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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때리기'에만 집중하는 北…트럼프, 이번엔 반응 보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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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담화를 내고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담화를 내고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측의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는 16일 오후 2시 50분 이뤄졌다. 이는 남북 관계의 상징인 개성 연락사무소가 13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예고한 대로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연출하기 위해 한낮 시간대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같은 시각 미국 워싱턴DC는 오전 1시 50분, 새벽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잠들어 있는 시간을 골랐다는 건 북한이 당분간 미국보다는 남측을 주요 타깃으로 삼겠다는 선언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 북한은 지난 3~4월 단거리 발사체 발사시험을 할 때 주로 이른 오전에 단행했고, 2017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은 새벽에 해왔다.

북한은 이달 초부터 ‘남측 때리기’로 돌아섰다는 신호를 일관되게 내 왔다. 지난 4일 김여정 제1부부장의 탈북자·대북전단(일명 삐라) 비난부터 장금철 통일전선부장(13일), 김여정의 2차 담화(13일)까지 이어지면서다.

북한의 이런 대남 강경책 선회는 11월 3일 대선을 5개월 남겨 놓고 미국을 움직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여론조사에서 쫓기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대선을 앞두고 북한과 (어설프게 합의하는)‘배드 딜’을 하는 것이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기에 쉽게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북한도 이를 알고 수위 조절을 하는 선에서 ‘한국 때리기’로 존재감을 알리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서는 싱가포르 정상회담(2018년)과 하노이 정상회담(2019) 등 두 차례에 걸쳐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자’를 한 셈이다. 이런 마당에 대선 전 미국을 직접 겨냥한 ICBM 도발은 유리한 선택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한국을 통해 우회적으로 미국을 불편하게 만들겠다는 구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만은 아직 직접적인 비난을 자제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에 대해서는 ‘미친 개’(2019년 11월)라고 원색 비난을 한 적이 있다.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북한으로서는 정상급 대화를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나고 있다. [뉴시스]

일각에서는 북한이 대남→대미 도발로 강도를 높여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영향을 주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11월 대선 직전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로 다급한 트럼프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로 이끈다는 시각이다. 김 위원장이 아버지·할아버지 대의 ‘올드 플레이 북’을 충실히 따른다면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미 대선이 있는 해에 북한이 자기 어젠다를 미국의 정책 테이블 위에 올리기 위해 다양한 게임을 벌였던 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이번 대선은 지난해까지도 북·미 정상이 만났던 만큼 기존과는 사뭇 다르고, 대미 도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도 “북한이 도발을 한다 해도 미 대선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대선 레이스에 올인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한, 최대한 북한 문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며 상황을 끌고 갈 가능성이 높다. 미 국무부도 북한을 크게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구두 경고에 그치는 정도다. 국무부 대변인실은 이달 초부터 “북한에 실망했다”며 “외교와 협력의 길로 돌아오기를 바란다”는 논평을 반복하고 있다.

한편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과 한국은 같은 민족”이라며 “중국은 가까운 이웃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기를 일관되게 희망한다”고 논평했다.

이유정·백희연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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