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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검사 13명의 김경수 '만장일치 유죄'…닭갈비가 뒤집을까

중앙일보

입력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018년 8월 드루킹의 댓글조작 행위를 공모한 혐의로 서울 강남구 허익범 특검에 재소환 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018년 8월 드루킹의 댓글조작 행위를 공모한 혐의로 서울 강남구 허익범 특검에 재소환 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김경수의 '닭갈비 식사'가 2심 재판의 변수가 될 수 있을까. 김경수 경남지사의 변호인과 여권에선 '그렇다'며 특검을 몰아붙인다. 2016년 11월 9일 김 지사가 '드루킹(김동원)'의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파주 사무실(산채)에 방문해 경공모 회원과 닭갈비를 먹고 드루킹의 브리핑을 듣느라 킹크랩(매크로 프로그램) 시연회를 볼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댓글조작 자체를 몰랐다는 주장이다.

특검 "유죄에 영향 못줘" 변호인 "무죄 받아낼 것"

하지만 김 지사를 수사했던 당시 특검팀 관계자들은 킹크랩 로그기록이 나온 2016년 11월 9일, 김 지사가 산채를 방문했던 사실을 특정한 경위가 더 중요하다고 반박한다. 닭갈비 식사와 상관없이 김 지사가 시연회를 본 사실은 넉넉히 인정된다는 주장이다. 김 지사의 '닭갈비 카드'와 1심 유죄의 핵심 근거였던 특검의 로그기록이 부딪치는 상황이다.

지난해 4월 공판에 출석한던 '드루킹' 김동원 씨의 모습. 김씨는 올해 2월 징역 3년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았다. [연합뉴스]

지난해 4월 공판에 출석한던 '드루킹' 김동원 씨의 모습. 김씨는 올해 2월 징역 3년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았다. [연합뉴스]

"날짜 안나오면 김경수 기소 못합니다" 

2018년 6월 27일. 60일의 수사기간을 부여받고 출범한 '드루킹 특검(허익범 특별검사)'은 수사 막판까지 김 지사가 산채에서 킹크랩 시연회를 본 날짜를 특정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드루킹을 포함한 경공모 회원들은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회를 봤다"고 했지만 시점이 엇갈렸다.

특검이 확보한 증언은 두 가지였다. 첫째로 김 지사가 2016년 가을께 산채를 방문해 시연회를 봤다는 것과, 둘째로 당시 시연회를 LG옵티머스 뷰2로 했다는 거다. 13명의 특검 파견 검사들 사이에선 "김경수가 산채에 간 날짜를 특정하지 못하면 기소는 못한다"는 말이 나왔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한 허익범 특별검사의 모습. 최승식 기자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한 허익범 특별검사의 모습. 최승식 기자

김경수 기소의 결정적 순간  

반전은 김 지사 보좌관의 카드결제 내역에서 나왔다. 특검은 보좌관이 2016년 11월 9일 산채 근처에서 사용한 카드 내역을 찾았다. 그후 압수수색으로 받은 네이버의 로그기록을 보니 같은 날 저녁 8시 7분부터 23분까지 LG옵티머스 뷰2로 네이버 댓글을 조작한 흔적이 나왔다.

이후 김 지사를 소환해 김 지사의 구글캘린더를 확인했고, 2016년 11월 9일에 '드루킹 방문'이라 적힌 증거가 나왔다. 로그기록이 나온 시점에 김 지사는 산채에 있었다. 증언과 증거가 맞아 떨어졌다. 날짜가 특정됐고 특검 파견 검사들은 만장일치로 김 지사 기소를 결정한다. 당시 특검 관계자는 "김경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다. 확실한 증거가 없었다면 정권 초에 기소할 수 없었던 인물"이라 말했다.

김 지사의 1심 판결문에도 이와 관련해 "경공모 회원 우모씨(둘리)가 시연회 날짜를 특정하지 못하고 LG옵티머스 뷰2를 언급했는데 이후에 나온 로그기록이 일치해 진술의 신빙성이 높다"는 말이 나온다. 김 지사의 1심 판결 형량인 징역 2년(댓글조작)과 징역 10월·집행유예 2년(공직선거법 위반)은 이렇게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30일 경남 거제시에 위치한 ‘저도’를 방문해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경수 경남도지사.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30일 경남 거제시에 위치한 ‘저도’를 방문해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경수 경남도지사. [청와대사진기자단]

태평양 변호인단의 반격  

현재 논쟁이 되는 닭갈비 식사는 김 지사가 법무법인 태평양(김성수 변호사 등)으로 변호인을 교체한 뒤 나왔다. 김경수의 반격이다. 변호인 측에선 김 지사가 당시 경공모 회원과 닭갈비를 먹어 시연회를 볼 시간이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새 쟁점이었다.

22일 법정에 나온 파주 닭갈비집 사장이 "경공모 회원들이 식당에서 먹었다"는 특검 수사보고서와 달리 "포장을 해갔다"고 밝힌 파장도 컸다. 닭갈비집 사장은 3년도 더 지난 일을 생생하게 기억했고, 그를 신문하던 변호인의 얼굴은 상기됐다. 변호인은 "특검이 실체적 진실을 찾기보다 한쪽 방향으로 몰고 가려다 보니 수사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거 같다"고 말했다.

‘댓글 조작’ 김경수·드루킹 일당 혐의별 판단. 그래픽=신재민 기자

‘댓글 조작’ 김경수·드루킹 일당 혐의별 판단. 그래픽=신재민 기자

"닭갈비 영향 없어" vs "반드시 무죄"

이제 남은 의문은 이 닭갈비 논쟁이 특검의 '로그기록'과 김 지사와 드루킹간 오간 수많은 시그널과 텔레그램 메시지의 신빙성을 흔들 수 있냐는 것이다. 올해 초까지 김 지사의 2심 재판을 맡았던 차문호 전 재판장이 "김 지사의 킹크랩 시연회 참석은 넉넉히 인정된다"고 말한 뒤 떠난 것도 변수다.

당시 특검 수사팀은 김 지사와 닭갈비 식사를 했다고 증언한 경공모 회원이 없는 점, 김 지사가 설령 닭갈비를 먹었더라도 시연회를 봤을 시간이 충분한 점, 드루킹이 김 지사 방문 전 킹크랩 시연회를 준비했던 점을 들며 "변호인의 주장은 3~4단계의 가정을 뛰어넘어야 성립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수사 보고서에 대해선 현재 특검팀 관계자들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2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18차 공판에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2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18차 공판에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김 지사의 변호인은 당장 허위보고서 부분부터 해명하라 지적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김 지사가 모든 혐의에서 벗어난다거나 특검 수사 자체가 부정되기엔 그를 옭아맨 성창호 판사의 1심 판결문과 수사 증거가 만만치 않다. 김 지사의 변호인은 그럼에도 "반드시 무죄를 받아낼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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