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외모보다 근육, 80㎏ 바벨 스쿼트하는 안소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안소현은 눈길 끄는 외모로 팬과 미디어의 관심을 받지만, ’선수로서 갈 길이 멀다 외모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느다“고 말했다. 정시종 기자

안소현은 눈길 끄는 외모로 팬과 미디어의 관심을 받지만, ’선수로서 갈 길이 멀다 외모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느다“고 말했다. 정시종 기자

요즘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안소현(25)에 쏟아지는 관심이 뜨겁다.

한국여자오픈서 큰 관심 쏟아져 #2부 투어 2승, 올해 풀시드 받아 #외모 얘기엔 오기, 실력으로 승부

안소현을 찍은 사진은 조회 수가 많이 나오고, 그의 이름은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도 자주 눈에 띈다. 골프계 ‘국민 여동생’, ‘걸 그룹 멤버’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그는 2부 투어에서 통산 2승을 거뒀고, 지난해 시드전 5위로 풀시드를 받았다. 올 시즌 다섯 경기에서 두 차례 컷 통과했다. 가장 좋은 성적은 44위, 상금 랭킹은 109위다.

성적이 그리 뛰어나지도 않은데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자 ‘실력이 아니라 외모로 승부하는 선수’라는 인터넷 댓글이 심심찮게 나온다. 안소현을 23일 만났다. 사진 촬영 얘기를 미리 해뒀는데, 화장이 안 한 듯 엷다.

안소현은 “외모, 솔직히 신경 안 쓴다. 사복이라면 모를까, 골프 경기복은 후원사가 주는 대로 입는다. 외모 생각하기에 선수로서 갈 길이 아직 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이어트는 해본 적도 없다. 소고기라면 끝도 없이 먹는다. 닭고기도 많이 먹고, 삼겹살은 2인분은 기본이고, 3인분, 4인분 계속 간다. 신지애 언니랑 친한데, 함께 먹으면 메뉴를 세 가지 이상 시킨다. 떡볶이도 즐겨 먹는다.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이다. 살을 찌우려면 운동해서 근육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여자오픈 2라운드에서 유소연(왼쪽)과 안소현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안소현은 ’유소연한테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정시종 기자

한국여자오픈 2라운드에서 유소연(왼쪽)과 안소현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안소현은 ’유소연한테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정시종 기자

안소현은 어릴 때 피아노와 축구를 했다. 부모님은 축구보다 낫겠다는 생각에 골프를 시켰다. 다른 아이들보다 시작이 늦었다. 골프채를 처음 잡은 게 12살, 선수를 하기로 마음먹은 건 14살 때다. 그의 동갑내기 선수들은 실력이 좋다. 세계 1위 고진영을 비롯해 김효주, 백규정, 김민선 등은 초등학교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쟁쟁한 동기들 때문에 기가 죽었던 걸까. 안소현은 “처음 대회에 나갔는데, 다른 애들이 60, 70대를 쳤는데, 나는 90대 쳤다. 그들과 나는 비교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주니어 시절, 프로 테스트 통과가 목표였지 성적을 생각할 수준이 아니었다. 프로가 된 뒤에도 실력 차가 커서 경쟁 상대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소현도 계속 뒤처진 채로 가고 싶지는 않다. 그는 2013년 프로가 된 뒤로 한동안 매일 7시간씩 헬스클럽에서 지냈다. 그는 “한때는 110㎏ 바벨로 스쿼트를 했다. 지금은 그 정도까지 들지 않지만, 그래도 80㎏ 정도는 10회 쯤 가뿐히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여자 프로골퍼를 주로 가르치는 골프 퍼포먼스 랩 함상규 트레이너는 “스쿼트 바벨 무게는 선수 평균이 65㎏ 정도, 최고가 95kg”라고 알려줬다. 안소현은 가장 멋을 내는 선수가 아니라, 가장 무거운 바벨을 드는 선수였던 거다.

안소현은 “지금 최고 선수는 아니지만, 늦게 시작한 것을 고려하면 스케줄대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골프가 좋고, 골프 선수라서 할 수 있는 (투어) 여행이 좋다. 일본, 미국, 유럽에도 가서 뛰고 싶다. 내 나름으로 열심히 하니까 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소현은

안소현은

지난주 한국여자오픈에서 안소현은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대한골프협회(KGA)는 안소현을 전 세계 1위 유소연, KLPGA 12승의 장하나와 같은 조로 묶었다. “실력 처지는 선수가 외모 덕분에 뛰어난 선수와 함께 뛴다”는 비판이 나왔다. 조 편성을 한 건 KGA와 중계 방송사인데, 아무런 잘못도 없는 그가 구설에 올랐다.

안소현은 “부담도 됐고 뒷말도 나왔지만, 잘 치는 선수들과 함께하면 배울 게 많다. 한국여자오픈은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유소연 언니가 ‘공을 너무 똑바로 치려고만 하지 말고 코스를 넓게 보라’고 말해줬다. 너무 잘 치길래 우승하라는 뜻에서 언니와 함께 손가락으로 1자를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언니가 진짜 우승해 기분 좋았다”고 말했다.

안소현은 “KLPGA 선수 중에 박결, 오지현 등은 나보다 훨씬 예쁘다. 중고등학생 때는 멋을 내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잘 모르는 선수라서 팬들이 호기심을 갖는 것 같다. 나에 대한 악성 댓글도 봤는데,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외모로 승부’ 등의 얘기에는 오기가 생긴다. 실력으로 (그런 평가를) 없애고 싶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