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의 '닭갈비 식사'가 2심 재판의 변수가 될 수 있을까. 김경수 경남지사의 변호인과 여권에선 '그렇다'며 특검을 몰아붙인다. 2016년 11월 9일 김 지사가 '드루킹(김동원)'의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파주 사무실(산채)에 방문해 경공모 회원과 닭갈비를 먹고 드루킹의 브리핑을 듣느라 킹크랩(매크로 프로그램) 시연회를 볼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댓글조작 자체를 몰랐다는 주장이다.
특검 "유죄에 영향 못줘" 변호인 "무죄 받아낼 것"
하지만 김 지사를 수사했던 당시 특검팀 관계자들은 킹크랩 로그기록이 나온 2016년 11월 9일, 김 지사가 산채를 방문했던 사실을 특정한 경위가 더 중요하다고 반박한다. 닭갈비 식사와 상관없이 김 지사가 시연회를 본 사실은 넉넉히 인정된다는 주장이다. 김 지사의 '닭갈비 카드'와 1심 유죄의 핵심 근거였던 특검의 로그기록이 부딪치는 상황이다.
"날짜 안나오면 김경수 기소 못합니다"
2018년 6월 27일. 60일의 수사기간을 부여받고 출범한 '드루킹 특검(허익범 특별검사)'은 수사 막판까지 김 지사가 산채에서 킹크랩 시연회를 본 날짜를 특정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드루킹을 포함한 경공모 회원들은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회를 봤다"고 했지만 시점이 엇갈렸다.
특검이 확보한 증언은 두 가지였다. 첫째로 김 지사가 2016년 가을께 산채를 방문해 시연회를 봤다는 것과, 둘째로 당시 시연회를 LG옵티머스 뷰2로 했다는 거다. 13명의 특검 파견 검사들 사이에선 "김경수가 산채에 간 날짜를 특정하지 못하면 기소는 못한다"는 말이 나왔다.
김경수 기소의 결정적 순간
반전은 김 지사 보좌관의 카드결제 내역에서 나왔다. 특검은 보좌관이 2016년 11월 9일 산채 근처에서 사용한 카드 내역을 찾았다. 그후 압수수색으로 받은 네이버의 로그기록을 보니 같은 날 저녁 8시 7분부터 23분까지 LG옵티머스 뷰2로 네이버 댓글을 조작한 흔적이 나왔다.
이후 김 지사를 소환해 김 지사의 구글캘린더를 확인했고, 2016년 11월 9일에 '드루킹 방문'이라 적힌 증거가 나왔다. 로그기록이 나온 시점에 김 지사는 산채에 있었다. 증언과 증거가 맞아 떨어졌다. 날짜가 특정됐고 특검 파견 검사들은 만장일치로 김 지사 기소를 결정한다. 당시 특검 관계자는 "김경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다. 확실한 증거가 없었다면 정권 초에 기소할 수 없었던 인물"이라 말했다.
김 지사의 1심 판결문에도 이와 관련해 "경공모 회원 우모씨(둘리)가 시연회 날짜를 특정하지 못하고 LG옵티머스 뷰2를 언급했는데 이후에 나온 로그기록이 일치해 진술의 신빙성이 높다"는 말이 나온다. 김 지사의 1심 판결 형량인 징역 2년(댓글조작)과 징역 10월·집행유예 2년(공직선거법 위반)은 이렇게 나왔다.
태평양 변호인단의 반격
현재 논쟁이 되는 닭갈비 식사는 김 지사가 법무법인 태평양(김성수 변호사 등)으로 변호인을 교체한 뒤 나왔다. 김경수의 반격이다. 변호인 측에선 김 지사가 당시 경공모 회원과 닭갈비를 먹어 시연회를 볼 시간이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새 쟁점이었다.
22일 법정에 나온 파주 닭갈비집 사장이 "경공모 회원들이 식당에서 먹었다"는 특검 수사보고서와 달리 "포장을 해갔다"고 밝힌 파장도 컸다. 닭갈비집 사장은 3년도 더 지난 일을 생생하게 기억했고, 그를 신문하던 변호인의 얼굴은 상기됐다. 변호인은 "특검이 실체적 진실을 찾기보다 한쪽 방향으로 몰고 가려다 보니 수사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거 같다"고 말했다.
"닭갈비 영향 없어" vs "반드시 무죄"
이제 남은 의문은 이 닭갈비 논쟁이 특검의 '로그기록'과 김 지사와 드루킹간 오간 수많은 시그널과 텔레그램 메시지의 신빙성을 흔들 수 있냐는 것이다. 올해 초까지 김 지사의 2심 재판을 맡았던 차문호 전 재판장이 "김 지사의 킹크랩 시연회 참석은 넉넉히 인정된다"고 말한 뒤 떠난 것도 변수다.
당시 특검 수사팀은 김 지사와 닭갈비 식사를 했다고 증언한 경공모 회원이 없는 점, 김 지사가 설령 닭갈비를 먹었더라도 시연회를 봤을 시간이 충분한 점, 드루킹이 김 지사 방문 전 킹크랩 시연회를 준비했던 점을 들며 "변호인의 주장은 3~4단계의 가정을 뛰어넘어야 성립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수사 보고서에 대해선 현재 특검팀 관계자들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 지사의 변호인은 당장 허위보고서 부분부터 해명하라 지적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김 지사가 모든 혐의에서 벗어난다거나 특검 수사 자체가 부정되기엔 그를 옭아맨 성창호 판사의 1심 판결문과 수사 증거가 만만치 않다. 김 지사의 변호인은 그럼에도 "반드시 무죄를 받아낼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