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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해당행위""완장질"…'친낙 vs 반낙' 싸움이 심상찮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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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낙연 민주당 의원이 지난 달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임현동 기자

이낙연 민주당 의원이 지난 달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8월 전당대회(전대)를 앞두고 '이낙연 대 반(反)이낙연' 구도가 그려지면서 갈등이 표출하고 있다.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건 당권-대권 분리 문제다.

반낙, 당권·대권 분리 입장 내려다 #이낙연 측 강력 항의에 없던 일로 #친낙 “특권 달라고 한 적 없는데” #당내 견제 커지자 불만 목소리

지난 8일 이낙연 의원 측 A인사는 당내 진보 성향 의원들 모임 '더좋은미래' 소속 B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 B의원은 다른 의원 3명과 함께 대선 주자들의 당권 도전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모아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에게 전달하려던 참이었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두 사람이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나눈 대화 내용은 이렇다.

▶A인사=대선 주자가 당권에 도전하는 것이 모두 가져가는 것처럼 왜곡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B의원=걱정하는 목소리를 전달하려는 것뿐이다. 의원들을 단속한다든지, 압박하는 것은 안 좋다.
▶A인사=언론에 알려질 수 있다. 해당행위고 분파주의적 행동으로 비칠 수 있다.
▶B의원=그렇다면 나는 빠지겠다. 하지만 '해당행위'란 표현은 유감이다.

홍영표(왼쪽), 우원식 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홍영표(왼쪽), 우원식 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B의원은 주변에 "아무리 1위 대선 주자 측근이라지만 너무 한다. 벌써 '완장질'을 하는 건가"라며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A인사는 또 다른 당권 주자 홍영표 의원을 돕는 C의원에게도 전화해 "이 의원이 전대 출마 결심을 이미 굳혔는데 이제 와서 대선 주자의 당권 도전에 부정적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늦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지난 10일 열린 더좋은미래 정례모임에선 이 의원 측 항의 전화를 받은 의원들의 성토가 있었다고 한다. 이에 모임 수장 격인 우상호 의원이 "진정하시라. 전화를 걸어 설명한 것은 소통을 위해 노력한 것"이라면서 분위기를 정리했다. 더좋은미래는 이날 당권-대권 분리 문제에 대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 의원 측의 불만도 적지 않다. 이 의원 측 인사는 "이 의원은 한번도 당에 특권을 달라고 한 적이 없다"며 "총선 때 당이 불러서 상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는데 이제 '당권 대권 다 욕심낸다'는 프레임을 만드는 건 이 의원의 출마 진의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권 경쟁 구도가 이낙연 대 반이낙연 만으로 단순화하지 않을 조짐도 있다. 지난 10일 이 의원과 비공개 회동한 우원식 의원은 1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부겸 전 의원 출마로 '반낙(반이낙연) 연대'가 형성됐단 얘기가 있는데 내가 의도치 않은 것이다. 나는 독자적으로 간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기본소득이 전국민 고용보험과 택일의 문제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했다. 김 전 의원이 "기본소득 논의에 앞서 고용보험이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배치된다.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 김현동 기자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 김현동 기자

이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대가 과열 양상을 보인다"는 물음에 "그렇게 보지 않는다. 많은 의원이 국가와 국민과 당을 위한 충정 어린 고민을 말씀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당내 견제가 거세지는 상황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는 "총선 이후 (지지율이) 10% 이상 많이 올랐다가 조정되고 있다"고 답을 대신했다. 이 의원은 이날 코로나19 경제위기 상황에서 기업 금융지원 등을 확대하는 내용의 재난안전기본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대표 발의했는데 같은 당 김진표·조정식·윤관석·박광온·전해철·박주민 의원 등 56명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의원은 이날 저녁엔 부산·경남(PK) 인사들과 만찬 자리를 가졌다. 당에선 이미 '친낙'(친이낙연)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의원이 언론사 정치부 기자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동교동계 출신 인사, 호남 기반 의원, 과거 손학규계로 함께 분류돼 가까웠던 정치인, 그리고 이 의원이 총선 때 후원회장을 맡은 초·재선 당선인과 이른바 신(新)친문계 일부 인사가 이 의원을 돕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의원이 당 대표 선거에 나오면 출마를 접고 돕겠다"고 한 송영길 의원은 김부겸 전 의원이 당권 도전을 시사하자 직접 전화를 걸어 "왜 나오려고 하시나"라면서 만류했다는 말도 들린다.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

여기에 친노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민정비서관을 지낸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원장 대행)과 송인배 전 정무비서관이 이 의원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는 소식도 정치권에서 돌고 있다. 다만 백 부원장과 송 전 비서관은 이에 대한 중앙일보의 물음에 답변하지 않았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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