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안장원의 부동산노트]집부자 세금 23억→11억 된다, 증여·법인거래·임대 '3각 쪼개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코로나 등으로 아파트 매매거래가 크게 줄었지만 증여는 급증했다.

코로나 등으로 아파트 매매거래가 크게 줄었지만 증여는 급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도 주로 가족에게 무상으로 소유권을 넘겨는 주는 증여 붐이다. 단순한 증여가 아니다. 규제 완화의 틈새를 노린 다주택자의 ‘주택 쪼개기’다.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만 주택을 법인에 넘기는 사례와 임대주택 등록 증가도 이런 맥락이다. 코로나19 등으로 주택 거래시장이 위축됐지만 다주택자의 주택 포트폴리오 다시 짜기는 활발하다.

#종부세 강화, 공시가 급등으로 #다주택자 보유세 늘어나는데 #6월까지 양도세 중과 완화 #매도보다 '우회 보유'

갈수록 다주택자 보유세 부담이 커지는 마당에 마침 한시적으로나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느슨해지기 때문이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꺾이지 않은 가운데 매도보다 증여 등을 통해 우회적인 보유를 유지하는 것이다.

4월 증여 역대 최대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최근 통계인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가 1386건으로 2006년 집계 이후 같은 달 기준으로 가장 많다. 2006~19년 연평균(522건)의 2배가 넘는다. 부동산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매매 건수 대비 비율이 10%가량에서 4월엔 27%까지 올라갔다.

올해 들어 1~4월 누적 증여 건수가 535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891건)보다 38% 증가했다.

코로나19에 앞서 고가주택 대출 규제 등을 담은 지난해 12·16대책 영향까지 겹쳐 거래가 급감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증여가 더욱 늘었다. 4월 증여 건수(343건)가 매매 건수(384건)에 육박했다.

지난달 증여는 더 늘었다. 한국감정원 집계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법원 등기정보를 보면 지난달 아파트를 포함한 서울 집합건물 증여 건수가 1937건으로 4월(1686건)보다 15% 증가했다.

서울 아파트 전체 매매거래에서 1%도 되지 않던 개인→법인 거래가 올해 들어 1~4월 누적해 1.5%로 확 늘었다. 4월엔 1.85%였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줄었지만 증여 크게 늘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줄었지만 증여 크게 늘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정부는 "다주택자의 투기에 꽃길을 깔아줬다"는 비판을 받은 주택임대사업자 등록 혜택을 그동안 대폭 줄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임대사업자 등록이 늘었다. 올해 1분기(1~3월) 서울에서 등록한 임대주택이 1만8434가구로 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10~12월, 1만3464가구)보다 36.9% 증가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이런 통계의 배경엔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강화와 양도세 한시적 완화가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16대책에서 다주택자 종부세 세율을 대폭 올리고 2주택자의 세부담상한(전년 대비 세금 증가 한도)을 높이기로 했다. 상반기 국회에서 법 처리가 되지 못해 올해 시행하지는 못하지만 올해 아파트 공시가격이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많이 오르면서 종부세 변화에 상관없이 보유세가 대폭 늘어난다.

정부는 12·16대책에서 다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6월 말까지 팔 경우 양도세 중과(세율 10~20%포인트 가산)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일반세율(6~42%)이고 보유 기간 3년 이상에 주는 세금 감면 혜택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해준다.

증여는 주택 수를 줄여 보유세를 낮추고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다. 배우자에게 증여하면 6억원까지 증여세가 없다. 대개 전세보증금을 끼워 넘기는 부담부증여를 통해 자녀에게 많이 증여한다. 전세보증금은 증여하는 사람에겐 이익이고 증여받는 입장에선 채무다. 증여하는 사람은 부담부증여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고 양도하는 셈이어서 양도세를 내야 한다. 부담부증여는 실제 증여액을 줄여 증여세를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중과할 경우 부담부증여의 양도세가 만만찮기 때문에 2018년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기 전에도 증여가 급증했다. 그해 3월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가 2187건으로 월간 단위로 가장 많았다.

증여를 거치면 나중에 매도할 경우 양도세도 아낄 수 있다. 본인 소유 주택 수가 줄어 중과를 피하고 양도차익이 여러 채로 나뉘기 때문이다.

과거엔 다주택자가 주택보다 현금을 많이 증여했지만 집값이 급등하면서 주택 증여를 선호한다. 주택 구매 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 거액을 증여해야 하고 이럴 경우 자금 출처 등의 조사가 뒤따른다. 그냥 가진 집을 증여하는 게 편한 셈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주택자가 주택 수를 줄이는 방안으로 부동산 매매업 법인 설립이 관심을 끌었다. 양도세 중과 완화 동안 본인이 설립한 법인에 중과를 피해 주택을 넘기는 것이다. 나중에 법인이 팔 경우 법인세가 주택 양도세보다 훨씬 적다. 세율이 최고 30% 정도다. 주택은 최고 62%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8년 12월 부동산 매매업 법인 설립이 지난해 12월 3만3000건으로 급증했다.

보유세

보유세

공시가격이 6억원 이하인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보유세를 비롯해 양도세 등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이 있다. 새로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는 데는 세제 혜택이 별로 남아있지 않지만 기존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종부세 계산에서 제외되고 나중에 팔 때 양도세 감면을 받는다. 다주택자가 올해 공시가격이 급등해 보유세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일부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한다.

다주택자가 양도세 중과 완화를 이용해 매도보다 최대한 주택을 유지하는 방향을 찾아나선 것이다.

나눌수록 세금 가벼워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주택을 쪼개면 절세 효과가 상당하다. 김종필 세무사의 도움을 받아 4주택자를 대상으로 세금을 모의계산해봤다. 집값이 10년 전 취득가격 45억원이었고 현재 시세 75억원(공시가격 57억원), 5년 후 매도가격 98억원으로 추정했다. 4주택자가 주택1을 배우자에게 일부 증여(6억원)하고 주택2는 자녀에게 부담부 증여한다. 주택3을 법인에 넘기고 공시가격 6억원 이하인 주택4를 임대주택으로 등록한다.

주택 4채를 모두 갖고 있을 경우 앞으로 5년간 보유세가 7억원 정도이고 5년 뒤 매각 때 양도세가 16억원으로 세금이 총 23억원가량이다.

4채를 증여 등으로 나누면 5년 보유세 2억5000만원을 포함해 양도세까지 총 세금이 11억원으로 세금을 12억원 정도인 절반이나 줄일 수 있다.

앞으로 증여와 법인 거래, 임대주택 등록이 한풀 꺾일 전망이다. 보유세 부과 기준 시점이 6월 1일이어서 6월 1일 이후 증여하면 주택 수 감소에 따른 보유세 계산이 내년부터 적용된다. 7월부터 다시 양도세 중과가 살아나기 때문에 부담부 증여와 법인 매도의 양도세 부담이 커진다.

당초 정부가 12·16대책에서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풀며 예상한 매물 증가와 집값 하락이 기대치에 못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서울에 다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한 아파트가 12만8000가구 정도 된다"고 말했다. 올해 1월부터 지금까지 매매거래된 아파트가 1만가구도 되지 않는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