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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길원옥 할머니 가족 "뭉터기로 돈 빠져나갔다" 檢진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정의기억연대 사무실 문이 닫혀있다. 연합뉴스.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정의기억연대 사무실 문이 닫혀있다. 연합뉴스.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기부금품 회계 누락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이 16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 아들 부부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길 할머니의 며느리 조씨는 1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어제 검찰 조사를 받고 밤늦게 왔다. 검찰 측에 알고 있는 부분을 정확하게 다 말했다”면서 “더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검찰이 아들 황모씨와 며느리 조씨를 소환 조사한 건 지난 6일 숨진 손영미(60) 정의연 마포 쉼터 소장의 돈세탁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길 할머니 손녀이자 이들 부부의 딸은 손씨의 사망 소식을 전한 중앙일보 기사(7일)에 ‘위안부 할머니 가족’이라면서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소장님이 할머니 은행 계좌에서 엄청난 금액을 빼내서 다른 계좌에 보내는 등의 돈세탁을 한 것을 알게 됐다. 금액 쓴 내역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저런 선택을...’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러면서 ‘뒷배도 없이 그동안 돈을 빼돌린 것도 아닐 테고 뒷배는 윤미향이겠고…’라는 말도 덧붙였다.

“월 350만 보조금, 소장은 알고 가족은 몰라” 

두 사람은 검찰에 길 할머니의 통장에서 빠져나간 돈 등에 대해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길 할머니 명의 계좌에서 다른 계좌로 돈이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하고 손씨 측에 거래 내역 등을 요구했다.

실제 조씨는 정의연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길 할머니가 350만원 정도의 정부 지원금을 받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고 했다. 조씨는 “이전까지 매달 110만~120만원 정도 받으시는 줄 알았는데 이번에 어머님께 매달 350만원씩의 지원금이 들어오는 걸 처음 알게 됐다”면서 “이렇게 큰돈을 받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손영미 소장에게) 어디다 돈을 썼느냐고 물었더니 어머니한테 가져다주면 어머니가 다 썼다고 했다”면서 “돈 욕심이 있어서 관심 갖는 거 같아 이전에는 어머님 통장 내역 등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지난 2017년 국민 모금으로 마련된 1억원도 받으셨는지 몰랐다”고 했다.

다만 조씨는 길 할머니 통장 계좌에서 수천만원씩 돈이 빠져나갔다는 건 사실이라면서 “해당 사실을 인지한 후 손 소장이 사망하기 전 ‘뼈를 깎는 아픔이 있어도 진실하게 해야 한다. (사용 내역을) 밝혀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고 했다. 손씨는 그 뒤 파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일각에선 “길 할머니의 아들이 손씨에게 접근해 돈을 달라고 요구해왔다”고 했지만 길 할머니의 아들 황씨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난 떳떳하다”면서 “어머님이 아들이 목사니까 선교하라고 매달 50만~60만원씩 주신 것이 전부”라고 했다. 하지만 황씨 부부는 “손 소장과 가족 같은 관계였다. 극단적인 선택을 할 줄은 전혀 몰랐다”면서 말을 아꼈다. 길 할머니는 손씨가 숨진 뒤 지난 11일 마포 쉼터를 떠나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아들 부부의 집에 머무르고 있다.

정의연 측 "개인적으로 돈 빼냈다는 것, 있을 수 없는 일" 

한편, 이런 주장에 대해 정의연 측은 “길 할머니 통장에서 (소장이) 개인적으로 돈을 빼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정의연의 계좌를 추적하고 있는 검찰은 이러한 진술을 바탕으로 길 할머니 통장의 자금 흐름을 수사 중이다.

이우림·정진호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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