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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벗기는 것도 모자라 집단도살…밍크는 코로나가 밉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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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야생 밍크 [사진 pixabay]

야생 밍크 [사진 pixabay]

네덜란드에서 밍크가 사람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를 전염시켰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밍크가 대량 도살될 위기에 처했다. 밍크를 포함한 족제비과 동물은 코로나19에 대한 감수성이 비교적 높아 바이러스에 잘 걸리는 편이라고 한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9일(현지시간) “밍크가 인간에게 코로나19를 옮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수 만 마리의 밍크가 가스로 도살됐다”고 전했다. 당국은 검사를 통해 감염 위험이 있는 농장의 밍크는 살처분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상은 37만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밍크 살처분과 관련, 밍크의 집단 사육을 중단하라는 시위가 지난 8일 진행됐다. [로이터=연합뉴스]

네덜란드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밍크 살처분과 관련, 밍크의 집단 사육을 중단하라는 시위가 지난 8일 진행됐다. [로이터=연합뉴스]

'동물→인간' 감염 첫 사례일까 

지난 4월 농장에서 사육 중인 밍크의 감염 사례가 처음으로 보고됐다. 코에서 분비물이 나오거나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는 밍크도 있었지만, ‘무증상’ 밍크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밍크들은 다른 우리에서 분리 사육됐지만, 감염은 우리의 경계를 넘어 발생했다. 과학자들은 사료나 침구, 배설물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이동했다고 보고 있다. 네덜란드 연구진은 “농장 네 곳에서 최소 24마리의 밍크가 코로나19에 감염됐고 일부는 폐렴 증세를 보이고 죽었다”고 밝혔다.

문제는 농장에서 일하던 인부 2명이 감염되면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6일 “사람이 밍크로부터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보이는 사례가 나왔다”고 밝혔다. 밍크가 사람에게 옮긴 것이 확인된다면, ‘동물→인간’ 감염의 첫 사례다. 그동안은 ‘인간→동물’으로의 감염만 수차례 보고됐다. 이 가설을 뒷받침 할 연구 결과도 나왔다. 아르얀 스테게만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의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18일 논문 사전 출판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에게서 바이러스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밍크에게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지난 8일 동물권리 보호 단체 회원이 밍크의 탈을 쓰고 집단 사육을 멈추라는 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8일 동물권리 보호 단체 회원이 밍크의 탈을 쓰고 집단 사육을 멈추라는 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국제 학술지 네이처도 밍크가 농장 인부에게 코로나19를 옮긴 것을 네덜란드 연구진이 확인했다고 지난 1일 전했다. 농장 확진자의 몸에서 나온 바이러스 유전자가 다른 코로나 감염 환자보다 밍크에서 나온 바이러스와 더 유사했다는 것이다.

가을이 오면 밍크 사이에서 ‘2차 대유행’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밍크는 4~5월이 번식기인데 암컷 한 마리가 5~6마리의 새끼를 출산한다. 이후 11월 쯤 털과 가죽 등을 얻기 위해 밍크를 도축한다. 어미가 도축되고 나면 새끼는 젖을 먹지 못하게 되고, 급격히 면역력이 약해진다. 어미의 젖에 들어있는 항체가 면역을 지키는 역할을 하는데 이를 잃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에 취약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공장식 축산, 인수공통감염병 확산시킬 수 있어"

우리에 있는 밍크의 모습 [RTL NIEUWS 유튜브 캡쳐]

우리에 있는 밍크의 모습 [RTL NIEUWS 유튜브 캡쳐]

한편 이번 사태의 원인엔 밍크가 대규모로 밀집 사육되는 환경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그래도 밍크가 코로나19에 취약한 족제비과인데, 바이러스가 퍼지기 좋은 ‘공장식 사육’ 환경에 노출돼 더욱 문제가 심각해 진다는 주장이다. 네덜란드는 2013년 밍크 사육을 금지하고 2024년까지 밍크 농장을 완전히 없애기로 했지만, 아직 전국에 140여개의 밍크 농장이 남아있다. 연간 모피 수출 규모도 약 9000만 유로(약 1220억원)에 이른다.

국제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은 “수천 마리의 밍크를 불결하고 밀집된 환경에서 키우는 게 문제”라며 “공장식 축산은 그 자체로 잔인한데다, 특히 밍크 농장은 인수공통감염병을 확산시킬 잠재적 위험도 크다”고 밝혔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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