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러시아 선박발 집단감염 비상…감천항엔 33척 더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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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 나온 러시아 선박 아이스스트림호가 23일 부산 사하구 감천부두에 정박중이다.송봉근 기자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 나온 러시아 선박 아이스스트림호가 23일 부산 사하구 감천부두에 정박중이다.송봉근 기자

부산에서 부산항에 드나드는 러시아 선박의 선원에 의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 21일 부산항 감천항에 입항한 러시아 선박의 선원 16명이 2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선박 바로 옆에 정박한 또 다른 러시아 선박 선원들이 두 선박을 왕래한 것으로 확인돼 러시아 선원의 추가감염이 우려된다.

22일 부산 감천항 러시아 선박에서 16명 확진 #바로 옆 러시아 선박 선원과 서로 왕래 확인 #두 선박 선원과 접촉한 국내 176명 격리조치

 보건당국은 이들 두 선박에서 하역작업, 세관 업무, 선박 수리 업무 등을 한 국내 인력을 총 176명으로 파악하고 자가격리 조치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일부는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당국은 이들을 대상으로 곧 진단검사를 할 예정이다.

 23일 국립부산검역소와 부산시에 따르면 22일 오후 부산 감천항에 정박 중인 러시아 선적의 냉동수산물 운반선인 아이스스트림호(3933t)에 있던 선원 21명 가운데 선장 등 16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나머지 5명은 음성 판정을 받고 선박 내에 대기 중이다.

 확진 판정을 받은 러시아 선원 16명은 이날 오전 부산의료원에 이송, 입원조치됐다. 부산시 관계자는 “러시아 선원들을 부산의료원에 입원시켜 국제법에 따라 무료로 치료해준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 나온 러시아 선박 아이스스트림호가 23일 부산 사하구 감천부두에 정박중이다.송봉근 기자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 나온 러시아 선박 아이스스트림호가 23일 부산 사하구 감천부두에 정박중이다.송봉근 기자

 아이스스트림호는 지난 1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항을 출항해 21일 오전 8시 감천항에 입항해 냉동수산물을 21~22일 이틀간 부산항에 하역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역소 측은 러시아 현지에서 아이스스트림호 선장과 선원들이 확진 판정을 받고 하선한 뒤 교대한 선장과 선원들이 부산항에 입항한다는 선박 대리점의 신고를 받고 선박에 승선해 특별검역을 벌인 결과 16명이 양성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검역소 측은 이 선박에 교대하지 않은 기존 선원 등이 포함돼 선박 내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이 선박 어창에서 하역작업을 한 항운노조원, 세관 직원, 선박 수리공, 도선사 직원 등 87명을 자가격리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국 선적 선박은 선원들이 하선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입항이 허용돼 선원들은 하선하지는 않았다.

 문제는 러시아 선원과 내국인의 추가감염이 우려된다는 점. 아이스스트림호 바로 옆에 같은 크기의 또 다른 러시아 선박인 아이스크리스탈호(3400t)가 정박해 선원과 국내 선박수리공 등이 서로 왕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역소 측은 이에 따라 아이스크리스탈호의 선원 21명을 상대로 23일 오전 진단검사에 들어갔다. 또 아이스크리스탈호에서 하역작업 등을 한 국내 접촉자 89명을 자가격리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 나온 러시아 선박 아이스스트림호가 23일 부산 사하구 감천부두에 정박중이다. 항만은 보안구역이어서 일반인의 접근이 불가능하다.송봉근 기자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 나온 러시아 선박 아이스스트림호가 23일 부산 사하구 감천부두에 정박중이다. 항만은 보안구역이어서 일반인의 접근이 불가능하다.송봉근 기자

 두 선박의 국내 접촉자 176명 중에는 하역작업을 한 항운노조원과 하역업체 관계자, 선박 수리업체 수리공, 도선사 직원, 세관과 수산물품질관리원의 공무원 등이 포함돼 있다. 보건당국은 곧 이들 가운데 유증상자 등을 상대로 진단검사를 벌일 예정이다.

다른 러시아 선박에 의한 감염도 우려된다.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23일 오전 현재 감천항에 정박 중인 67척의 선박 가운데 33척이 러시아 선적으로 밝혀졌다. 보건당국은 이들 모든 선박의 선원을 대상으로 진단검사를 할 수 없어  선박대리점에서 확진자 발생 등을 보고하면 승선해 특별검역을 한다. 다른 러시아 선박 선원의 감염 여부가 확인 안 된 상태에서 하역작업을 하는 국내 항운노조원 등이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유다.

 김인기 국립부산검역소장은 “확진자가 나온 선박 등 일단 두 선박의 선원과 하역작업 등을 한 항운노조 인력 명단 등을 모두 파악해 부산시 보건당국과 질병관리본부에 통보했다”며 “이들은 자가격리 상태에서 차례로 진단검사를 받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병선 부산시 보건정책과장은 “확진자가 나온 러시아 선박 선원과 접촉한 항운노조원 등에 대해 정확한 진단검사를 위해 시간을 두고 25일부터 검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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