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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쉼터 소장’ 비극…안타깝지만 수사 유야무야 안 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 소장 A씨가 6일 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언제나 자신보다 할머니가 우선이었다”는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의 말처럼 16년 동안 위안부 할머니들의 동지이자 벗, 딸처럼 살아 온 A소장의 죽음은 황망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급작스러운 A씨 사망은 정의연의 기부금 회계 누락 등의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발생했다. 마포 쉼터 역시 지난달 21일 압수수색을 받았다. 당시 정의연 측은 “자료를 임의제출하기로 합의했는데도 검찰이 과잉수사를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검찰은 “정의연 변호사 측이 제출을 거부해 부득이 압수수색을 집행했다”고 반박했지만, 정의연 측은 “사실이 아니다”며 갈등을 이어 왔다.

그런 만큼 A소장의 비보에 시민들의 시선이 검찰에 쏠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정의연 측은 “압수수색 후 A소장이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은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면서도 “고인을 조사한 사실도 없고, 조사를 위한 출석 요구를 한 사실도 없다”는 입장을 냈다. 실제 상황이 어땠는지에 대해 검찰도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야 하겠다.

그렇다고 진행 중인 수사가 유야무야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지난달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 이후 정의연이 그동안 불투명한 회계로 할머니들에게 쓰여야 할 기부금을 뒤로 빼돌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졌다. 시민들의 실망과 불신도 눈덩이처럼 커졌다.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정의연 전 이사장,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몇 차례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핵심적인 의혹에 대해선 제대로 소명하지 못했다. 오히려 검찰 수사에 대비한다며 자료를 공개하는 것도 거부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21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됐다. 윤 의원은 회기 중 체포되지 않는 특권을 누리게 됐다.

정의연 측은 입장문을 통해 “고인을 위해서라도 불필요한 관심과 억측을 멈춰 달라”고 요청했다. 달아오른 취재 경쟁이 의혹의 본질과 관련 없는 위안부 할머니들이나 운동에 헌신해 온 사람들까지 힘들게 한다면 언론은 보다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그럴수록 진실을 밝혀야 하는 검찰의 책임은 더 커진다.

검찰은 “경위를 확인 중에 있다”면서도 “흔들림 없이 신속한 진상 규명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의혹을 계기로 30년 위안부 운동의 정당성을 부인하는 시도까지 벌어지는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서라도 검찰은 자신의 진상 규명 다짐을 지켜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