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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방 소년' 숨지게한 계모, 살인죄 적용 않고 오늘 檢송치

중앙일보

입력

9살 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40대 계모의 신병이 검찰에 넘겨진다.

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계모가 지난 3일 오후 영장실짐심사를 받기 위해 천안동남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JTBC 이우재 기자

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계모가 지난 3일 오후 영장실짐심사를 받기 위해 천안동남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JTBC 이우재 기자

 10일 충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 학대치사 혐의로 구속된 A씨(43·여)를 기소 의견으로 대전지검 천안지청에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 사건발생 9일만인 10일 검찰 송치 #아동학대치사 혐의 적용, 최대 무기징역 #숨진 아이 친부 소환 별건으로 수사진행

 경찰은 A씨에 대해 살인 혐의 전환을 검토했지만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 기존대로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학대치사죄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형, 살인죄는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A씨는 지난 1일 오후 1시쯤부터 7시간가량 충남 천안시 서북구 백석동의 한 아파트에서 함께 살던 B군(9)을 여행가방에 감금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게 한 뒤 이틀 후인 3일 숨지게 한 혐의다.

지난 1일 오후 충남 천안시 서북구의 아파트에서 계모에 의해 여행가방에 갇혔다가 의식을 잃은 9살 아이가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오후 충남 천안시 서북구의 아파트에서 계모에 의해 여행가방에 갇혔다가 의식을 잃은 9살 아이가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A씨는 B군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가로 50㎝·세로 70㎝ 크기의 여행가방에 들어가게 한 뒤 용변을 보다 이보다 작은 가로 44㎝·세로 60㎝ 크기의 가방에 다시 가둔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1일 오후 7시25분쯤 가방에 가둔 B군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119에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신고했다.

 출동한 119구급대가 아파트에 도착했을 당시 B군은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119구급대에 의해 심폐소생술(CPR)을 하며 대학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던 B군은 3일 오후 6시30분쯤 숨을 거뒀다. 조사 결과 A씨는 B군을 가방에 가둔 뒤 3시간 정도 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B군을 치료한 의료진은 가방 안에서 산소가 부족해 의식을 잃은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분소에서 이뤄진 B군에 대한 부검에서도 “질식 때문에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구두 소견이 나왔다.

지난 5일 오후 충남 천안 백석동에서 계모에 의해 여행용 가방에 갇혀 지난 3일 숨진 9살 초등학생이 다녔던 초등학교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어린이가 추모를 하고 있다. 뉴

지난 5일 오후 충남 천안 백석동에서 계모에 의해 여행용 가방에 갇혀 지난 3일 숨진 9살 초등학생이 다녔던 초등학교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어린이가 추모를 하고 있다. 뉴

 B군은 어린이날인 지난달 5일 머리를 다쳐 집 근처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당시 치료를 맡았던 의료진이 폭력을 의심해 보고했고, 병원에서 회의를 거쳐 이틀 뒤인 7일 경찰에 관련 내용을 신고했다. 의료진은 가정폭력이나 학대 등이 의심되면 경찰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부검이 진행된 지난 5일 오후 B군이 다니던 초등학교에는 조그만 추모공간이 마련됐다. 학교 측은 ‘학교위기관리위원회’를 열고 정문 안쪽에 B군을 추모할 수 있도록 별도의 공간을 설치하도록 결정했다. 사건 발생 직후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지원단은 학교 측에 이런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B군이 살던 아파트 상가 건물에도 추모 공간이 만들어졌다. 주민들은 작은 메모지와 편지지에 아이를 추모하는 글을 남겼다. 한 주민은 ‘네가 하늘로 올라갔단 소식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썼다. B군의 장례식은 지난 7일 경기도의 한 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지난 5일 충남 천안 백석동에 위치한 아파트 상가건물에 여행용 가방에 갇혀 지난 3일 숨진 9살 초등학생을 추모하는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뉴스1

지난 5일 충남 천안 백석동에 위치한 아파트 상가건물에 여행용 가방에 갇혀 지난 3일 숨진 9살 초등학생을 추모하는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뉴스1

 경찰은 A씨를 검찰에 송치한 뒤 B군의 친부 C씨(42)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 1일 사건이 발생한 뒤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던 C씨는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뒤 별건으로 C씨를 불러 본격적으로 수사할 예정”이라며 “C씨에게 아동학대 및 방조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천안·홍성=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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