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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도 서비스 업무는 여성이? 그래서 중성 목소리 들어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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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 알렉사, 어시스턴트, 코타나, 빅스비, 기가지니, 누구, 프렌즈, 미니... 널리 알려진 인공지능(AI) 비서 서비스만해도 이렇게 많습니다. 지난해 11월 아마존 음성AI '알렉사' 목소리에 감정까지 싣는다는 발표도 있었는데요. 이렇게 우리 삶은 AI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AI 비서는 여성 목소리로 기본 설정돼 있다는 점, 눈치채셨나요? 이름도 주로 여성에게 붙이는 이름을 사용합니다. '시리'는 노르웨이어로 '승리를 이끄는 미인'이자 일본어로는 '엉덩이'를 뜻한다고 합니다. 이 외에 알렉사, 코타나 그리고 휴머노이드 로봇 '소피아'도 여성 이름입니다.

기업들은 여성 목소리를 기본으로 택한 데에 다 이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2008년 미국 인디아나 대학의 칼 맥도먼 교수가 남녀 485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 모두 여성 목소리를 더 따뜻하게 느꼈다고 합니다. 국내 한 연구소의 고객 대상 테스트에서도 남성은 거의 다 여성 목소리를, 여성은 남성과 여성 목소리를 절반씩 선호해 대상자 75%가량이 여성 음성을 선호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사람들은 왜 여성 목소리를 선호할까요? 여성 음성이 덜 위협적이라서 그렇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영화〈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나 다른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위협적인 인물은 남성 AI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자궁에 있을 때부터 들었던 엄마, 즉 여성의 목소리에 인간 뇌가 더 잘 반응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반면 사회·문화적인 특성때문에 음성 AI가 자연스레 여성으로 표현됐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지금 음성 AI가 주로 하는 일인 고객 응대나 서비스업이 주로 여성이 해왔던 일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5월 유네스코(UNESCO)는 AI 비서 서비스에 여성 목소리를 사용하면 성에 대한 편견을 심어준다고 지적하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유네스코는 보고서에서 "여성 목소리를 사용하는 인공지능 음성비서가 여성은 맹목적으로 순종하는 도우미라는 편견을 주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공지능과 젠더를 연구하는 젠더혁신연구센터의 이혜숙 수석연구원은 "AI가 아이들에게 '서비스는 여자가 하는거구나'라는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며 "개발자들이 기술적 접근 외에도 사회문화적 감수성을 갖고 고정관념을 바꿀 수 있는 걸 만드는 게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젠더적 관점에서 인공 AI를 바라보는 시선 덕에 상황은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미국에서 AI기술에도 성평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단체 '이퀄 AI(Equal AI)'가 세계 최초로 성 정체성 없는 목소리 'Q'를 공개했습니다.

'이퀄 AI'는 네덜란드 광고 회사인 버추 노르딕과 덴마크 인권단체 코펜하겐 프라이드 등 여러 전문가들이 힘을 합해 개발했는데요. 145~175 헤르츠(Hz) 중성 음역대를 지닌 24명의 목소리를 녹음해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중성 목소리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Q'를 개발했다고 합니다. 이퀄 AI는 특정 직업에 대해 형성된 성별 고정관념을 완화하기 위해 기존 음성AI 목소리를 성 중립 목소리로 대체하자고 주장합니다.

AI가 우리 삶과 더욱 가까워질수록 여러 방면에서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중성 목소리 'Q'와 함께 AI 목소리가 왜 대부분 여성 목소리인지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정희윤·남수현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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