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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지시 절반을 잘라먹었다" 하루종일 윤석열 때린 추미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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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간담회실에서 열린 '21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혁신포럼'에 참석해 초선 의원들을 상대로 강연하고 있다.[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간담회실에서 열린 '21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혁신포럼'에 참석해 초선 의원들을 상대로 강연하고 있다.[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윤 총장을 향해 “제 지시 절반을 잘라먹었다”며 “장관 말 들으면 지나갈 일을 지휘랍시고 해서 일을 꼬이게 만들었다”고 질타했다.

추 장관은 이날 오전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법무부가 직접 감찰하도록 지시하고, 오후엔 ‘공수처 설립방향’ 공청회에서 “검찰 스스로가 정치를 하는 듯 왜곡된 수사를 목격했다”고 비판했다. 공청회 이후엔 국회에서 윤 총장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이날 오전, 오후 가릴 거 없이 하루종일 공식석상 곳곳에서 연달아 윤 총장과 검찰을 난타한 것이다.

‘한명숙’ 투트랙 조사…秋 “틀렸다”

추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개최한 ‘초선의원 혁신포럼’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추 장관은 작심한 듯 윤 총장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윤 총장을 두고 “틀린 지휘하지 않고, 장관 말을 들으면 지나갈 일을 지휘랍시고 해서 일을 꼬이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수사 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의 투트랙 조사 지시를 비판한 것이다. 추 장관은 지난 18일 “대검 감찰부에서 중요 참고인을 직접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사흘 뒤 윤 총장은 “대검 감찰과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이 자료를 공유하고 필요한 조사를 하라”고 했다. 콘트롤타워는 대검 인권부장이 맡도록 했다.

이에 대해 추 장관은 “지휘를 했으면 따라야 되는데도 본인(윤 총장)이 다시 지휘해 이것을 감찰부가 아닌 인권부가 하라고 하더라”고 했다. 윤 총장이 검찰청법 8조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에 따른 장관의 지시를 왜곡해 받아들였다는 취지다.

또 “대검 인권부는 조사권 밖에 없고, 인권부 자체가 인권부장이 지난 3월 인사하며 동부지검으로 발령나 그 자리가 비어있어 대검 공판부장이 겸직하고 있다. 공판부장이 바쁜데 직무대리 빈자리를 지휘하라면 되겠나”며 “(윤 총장이) 틀린 지시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연합뉴스]

“이런 총장 없었다”는 秋 ,재지시 시사

그러면서 추 장관은 “제가 ‘내 말 못 알아 들었으면 재지시 하겠다’고 했다”고도 했다. 그는 “검찰청법엔 재지시가 없다. 장관이 이런 총장과 일해본 적도 없고 재지시 해본 적도 없다”며 “검찰의 치명적 오류로 장관이 재지시를 내려 검찰사에 남으면 검찰이 개혁의 주체가 아닌 대상이 됐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처럼 검찰개혁이 문제라면 검찰을 경험한 사람만 개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검찰개혁’ 눈 부릅뜨고 할 수 있는 사람으로 황운하 의원도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황 의원(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놓고 검찰을 비판하며 ‘검찰 저격수’라는 별명이 붙었다. ‘청와대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검찰 수사권 남용에 대해 날을 세워왔다.

추 장관은 이러한 검찰의 모습을 일제강점기에 빗댔다. 그는 “해방이 돼 전부 태극기 들고 나와서 ‘대한민국 독립 만세’ 하는데 그것도 모르고 일제 경찰 불러서 신고해야한다고 하는 건 시대 흐름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표면화된 뒤인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법무부와 검찰 간 협력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표면화된 뒤인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법무부와 검찰 간 협력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秋 “정치하듯 왜곡 수사”

추 장관은 의원포럼 2시간 전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공청회에서도 ‘정치검찰’을 꼬집었다. 그는 “검찰 스스로가 정치를 하는 듯 왜곡된 수사를 목격하면서 과연 파사현정(破邪顯正·그릇됨을 깨고 바름을 세운다) 정신에 부합하는 올바른 공정한 검찰권 행사가 있었는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이 자리에서 “검찰의 ‘선택적 수사’, ‘선택적 정의’라고 할 만큼 칼이 무뎌지거나 그릇된 방향으로 왜곡되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의혹 수사’‧‘청와대 하명 의혹 수사’‧‘유재수 감찰 무마 수사’ 등 청와대를 정면 겨냥한 수사를 벌여온 윤 총장을 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사전에 마련된 인사말과 다르게 즉석에서 검찰에 대한 비판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추 장관과 윤 총장을 향해 ‘협력’을 언급한지 이틀 뒤 “자기 편의적으로 조직을 이끌어가기 위해 법 기술을 부린다”고 한 뒤, 연이어 작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추 장관은 포럼 뒤 취재진이 “문재인 대통령의 말대로 ‘협력’은 어려운가” 라고 묻자 “인권수사와 관련한 제도 개선에 대한 협력을 당부한 것이고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답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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