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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노랫말] 김종진 “찬란한 미래보다 더 절절한 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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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브라보 마이 라이프 나의 인생아”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58)이 꼽은 ‘내 인생의 노랫말’입니다. 2002년 1월 발표한 7집 타이틀곡으로 40대에 접어든 이들의 심경을 담은 노랫말로 큰 사랑을 받은 곡이죠. 지금도 많은 분들이 지친 삶을 달래줄 위로가 필요하거나 앞으로 나아갈 용기가 필요할 때면 찾아 듣는 곡이기도 합니다.

1998년 IMF 경제 위기로 온 국민이 힘들 때 그는 이혼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에 좌절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샤워를 하던 도중 불현듯 멜로디와 노랫말 한 소절이 떠올랐고, 그는 그 길로 전태관에게 달려갔습니다.

“태관, 들어봐. 이 노래는 나의 인생에 대한 찬미야. 지금까지 브라보는 다 무대 위 스타에게 잘했다고 보낸 갈채지만, 이제 내가 무대 위에서 주인공이 되는 거야. 얼마나 좋은 노래야.” 전태관은 “잘 만들어보자”고 화답했고, 그 뒤로도 꼬박 2년을 투자해 완성한 앨범입니다.

“찬란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라고 힘차게 외쳤던 그는 이제 “지금껏 달려온 너의 용기를 위해”라고 나지막이 속삭입니다. 날이 갈수록 그동안 내디딘 한 걸음 한 걸음이 더 절절하게 다가오는 탓입니다. 많은 이들이 이 곡을 주문처럼 되뇌는 것도 같은 이유일 테죠.

1986년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로 음악 인생을 시작한 그의 곁에 남은 것은 이제 원년멤버 장기호와 박성식뿐입니다. 안타깝게도 유재하ㆍ김현식ㆍ전태관 등 소중한 친구를 차례로 먼저 떠나보냈죠.

“매사에 소멸하지 않는 건 없더라고요. 저희는 활짝 폈었고, 이제 자연스럽게 밴드의 죽음을 준비하고 있어요. 하지만 슬프지는 않아요. 나무도 풍성하게 자랄 때는 솟구치는 힘이 있지만, 나이가 들면 축 처지면서 그늘도 만들어주고 그 아래 사람들이 모이기도 하잖아요.”

이제 후배들과 함께 봄여름가을겨울 류의 음악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그는 홀로 카메라 앞에 섰지만 외로워 보이진 않았습니다. 윤종신ㆍ윤도현ㆍ황정민 등 다양한 친구들이 참여한 30주년 헌정 앨범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2018), 빛과 소금 장기호ㆍ박성식과 함께 만든 미니앨범 ‘리유니언’(2019) 등 그의 음악적 동반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었으니까요.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영상=김지선ㆍ정수경, 그래픽=우수진

내 인생의 노랫말

가수들이 직접 꼽은 자신의 노랫말입니다. 시대와 장르의 경계를 넘어 가수와 청중에게 울림이 컸던 인생의 노랫말을 가수의 목소리로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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