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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고문 하냐"…프리랜서 50만원 준다더니 서울시 '통화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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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특수고용, 프리랜서 지원 신청자들이 진행 상황, 지급에 관해 문의할 곳이 없다며 서울시 홈페이지 뉴스란 댓글에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19 특수고용, 프리랜서 지원 신청자들이 진행 상황, 지급에 관해 문의할 곳이 없다며 서울시 홈페이지 뉴스란 댓글에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홈페이지 캡처]

대리기사 김모(51)씨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손님이 절반 이하로 줄어 생활고를 겪고 있다. 김씨는 서울시가 코로나19 피해를 본 특수고용·프리랜서에게 특별지원금 50만원을 지급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7~8가지 서류를 준비해 신청했다. 지난달 22일 이메일 접수 뒤 곧바로 접수 완료 답신 메일을 받고 결과를 기다렸지만,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서울시 특고·프리랜서 지원금 지급 논란 #“공지 없이 지급일 늦어져 답답” 호소 #서울시 “심사에 시간 소요, 인력 역부족” #15일 9800명에게 지급, 나머지는 다음주

 김씨는 “6월 5일까지 지원금 지급을 마친다고 해 그날만 손꼽아 기다렸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입금은커녕 진행 상황에 관한 어떤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속상해했다. 그는 “요건이 안 돼 탈락한 건지, 선정됐다면 입금은 언제 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담당 부서에 전화하면 계속 통화 중”이라며 “50만원이라도 받아 어떻게든 생활하려는 사람들을 거지 취급하는 것 같다. 공지만 있어도 기다릴 텐데 주변 동료들에게 물어봐도 답답해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방과 후 교사, 대리운전 기사, 문화센터 강사, 스포츠 강사, 보험설계사, 공연관계자, 관광 가이드 등 특수형태 근로자와 프리랜서에게 현금 50만원씩 지원하겠다며 지난달 6일부터 신청을 받았다. 2020년 5월 4일 기준 주민등록상 주소가 서울이면서 중위소득 100% 이하인 1만 7800여 명이 대상자다. 지원금을 받으려면 고용보험 미가입 상태여야 하며 2월 23일에서 5월 4일까지 20일 이상 일을 하지 못했거나 올해 3~4월 평균수입이 1~2월 또는 전년도 월평균 소득금액과 비교해 30% 이상 줄었어야 한다.

서울시는 지난달 3일 방과 후 교사, 대리운전 기사, 문화센터 강사, 스포츠 강사, 보험설계사, 공연관계자, 관광 가이드 등 특수형태 근로자와 프리랜서에게 현금 50만원씩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서울시]

서울시는 지난달 3일 방과 후 교사, 대리운전 기사, 문화센터 강사, 스포츠 강사, 보험설계사, 공연관계자, 관광 가이드 등 특수형태 근로자와 프리랜서에게 현금 50만원씩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서울시]

 서울시는 지난달 3일 이 계획을 발표하며 “생계수단이 일시적으로 끊긴 특고·프리랜서 노동자에게 단비 같은 빠른 지원을 펼치기 위해 현금으로 지급하며 늦어도 6월 5일까지는 입금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별다른 공고 없이 예정된 지급일보다 열흘 늦은 지난 15일에야 9800명에게 1차 지원금이 나갔다. 나머지는 다음 주 지급될 예정이다.

 서울시 홈페이지 뉴스란의 ‘고용보험 안 되는 프리랜서·특수고용직에 50만원 지원’ 글에는 16일까지도 “당장 돈이 급한데 마지막까지 사람 피를 말린다. 종일 알림 앱만 켰다 껐다 정말 복장이 터진다.” “전화를 200통 해도 통화 중이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 외에도 “희망 고문이다” “늦으면 늦다 안 되면 안 됐다 무슨 말이 있어야지 온갖 서류를 갖다 바치게 해놓고 뭐 하는 것이냐” 등 서울시의 일 처리를 질타하는 댓글이 수십 개 올라왔다.

고용노동부가 특수고용직 종사자 등에게 지급하는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은 지자체 지급분을 제외하고 받을 수 있다. 뉴스1

고용노동부가 특수고용직 종사자 등에게 지급하는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은 지자체 지급분을 제외하고 받을 수 있다. 뉴스1

 이에 관해 서울시 관계자는 “원래 5일까지 지급 예정이었지만 이메일·현장 접수 등으로 3만 5000여 명이 몰리다 보니 일일이 요건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해명했다. 전산시스템 개발 등 행정비를 최대한 아껴 지원을 늘리려고 수작업으로 하고 있다고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찌감치 심사를 끝냈지만, 서류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신청자가 많아 소득순으로 한 번에 지급하려다 보니 늦어졌다”고 말했다.

 소득 하위 순으로 지급해야 하는데 예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일부만 먼저 지급하면 나중에 예산이 모자랄까 봐 부족한 서류를 다 받을 때까지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홈페이지 등에 지급 연기 공지를 따로 하지 않은 이유에 관해서는 “연이은 야근에 기간제 직원 57명을 투입했는데도 문의를 소화하기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특고·프리랜서 지원 공고 역시 지자체 중 가장 늦어 당시 문의가 빗발쳤다. 서울시는 공고가 늦은 이유에 관해 국비 예산이 한정돼 있고 지원이 필요한 인원은 많아 시비 추가 등 예산을 조정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업 예산은 89억원이며 서울시는 추가 예산을 마련해 지급 대상을 더 늘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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