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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원망 터뜨린 개성공단 입주사들 "이선권 불만 말해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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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실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 [연합뉴스]

17일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실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 [연합뉴스]

“원인은 우리 정부 측에서 만든 부분이 있습니다.”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실에서 열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관련 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 입주 회사 관계자들은 마스크를 쓴 채 ‘정부는 9.19 평양공동선언 즉각 이행하라!’는 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협회는 북한과 미국에 대한 규탄 의견을 밝히면서도 ‘남측 정부 책임이 크다고 보는 거냐’는 질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4.27 판문점선언과 9.19 공동선언 이행을 미국이 막은 것도 있지만 어쨌든 이행이 되지 않았다”며 “남측에 대한 북한의 분노가 있었고, 전단 살포 문제가 기폭제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회견을 주재한 정기섭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은 “남북 양 정부의 약속을 믿고 개성공단에 입주했고 공단 재개 희망을 놓지 않았던 우리 기업인들에게 현 사태는 우리의 억장을 무너지게 한다”며 “우리 민족의 통일과 평화를 염원하는 성역 같은 곳이다. 더 이상의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남북 양 정부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 “북한의 행위는 지나쳤고 자제되지 못했다"며 "폭파된 것을 보고 기뻐할 사람들은 북한의 발전을 싫어하는 사람들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리 같이 화해와 협력을 바라는 사람에겐 오히려 상처를 줬다는 것을 북한이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성공단협회 회원사 관계자 17명은 전날 연락사무소 폭파 소식을 듣고 이날 모여 긴급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에서는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회의 직후 만들어진 입장문 초안엔 북한과 미국에 대한 비판보다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 더 많았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기자회견에 몰린 취재진 [뉴스1]

개성공단기업협회 기자회견에 몰린 취재진 [뉴스1]

이후 최종 발표안에선 남ㆍ북ㆍ미의 행동을 지적하는 분량이 동등하게 실렸다. 협회 관계자는 “한국에 적을 두고 있는 기업이니 한국 정부에 대한 원망이 가장 크지 않겠느냐”며 “다만 과도한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자는 차원에서 비판 내용을 동등하게 맞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개성공단 입주사들은 연락사무소 폭발 외에 다른 정보가 없다는 점에 대해 답답해하는 분위기다. 정 위원장은 “공단 지원센터 건물엔 피해가 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남아있는 개별 공장에 대한 피해는 우리로서도 확인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사들은 현재 개성에 묶여 있는 설비 등의 자산 규모가 9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16년 철수된 뒤 일부 생산 시설을 다른 국가에 새로 만든 상태지만 ‘개성은 직원들과 말이 통하고 인건비 효율이 좋은 생산지’라는 게 이들 업체의 판단이다. 신한용 신한물산 대표는 “2018년 방문했을 때 김영철(노동당 부위원장)ㆍ리선권(외무상) 같은 사람들이 ‘개성공단 재개를 남측 정부가 고려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나한테도 했을 정도로 불만이 큰 것으로 느껴졌다”며 “정부가 그동안의 남북 합의를 선제적으로 이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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