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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패권 포기 아닌 진화…한국, 중국과 관계 신중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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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코로나 대변혁이 온다 ① 국제질서의 대전환 

에드윈 퓰너

에드윈 퓰너

‘패권 리셋’.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주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창립자 에드윈 퓰너(79·사진)는 현재 국제 질서를 이렇게 정리했다. 미국의 패권이 흔들리는 게 아니라 패권 국가의 개념이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를 삼키고 있는 지금, 미국과 세계 질서의 향방을 그에게 물었다. 연초 워싱턴 헤리티지재단 사무실에서 인터뷰한 뒤 추가로 e메일로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중앙일보·정책기획위 공동기획 ① 국제질서의 대전환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창립자 #“코로나로 한국 국제위상 키울 기회 #과거 집착말고 일본 적극 활용해야”

미국은 이제 패권 국가 지위를 포기하나.
“절대 그렇지 않다. 경제로 봐도, 군사력으로 봐도, 한국 등 각국과의 동맹으로 봐도 미국은 세계 1위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건 바뀌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도 그런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지금까지 세계 각국과 맺어온 관계를 근본부터 바꿨다. 미국은 세계의 경찰 노릇은 그만두겠다는 의지와 다른 국가를 위한 지출도 줄이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패권을 포기한 게 아니라, 진화시킨 것이다.”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하면 과거의 ‘세계의 경찰’ 미국이 돌아올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미 유권자들은 (지난 선거에서) 어느 진영의 대통령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과거의 미국이 했던 (세계의 경찰) 역할로 돌아가는 걸 원치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트럼프는 일관되게 (미국 패권의) 리셋(재조정) 작업을 해왔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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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의 패권 다툼은.
“모든 변화는 단계가 필요하며 미·중 관계도 그렇다.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무역 합의다. 트럼프는 계속해서 ‘우리는 평등하고 공정하며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규칙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한·중 관계는 한·미 관계처럼 발전할 수 없을 것이므로 중국과의 관계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한·미 관계는 어떻게 리셋될까.
“한·미 동맹은 여전히 중요한 핵심 사안이다. 하지만 (6·25전쟁 뒤) 70년이 흐른 지금 양국이 더욱 동등한 관계로 재설정해야 한다는 게 트럼프의 확고한 생각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한국 전망은.
“한국은 경제적으론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라는 성취, 정치적으론 민주주의라는 성과를 일궈냈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한국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기회의 창이 열렸다고 본다. 국제사회의 위상을 경제 규모에 맞춰 키울 기회 말이다. 중요한 건 변화에 대처하는 유연함이다.”
한국의 외교 전략은 어때야 할까.
“일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바란다. 물론 한·일 감정의 골은 잘 이해한다. 미국도 진주만 공격의 아픈 역사가 있다. 하지만 미국과 한·일은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다. 과거에 사로잡혀 현재를 잘 운용하지 못한다면 미래마저 어렵다.”  

워싱턴=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중앙일보·정책기획위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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