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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서초동에 부는 AI 바람…리걸테크가 온다

중앙일보

입력

온라인으로 법률 상담을 제공하고 의뢰인과 변호사를 매칭해주는 플랫폼 '로톡'에선 지난 4월 한 달간 1만5000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월 8000건 수준이었던 상담 건수가 올해 초부터 폭발적으로 늘었다.

서비스를 만든 정재성 로앤컴퍼니 부대표는 "쇼핑, 독서 등을 온라인으로 하는 데 익숙해진 사람들이 이제는 비대면 법률 서비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웹으로 구동되는 로톡은 중장년층인 45~65세 이용자 비중이 전체 이용자 중 약 30% 정도 차지할 만큼 높다는 것도 특징이다. 예전처럼 지인 혹은 광고로 알게 된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는 대신, 모바일 앱으로 해당 분야 변호사와 법률 정보를 먼저 찾아보는 중년이 늘었다는 얘기다. 로앤컴퍼니는 올해 안에 화상 법률 상담도 출시할 예정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웹으로 구동되는 로톡은 중년층인 4050세대들의 이용 비중이 2030세대만큼이나 높다는 것도 특징이다. 예전처럼 지인 혹은 광고로 알게된 변호사 사무실로 찾아가는 대신, 모바일 앱으로 해당 분야 변호사와 법률 정보를 먼저 찾아보는 것이다. [로톡]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웹으로 구동되는 로톡은 중년층인 4050세대들의 이용 비중이 2030세대만큼이나 높다는 것도 특징이다. 예전처럼 지인 혹은 광고로 알게된 변호사 사무실로 찾아가는 대신, 모바일 앱으로 해당 분야 변호사와 법률 정보를 먼저 찾아보는 것이다. [로톡]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법률 관련 서비스를 온라인·모바일로 제공하는 '리걸테크(Legal Tech·법무와 기술의 융합) 서비스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언택트'(비접촉) 법률 서비스가 저렴한 비용과 편리한 서비스로 관심을 끄는 것.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리걸테크 스타트업들은 인공지능(AI) 기술로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법률 서비스 시장은 대부분 오프라인 기반이었다. 법률 상담, 문서 작성부터 재판 준비까지 모두 사람과 대면해서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수년 전 등장하기 시작한 리걸테크 서비스들은 대부분의 과정을 디지털로 해결한다.

법률 플랫폼 '머니백'은 이름 그대로 떼인 돈을 받아내는 '지급 명령' 서비스를 제공한다. 앱이나 웹페이지에서 대여금, 상대방 인적 사항 등을 입력하면 쉽고 빠르게 떼인 돈을 받을 수 있게 설계 돼 있다.

머니백 사이트 화면. 모바일로 쉽고 편하게 떼인 돈을 지급받을 수 있다. [머니백]

머니백 사이트 화면. 모바일로 쉽고 편하게 떼인 돈을 지급받을 수 있다. [머니백]

박의준 머니백 대표는 "대부분의 의뢰인이 수백만 원 정도의 소액을 돌려받기 위해 지급명령 신청을 하기 때문에 이용료를 저렴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머니백은 기존 변호사·법무사에게 소비자들이 내던 비용의 5분의 1 수준으로 가격을 낮췄다.삼성전자 연구소 출신 변호사인 박 대표는 개발자 4명과 함께 머니백 플랫폼을 개발했다.

'로톡'에서는 이용자들이 이 사이트에 등록된 변호사 2000명 중 자신이 원하는 변호사를 골라 상담받을 수 있다. 사이트에서 '변호사 찾기'를 누르면 이혼·상속과 같은 가사 재판부터 성범죄·명예훼손 등 형사 재판 등 각 분야 전문 변호사들이 나온다. 전화·방문 상담 비용과 함께 다른 사람들의 이용 후기도 나와 있다. 모바일로 원하는 가게를 찾아 이용한다는 점에서 법조계의 '배달의민족' 같기도 하다. 로톡을 만든 로앤컴퍼니는 지난해 7월 14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변호사들의 업무를 돕는 일종의 B2B(기업간거래) 플랫폼도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스타트업 인텔리콘이 개발한 '유렉스'는 300만건이 넘는 법령·판례·조례를 인공지능 기술의 일종인 '딥러닝'(Deep learning)으로 학습했다. 변호사가 관련 키워드나 해당 사건의 주요 내용을 입력하면 유렉스가 우선 검토할 법령과 판례까지 제시해준다. 인공지능이 인간 변호사의 업무를 보조해주는 셈이다.

