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기부금품 회계 누락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이 16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 아들 부부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길 할머니의 며느리 조씨는 1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어제 검찰 조사를 받고 밤늦게 왔다. 검찰 측에 알고 있는 부분을 정확하게 다 말했다”면서 “더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검찰이 아들 황모씨와 며느리 조씨를 소환 조사한 건 지난 6일 숨진 손영미(60) 정의연 마포 쉼터 소장의 돈세탁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길 할머니 손녀이자 이들 부부의 딸은 손씨의 사망 소식을 전한 중앙일보 기사(7일)에 ‘위안부 할머니 가족’이라면서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소장님이 할머니 은행 계좌에서 엄청난 금액을 빼내서 다른 계좌에 보내는 등의 돈세탁을 한 것을 알게 됐다. 금액 쓴 내역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저런 선택을...’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러면서 ‘뒷배도 없이 그동안 돈을 빼돌린 것도 아닐 테고 뒷배는 윤미향이겠고…’라는 말도 덧붙였다.
“월 350만 보조금, 소장은 알고 가족은 몰라”
두 사람은 검찰에 길 할머니의 통장에서 빠져나간 돈 등에 대해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길 할머니 명의 계좌에서 다른 계좌로 돈이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하고 손씨 측에 거래 내역 등을 요구했다.
실제 조씨는 정의연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길 할머니가 350만원 정도의 정부 지원금을 받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고 했다. 조씨는 “이전까지 매달 110만~120만원 정도 받으시는 줄 알았는데 이번에 어머님께 매달 350만원씩의 지원금이 들어오는 걸 처음 알게 됐다”면서 “이렇게 큰돈을 받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손영미 소장에게) 어디다 돈을 썼느냐고 물었더니 어머니한테 가져다주면 어머니가 다 썼다고 했다”면서 “돈 욕심이 있어서 관심 갖는 거 같아 이전에는 어머님 통장 내역 등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지난 2017년 국민 모금으로 마련된 1억원도 받으셨는지 몰랐다”고 했다.
다만 조씨는 길 할머니 통장 계좌에서 수천만원씩 돈이 빠져나갔다는 건 사실이라면서 “해당 사실을 인지한 후 손 소장이 사망하기 전 ‘뼈를 깎는 아픔이 있어도 진실하게 해야 한다. (사용 내역을) 밝혀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고 했다. 손씨는 그 뒤 파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일각에선 “길 할머니의 아들이 손씨에게 접근해 돈을 달라고 요구해왔다”고 했지만 길 할머니의 아들 황씨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난 떳떳하다”면서 “어머님이 아들이 목사니까 선교하라고 매달 50만~60만원씩 주신 것이 전부”라고 했다. 하지만 황씨 부부는 “손 소장과 가족 같은 관계였다. 극단적인 선택을 할 줄은 전혀 몰랐다”면서 말을 아꼈다. 길 할머니는 손씨가 숨진 뒤 지난 11일 마포 쉼터를 떠나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아들 부부의 집에 머무르고 있다.
정의연 측 "개인적으로 돈 빼냈다는 것, 있을 수 없는 일"
한편, 이런 주장에 대해 정의연 측은 “길 할머니 통장에서 (소장이) 개인적으로 돈을 빼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정의연의 계좌를 추적하고 있는 검찰은 이러한 진술을 바탕으로 길 할머니 통장의 자금 흐름을 수사 중이다.
이우림·정진호 기자 yi.wool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