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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당권 도전하려는 이낙연·김부겸·홍영표의 '동상삼몽'

중앙일보

입력

“뛰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사람은 없지만,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들의 발걸음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당권 도전을 기정사실화하면서 홍영표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도 분주해졌다. 아직 민주당 내에서 ‘이낙연 대망론’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1등(당대표)을 못하면 최고위원이라도 될 수 있는 미래통합당 방식과 달리, 민주당 전당대회 룰은 "당권 도전 실패면 그걸로 평당원"이다. 득실 계산과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넓은 보폭으로 잰걸음을 하는 것은 이 위원장이다. 지난 3일부터 충북 청주를 필두로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이하 위원회)의 전국 순회 간담회를 통해 이 위원장은 민주당 소속의 광역단체장과 지역구 의원들을 만나고 있다. 지역별 실태 점검이라는 취지지만 당내에선 “본격 당권 행보에 나선 것”(충청권 의원)이라는 말이 나온다. 당권 도전의 명분도 스스로 “위기극복”(지난달 28일)이라고 말해왔다. 이 위원장은 7일 윤영찬·양기대 의원 등 언론인 출신 의원들과도 만나는 등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이 위원장의 움직임이 빠른 건 그가 전당대회 1등에만 목표를 두는 건 아니라는 분석이다. 민주당의 한 전략통 의원은 “이 위원장으로선 압승해야 당 조직 전반을 큰 저항 없이 접수할 수 있다고 파악하는 듯싶다”고 전했다.

5·18 민주화운동 40주기인 지난달 18일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 분향하고 있다. [뉴스1]

5·18 민주화운동 40주기인 지난달 18일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 분향하고 있다. [뉴스1]

여기에 ‘대권 주자 전대 출마 불가론’도 이 위원장으로선 다소 부담스러운 요소다. 지난 3일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 정례회의에선 참석자 상당수가 대선 주자의 전당대회 출마에 부정적 의견을 표출했다고 한다. 이 모임에 속한 한 3선 의원은 “위기 극복을 위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할 시기에 전당대회가 대권 전초전 성격을 띠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김두관 의원도 지난 5일 페이스북에 “대권 주자가 7개월짜리 당권에 나서는 것도 당 운영의 원칙과 책임, 그리고 우리에게 닥친 엄중한 책임을 생각할 때 우리의 선택지는 아닌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

김부겸 전 의원은 최근 2주 이상 언론과의 접촉을 끊고 있지만,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의 만남, 정세균 총리 주재 영남권 낙선자 위로연 참석 등으로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이번 주엔 우원식 의원 등 당권 주자들과 연쇄적으로 회동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김 전 의원 도전이 유의미한 결과로 남으려면 최소한 영남권에서는 이 위원장보다 높은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김 전 의원이 전당대회를 해볼 만한 게임으로 만드는 복안은 대권 도전을 포기하는 건데, 그건 자칫 강성 지지층의 이탈을 불러올 수 있어 쉽사리 선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오른쪽)과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1대 국회 첫 본회의 전 대화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홍영표 민주당 의원(오른쪽)과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1대 국회 첫 본회의 전 대화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반면 대권에 관심이 없는 홍영표 의원은 ‘대권 주자 불가론’을 적극적으로 설파하고 있다. 지난 2일 JTBC에 이어 5일 연합뉴스 TV에 나온 홍 의원은 “과거 당권과 대권이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후보가 당내 줄 세우기를 하고 사당화하고 자기 자신을 위한 대선(경선) 룰을 만들고 하는 부작용이 있었다”며 “당내 상당한 다수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을 찾아 당권 완주 의사를 밝히며 이런저런 의견을 교환했다는 홍 의원은 이재명 경기지사 등 장외 잠룡군들을 연쇄적으로 접촉할 계획이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홍 의원은 당권 도전이 처음이라 두 대권 주자에 밀려도 경험과 조직이 차기를 위한 자산으로 남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격차가 크다면 완주에서 입는 실이 득보다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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