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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여자 손 붙잡던 수원 인계동, 범죄율 급감한 비결은

중앙일보

입력

경기 수원 인계동에서 한 남성이 지나가는 여성의 손을 붙잡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경기 수원 인계동에서 한 남성이 지나가는 여성의 손을 붙잡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유흥주점 115곳과 숙박업소 62곳 등 유흥 관련 업소 730여곳이 몰려있는 경기도 수원 인계동 유흥가. 이곳은 호객행위가 빈번하고, 길거리에 유흥업소 전단이 흩뿌려져 있어 때론 행인을 불편하게 하는 곳이었다. 20대 여성 A씨는 “인계동 하면 유흥가로 워낙 유명하지 않나”라며 “지나갈 때마다 말 거는 사람이 많아 혼자 다니기 무서운 곳”이라고 말했다.

인계동 유흥가 면적은 0.33㎢. 수원남부경찰서 전체 관할 면적인 41.57㎢의 0.79%에 불과하다. 하지만 관할 내 다른 지역에 비해 최근 2년간 112신고는 15배, 강·절도 등 5대 범죄는 27배, 성범죄는 42배 많이 발생한 '우범지대'였다.

경찰 단속 전 인계동.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경찰 단속 전 인계동.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원남부경찰서는 이곳을 ‘인계 박스’라는 이름으로 묶어 관리하기로 했다. 112신고가 들어오면 출동하는 기존 방식을 벗어나 이곳을 전담·관리하는 범죄예방팀을 지난 2월 만들었다. 사건 발생 후 처리하는 게 아니라 예방에 집중한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경찰관 6명으로 구성한 범죄예방팀은 매일 오후 7시부터 오전 7시까지 근무하며 순찰을 강화하는 등 이곳을 집중적으로 관리했다. 쓰레기 투기나 호객 행위같이 큰 범죄의 '씨앗'이 될만한 작은 범죄도 집중 단속했다. 수원시와 협의해 치안 관리를 위한 범죄예방센터도 만들어 이달부터 운영했다.

지난해와 올해 3~5월 112신고건수와 5대 범죄 건수 비교.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난해와 올해 3~5월 112신고건수와 5대 범죄 건수 비교.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노력이 성과로 이어졌다는 게 25일 경찰이 내놓은 분석이다. 전담 범죄예방팀이 활동한 올해 3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접수한 112신고와 5대 범죄 발생 건수는 각각 3058건과 23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9.9%, 19% 줄어들었다. 강간·추행 등 성범죄도 23건에서 13건으로 43.4% 감소했다.

인근 상인과 주민은 변화를 실제로 느낄 수 있다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인계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50대 백모씨는 “20여년간 영업했는데 거리 질서가 좋아진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12년째 사는 40대 주민 전모(여)씨는 “경찰이 자주 돌아다니니 호객행위나 문신한 사람들의 위화감 조성이 많이 줄어들어 안심된다”고 말했다.

오문교 수원남부서장은 “인계동 유흥지역은 질서가 없고 치안이 불안하다는 인식이 있었으나 범죄예방팀의 노력으로 각종 치안지표가 개선되는 등 눈에 띄는 효과가 나타났다”며 “앞으로도 이곳이 더욱 안전한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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