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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원옥 할머니에 매달 350만원 지원금, 가족은 몰랐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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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기부금품 회계 누락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의 양자 황모씨와 며느리 조모씨를 소환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길 할머니 가족은 앞서 고 손영미 정의연 마포 쉼터 소장이 길 할머니 계좌에 입금된 정부 지원금 등 뭉칫돈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 길 할머니 아들 부부 조사 #할머니통장 자금 흐름 추적 나서 #며느리 “뭉칫돈 빠져나간건 사실” #안성쉼터 판매한 건축업자도 소환

조씨는 1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16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에 알고 있는 부분을 정확하게 다 말했고,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길 할머니는 마포 쉼터에 머물러오다가 손 소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인 지난 11일 인천 연수구의 황씨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앞서 길 할머니의 손녀이자 황씨 부부의 딸은 손 소장의 사망 소식을 전한 지난 7일 중앙일보 기사에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소장님이 할머니 은행 계좌에서 엄청난 금액을 빼내서 다른 계좌에 보내는 등의 돈세탁을 한 것을 알게 됐다. 금액 쓴 내역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저런 선택을…’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러면서 ‘뒷배도 없이 그동안 돈을 빼돌린 것도 아닐 테고 뒷배는 윤미향이겠고…’라는 말도 덧붙였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비례대표로 당선되기 전까지 정의연 이사장과 그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대표를 지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중앙일보 기자와 만난 조씨도 해당 댓글이 사실과 다르지 않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그는 “어머님(길 할머니)께서 매달 110만~120만원 정도 받으시는 줄 알았는데, 매달 350만원씩의 지원금을 받으신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 이렇게 큰돈을 받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길 할머니 계좌에서 수천만원씩의 뭉칫돈이 빠져나갔다는 건 사실이라면서 “‘(손 소장에게)돈을 어디에 썼느냐’고 물었더니 ‘길 할머니께 가져다 드렸고 길 할머니가 다 썼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후 손 소장에게 ‘뼈를 깎는 아픔이 있어도 진실하게 해야 한다. (사용 내역을) 밝혀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고 말했다. 손 소장은 그 뒤 경기도 파주의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상태로 발견됐다.

황씨는 “내가 손씨에게 접근해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는 말도 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 어머니로부터도 목사인 나에게 선교하라고 매달 50만~60만원씩 주신 것을 받은 게 전부”라고 말했다.

정의연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 최지석)는 황씨 부부 진술을 확보한 데 이어 길 할머니 계좌의 자금 흐름 추적에 나섰다. 이에 대해 정의연 측은 “길 할머니 통장에서 (손 소장이) 개인적으로 돈을 빼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고가 매입 의혹이 제기된 정의연의 경기도 안성 쉼터 시공사 대표 김모씨도 전날 소환 조사했다. 김씨는 2012년 안성 쉼터를 지은 뒤 2013년 윤 의원에게 7억5000만원에 팔았다. 당시 안성신문 대표였던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 의원에게 김씨를 소개했다. 정의연은 최근 이 집을 매입가보다 3억원 이상 낮은 4억2000만원에 판 것으로 밝혀져 애초에 시세보다 비싼 값에 샀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씨는 앞서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에서 가장 좋은 벽돌을 써서 열심히 지었다”며 고가 매매 의혹을 부인했다.

이우림·정진호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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