 느끼는 맛이 바로 ‘감칠맛’*이다. 고기나 잘 익은 토마토, 혹은 발효 음식에서 느낄 수 있는 이 감칠맛은 다시 먹고 싶게 만드는 중독성이 있다.

*감칠맛: '우마미' 라고도 한다.1910년 일본 과학자, 이케다 기쿠나에(池田菊苗)가 다시마에서 글루탐산을 발견해, 이 맛에 '우마미'란 이름을 붙였다.

영양학적으로 사람들에게 유익하다는 것도 증명되었다. 음식을 발효하는 과정에서 단백질이 분해되어 펩타이드나 아미노산으로 변형한다. (이 과정에서 암모니아와 요소 같은 독성 물질이 생성되어 악취를 유발하는 것이다.) 미생물의 소화작용에 의해 일부 분해된 영양성분으로 변했다고 이해하면 쉽다. 영양성분의 섭취를 위한 별도의 분해과정이 필요 없거나 짧아졌기 때문에 필요한 에너지나 시간이 적게 걸린다. 그래서 삭힌 음식을 먹으면 오히려 소화가 잘 되고, 속이 편해진다.

썩힌 것 아니에요, '발효'한 겁니다!

[사진 소후닷컴]

[사진 소후닷컴]

삭힌 음식은 일반적으로 지역 특색 요리로 소개된다. 일반적으로 그 지역에서 기후나 지리적 특성에 따라 예전부터 먹던 식습관(혹은 전통)이 현재까지 내려온 까닭이다. 더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음식을 신선하게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이라 빨리 상한다.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저장하는 방법으로 소금이나 간수 등에 절여 오랫동안 발효시키거나 숙성하는 것을 택했다. 한국의 남부지방인 전라도에서 삭힌 홍어가 사랑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무엇보다 취두부나 처우구이위 같은 요리는 가난한 대중들에게 저렴하지만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그렇다면 중국에는 어떤 삭힌 요리가 인기 있을까? 중국에서 인기있는 삭힌 요리와 탄생 배경에 대해 살펴보자.

처우구이위(臭鳜鱼)

 처우구이위(臭鳜鱼) [사진 网吻 공식웨이보]

처우구이위(臭鳜鱼) [사진 网吻 공식웨이보]

이 요리는 삭힌 생선 중에서 홍어를 뛰어넘는 냄새로 유명하다. 중국 안후이(安徽)성의 향토 음식 중 하나로 중국 8대 요리 중 하나다. 안후이성은 바다에 접해 있지 않다. 이곳 주민들이 쏘가리 같은 생선요리를 먹기 위해선 타지역에서 운송해 가져와야 했다. 운송기술이 좋지 못하다보니 썩기 일쑤였다. 썩은 부분만 떼고 먹기엔 아까워 사람들은 소금에 절이기 시작했다. 절인 생선을 깨끗이 씻어 살짝 튀겨내 갖은 양념과 약한 불에 끓인다. 숙성과 요리 과정을 거친 생선에서 악취는 감해지고, 감칠맛이 더해져 지역 별미로 즐겨먹게 되었다.

처우구이위(臭鳜鱼) [사진 카이디(凯迪)]

처우구이위(臭鳜鱼) [사진 카이디(凯迪)]

처우더우푸(취두부; 臭豆腐)

취두부(臭豆腐), 외국인들이 생각하는 취두부는 왼쪽 사진과 비슷하지만, 중국인들이 실제 즐겨 먹는 취두부는 오른쪽 사진과 같은 모습이 더 많다. [사진 소후닷컴]

취두부(臭豆腐), 외국인들이 생각하는 취두부는 왼쪽 사진과 비슷하지만, 중국인들이 실제 즐겨 먹는 취두부는 오른쪽 사진과 같은 모습이 더 많다. [사진 소후닷컴]

소금에 절인 두부를 발효시켜 석회 속에 넣어 보존한 음식으로 향이 고약하기로 유명하다. 처우더우푸는 왕치화(王致和)라는 사람이 처음 만들었다. 안후이(安徽) 성 출신인 그는 과거시험을 치러 베이징(北京)으로 상경했지만 불합격했다. 부끄러운 마음에 집에 돌아가지 않고 베이징에서 두부장수가 되었다.

한창 장마철이던 어느 날, 팔리지 못한 두부가 곰팡이 피자, 왕치화는 소금물에 절였다. 얼마 후 파랗게 변한 두부는 생각보다 맛이 좋았고, 그는 ‘처우더우푸’란 명칭을 붙여 팔기 시작했다. 중독성 있는 맛으로 큰 인기를 얻게 된 요리는 황제의 식탁 위까지 오르게 되었다.

뤄쓰펀(螺蛳粉)

뤄쓰펀(螺蛳粉) [사진 소후닷컴]

뤄쓰펀(螺蛳粉) [사진 소후닷컴]

광시(广西) 류저우(柳州)의 대표 음식인 뤄쓰펀은 발효된 죽순절임 때문에 아주 강력한 냄새가 난다. 특유의 시큼하면서도 시원한 맛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데 이 음식의 유래는 2가지 가설로 나뉜다. 당나라 문학가 유종원(刘宗元)은 류저우시에 유배되고 충격을 받아 식음을 전폐했다. 몸이 나빠지는 걸 걱정하는 전담 요리사가 강가에서 우렁이를 잡아 국수를 만들었는데, 유종원이 맛있게 먹어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고 지역 별미로 자리잡았다는 설이 있다.

뤄쓰펀(螺蛳粉) [사진 Celsus 공식웨이보]

뤄쓰펀(螺蛳粉) [사진 Celsus 공식웨이보]

비교적 최근부터 먹었다는 가설도 있다. 1980년대 류저우시로 여행간 외국인 관광객이 굶주리다가 우연히 문 닫기 직전의 쌀국수 가게에 들어갔다. 당시 주로 쓰던 뼈를 우려낸 육수는 없고 우렁이를 삶은 육수만 남았다. 주인은 이 육수에 갖은 채소와 땅콩, 말린 두부를 곁들여 내놓았다. 맛있게 먹는 외국인의 모습에 감명받은 주인은 레시피를 개선해 현재의 뤄쓰펀을 만들었다고 한다.

더우즈(豆汁)

더우즈(豆汁) [사진 Chinese Cuisines]

더우즈(豆汁) [사진 Chinese Cuisines]

베이징의 대표적인 간식 중 하나다. 두유와 비슷해보이지만 녹두를 원료로 만들었다. 녹두에 함유된 식물성 단백질을 발효시켜 만드는데, 당면 제조 과정에서 생성된다. 살짝 신 맛이 나는 더우즈에서는 달걀 냄새가 난다. 송나라 시대부터 아침 식사대용으로 먹었다는 설과 요나라 때 거란족이 소화불량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

글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