스타트업 리걸텍이 만든 '엘박스'는 '법조계의 구글'을 꿈꾸는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은 20만건이 넘는 판결문부터 논문, 기사 등을 검색할 수 있는 포털이다. "법률 시장에서도 데이터 산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진 대표가 지난해 만들었다. 엘박스의 목적은 변호사들이 법률 정보를 검색하는 데 들이는 수고를 줄이고 본연의 업무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연말까지 30만건 이상의 판결문을 학습하고 검색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다.

국내 주요 리걸테크 서비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내 주요 리걸테크 서비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리걸테크 스타트업들은 개발자를 대거 영입하고 인공지능 회사를 인수하면서 기술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일부 '인간 변호사' 업무를 이런 리걸테크가 대체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인텔리콘이 개발한 인공지능 계약서 분석 시스템 '알파로'는 계약서상 법률 쟁점과 주의 사항을 수초 만에 분석한다. 계약서에 포함됐어 하는데 누락된 내용을 지적해주고 관련 법적 근거, 대처 방법까지도 제시한다.

스타트업 리걸인사이트가 3월 출시한 서비스 '마시멜로'도 계약서 자동 작성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용자가 원하는 계약 내용을 입력하면, 인공지능 기술이 최적의 계약서 템플릿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근로계약서·위탁용역계약서 등 250개 계약서 템플릿을 무료로 추천한다. 정재훈 리걸인사이트 대표는 "변호사 수가 늘었다 해도 법률 서비스는 여전히 접근 장벽이 높다"며 "법률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1심 기준 민사 소송 중 70%가 변호사 선임 없이 재판에 임하는 '나홀로 소송'이었다. 리걸테크 서비스들은 변호사 수요는 있지만 높은 수임료 때문에 변호사를 선뜻 찾지 않았던 사람들을 주목하고 있다. 정재성 로앤컴퍼니 부대표는 "형량 예측 서비스, 법률 문서 자동 작성 서비스 등을 출시해 법률 서비스의 범위 자체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도 지난 3월 리걸테크 시장에 뛰어들었다. 전문가와 이용자를 매칭해주는 '지식인 엑스퍼트' 서비스에 법률 분야를 추가한 것이다. 이용자가 원하는 변호사를 선택하면 네이버 플랫폼에서 상담료까지 결제할 수 있다.

그러나 네이버가 자신들의 플랫폼에서 변호사를 중개해주는 방식이 변호사법을 위반한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현행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동업을 금지하고 있다. 동업으로 발생한 보수나 이익의 분배도 금지된다. 사무장이나 브로커를 통한 영업 알선을 막기 위한 법 조항이다. 네이버가 변호사 알선 대가로 가져가는 수수료 5.5%가 문제될 여지가 있는 것.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이 문제로 네이버를 검찰에 고발하는 것을 검토했으나 이달초 입장을 바꿨다. "5.5% 수수료는 결제 대행 서비스를 제공한 데 대한 실비 변상의 목적"이라는 네이버의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변호사법의 동업 금지 조항이 리걸테크 산업 발전을 막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변호사 자격증이 없으면 수익 모델을 만들기 어려운 리걸테크에 비(非)법조인들이 뛰어들 이유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 리걸테크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변호사 출신이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리걸테크 산업 진흥을 위해 지난해 변호사와 비변호사간 동업금지 및 이익분배 금지규정을 완화하는 입법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조계의 반발로 발의조차 되지 못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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