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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 대사도 찾던 대구 '치맥축제' 코로나로 결국 취소

중앙일보

입력

대구 두류공원에서 열린 대구치맥페스티벌에 참가한 외국인들. [사진 대구시]

대구 두류공원에서 열린 대구치맥페스티벌에 참가한 외국인들. [사진 대구시]

주한 미 대사와 중국 영사, 일본 영사 등이 대거 참가하는 대구의 대표 여름 축제인 '치맥페스티벌(이하 치맥축제)'이 올해 축제를 취소했다. 2013년 대구에서 치맥축제를 시작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여전하고, TK(대구·경북)에 아직 무증상 감염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는 게 치맥축제 취소의 이유다.

 대구시와 축제를 주관하는 한국치맥산업협회·2020 대구치맥페스티벌 조직위원회는 24일 "코로나19로 아쉽지만 치맥축제는 내년 여름을 기약해야 한다. 대신 무더위로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을 위해 닭고기 100t을 전달하는 기부 행사를 따로 열 계획이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세가 한창이던 지난 3월과 4월에도 대구에선 치맥축제를 연기하자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치맥축제 자체가 지역경제를 살릴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예산(10억여원)도 지역 축제 중엔 유일하게 삭감되지 않았다. 축제 일정을 늦춰서라도 열릴 것이라는 말이 많았었다. 대구시 관계자는 "한달 정도 늦춰 하려 했지만,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몰려드는 국제 규모의 축제인 만큼,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방역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취소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치맥축제엔 한번에 국내외 100만명 이상이 참가한다. 닭 43만마리, 맥주 30만L 정도를 닷새간 소비할 정도로 규모가 큰 축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유망축제’로 선정했을 정도다.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 대사가 재임 중이던 2015년과 2016년 치맥 축제에 참가했고, 이를 인연으로 2017년 1월 대구 명예시민이 되기도 했다. 축제 현장에선 치맥을 즐기면서 신나는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인기 가수 무대도 볼 수 있어 외국인들도 무리를 지어 찾는다.

 대구는 멕시칸치킨·교촌치킨·호식이 두마리 치킨 등 유명 치킨 브랜드를 여러 개 배출한 도시다. 파닭부터 카레 치킨까지, 브랜드만큼 다채로운 치킨 메뉴가 대구에서 개발됐다. 대구 사람들의 닭 사랑은 예전부터 유별났다. 기후도 한몫했다. 대구의 더위는 예부터 유명했다. 한여름이면 밤낮없이 푹푹 찌는 날이 이어진다. ‘찜통 도시’라는 말이 달리 나온 게 아니다. 더위에 지친 대구시민에게 최고의 보양식은 삼계탕이었다. 대구에는 지금도 30년 전통의 삼계탕집이 많다. 대구에서 치맥축제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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