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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자율주행ㆍ배송로봇에 필수인 이 기술, 카카오ㆍ네이버가 꽂혔다

중앙일보

입력

‘난 대체 어디에 있나.’ 이걸 알려주는 기술에 카카오·네이버·쏘카 같은 국내 테크 기업들이 꽂혀 있다. 자율주행, 배송 로봇, 스마트 주차 등에 필수인 ‘정밀 위치 측정(측위)’을 놓고 3사의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

공통 과제는 실내ㆍ빌딩숲ㆍ터널 등 ‘위성항법장치(GPS) 안 되는 곳’에서 정확한 위치 찾기. 접근 방식과 적용하려는 분야는 회사마다 제각각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내비 데이터를 분석해, 이용자 경로 이탈이 잦은 구간을 찾아냈다.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는 내비 데이터를 분석해, 이용자 경로 이탈이 잦은 구간을 찾아냈다.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경로를 이탈했습니다, GPS 끊겨서’

왜 운전하다 길을 잃을까.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사 내비게이션에서 ‘경로 이탈 및 재설정’이 자주 일어나는 구간을 분석해 봤다. 도로 구조가 복잡하거나, 터널 진입으로 GPS 신호가 끊겨 ‘내가 어딘지’를 놓치는 곳들이었다. 복잡한 길은 내비 화면 UX를 개선하면 됐지만, 터널은 또 다른 문제였다.

카카오는 GPS의 한계를 극복할 측위 기술 'FIN'을 여기에 적용했다. FIN은 이동통신사들의 LTE 신호 패턴에 기반을 둬 위치를 찾는 기술이다. 특정 지역에서 평소 발생하는 LTE 신호 패턴을 대량 분석해 일종의 ‘LTE 신호 지도’를 그린 다음, 이를 내 스마트폰에 잡히는 LTE 신호와 비교해 현재 위치를 찾는다. 카카오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이택진 박사팀이 공동 연구·개발했다.

길 잃어 ‘경로 이탈’ 많은 곳 보니. 그래픽=신재민 기자

길 잃어 ‘경로 이탈’ 많은 곳 보니. 그래픽=신재민 기자

회사는 통행량이 많은 터널을 살펴, 서울 강남순환로 3개 터널에 FIN 기술을 우선 적용했다. GPS가 잡히지 않는 터널 속을 4~5㎞ 달리다 빠져나와 곧바로 갈림길을 만나는 구간이다. 터널 안에서부터 미리 정확한 차선을 택해야 하고, 잘못 들어서면 10㎞ 이상 돌아가야 한다. 카카오내비 안드로이드 최신판(3.42버전 이상)에 이 구간들의 FIN 기술을 적용했더니, ‘경로 재탐색’ 비율이 10% 줄었다.

카카오 기술, ‘내비’와 ‘자율주행 호출’에 유용 

FIN 기술 상용화를 총괄한 전상훈 카카오모빌리티 로케이션 파트장은 이를 “일종의 퍼즐 맞추기”라고 설명했다. 복잡한 신호 패턴을 자세히 그린 뒤, 내가 가진 한 조각이 그림 전체에서 어느 부분인지 맞추는 식으로 위치를 파악한다는 얘기다.

블루투스나 와이파이를 활용한 측위 기술도 있는데, 왜 LTE 기반일까. 전 파트장은 “와이파이·블루투스 기반 측위는 정확도가 높지만, 주변 상황에 민감하거나 별도 설비가 필요하다”며 “우리 서비스 사용자에 적합한 방향으로 접근한 것이 LTE 기반 측위 기술”이라고 말했다. “용도에 따라 레이더·와이파이·LTE를 융합하면 측위 정확도는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FIN은 사용자의 스마트폰 외에 별도의 장비가 필요 없다. GPS 정확도가 떨어지는 도심의 빌딩 숲 속에서  내가 있는 곳으로 차량을 호출할 때도 유용하다. 카카오의 사업 분야와 결이 닿는다.

GPS 신호가 끊기는 터널 안에서 LTE 기반 위치를 알려주는 FIN 기술.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GPS 신호가 끊기는 터널 안에서 LTE 기반 위치를 알려주는 FIN 기술.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네이버, 쇼핑·물류 활용 주목

네이버는 ‘이미지 기반 측위(visual localization)’에 집중하고 있다. 특정 지역의 시각 정보로 ‘여기가 어딘지’를 찾아내는 기술이다. 쇼핑ㆍ물류 자동화와 연관성이 높다. VL 기술을 로봇에 적용하면, 복잡한 매장이나 물류센터에서 로봇이 스스로 길을 찾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는 네이버의 기술 로드맵 ‘A시티’와 연결된다. 네이버의 연구 자회사인 네이버랩스의 석상옥 대표는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자율주행·인공지능(AI)·로봇 등 신기술을 융합한 스마트 도시를 구현하겠다”고 발표했다. 측위는 이를 위한 핵심 기술 중 하나다. 네이버는 “제2 사옥을 ‘로봇 친화형 빌딩’으로 짓고 있는데, 여기에 VL 기술이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사진에서 특징점을 추출해 내 위치를 측정하는 '이미지 기반 측위' 기술. 사진 네이버랩스

사진에서 특징점을 추출해 내 위치를 측정하는 '이미지 기반 측위' 기술. 사진 네이버랩스

네이버랩스는 지난 4월부터 측위 기술 경연대회를 벌이는 중이다. 국내 대학·대학원 연구진에게 실내외 영상 데이터를 주고, 3개월간 VL 기술을 활용해 위치 측정 정확도를 겨룬다. 수상팀들에 상금과 인턴 기회, 채용 시 서류 전형 통과 등의 특전을 준다.

쏘카, ‘편광 측위’ 업체 인수

차량 공유업체 쏘카는 지난해 정밀 측위 스타트업 ‘폴라리언트’를 인수했다. 2015년 설립된 회사로, 빛이 진동하며 나아가는 편광 현상을 이용해 사물의 3차원 위치를 측정하는 기술을 보유했다. 창업 초부터 네이버,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배우 배용준 씨 등에게 투자를 받았다. 창업자인 장혁 폴라리언트 대표는 지난 4월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의 ‘30 under 30’ (30세 이하 30명 리더)에 선정되기도 했다.

폴라리언트의 편광 측위 기술은 편광판 등 별도의 기기를 부착해 사용할 수 있다. 지하 주차장같이 GPS 신호가 잡히지 않지만 정밀한 위치 파악이 필요한 곳에 유용하다. 쏘카 측은 “폴라리언트의 연구진이 쏘카의 자율주행과 스마트 주차 등의 분야 기술 개발을 맡고 있다”고 했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한국의 실리콘밸리,판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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