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광우병 확산 방지대책 비상

중앙일보

입력

프랑스가 14일 광우병 안전조치를 발표하고 이탈리아가 조만간 광우병 대책을 시행키로 하는 등 유럽연합(EU) 각국이 광우병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는 14일 국민들의 광우병(BSE) 확산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동물성 사료를 소 뿐만 아니라 돼지 닭 등 다른 가축에게도 사용치 않는 것을 포함한 일련의 새 조치들을 발표했다.

조스팽 총리는 소비자들에게 최대한의 안전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동물성 사료 불사용 범위 확산 ▲가축 검시원 추가 고용 ▲도살장 규제 강화▲광우병 검사 실험 프로그램 시한 연장 조치 등 7개 항의 광우병 대책을 내놨다.

이번 조치는 국내 3개 슈퍼마켓 체인들이 광우병에 감염된 암소 고기를 판매했음을 시인한 뒤 국민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알폰소 페코라로 스카니오 이탈리아 농업장관은 14일 광우병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완화시키기 위해 쇠고기 제품 원산지 표시 의무화를 포함한 새로운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또 로마와 밀라노, 피렌체, 제노바 등 많은 도시들은 예방조치로 학교급식에서 쇠고기를 제외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에에서는 몇년전 영국에서 수입된 2마리의 소에서 광우병이 발견된 것 외에는 광우병이 문제가 된 적이 없으나 많은 양의 쇠고기가 프랑스에서 수입되는데다 최근 프랑스에서 광우병 환자가 증가하면서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스카니오 장관은 "EU 전체가 동물성 사료를 금지해야 하며 가축에 문제가 있을 경우 국가간 동물 교역을 중단해야 한다"며 "EU 가축상임위원회가 이런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국내 수의학계의 권고에 따라 24개월 이상된 프랑스산 가축의 수입을 금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움베르토 베로네시 보건장관도 이날 "스테이크 등에 쓰이는 근육 부분은 광우병과 관계가 없다"며 "뼈를 발라낸 고기만 수입하는 방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디스 해치미찰리스 그리스 농업차관은 이날 한 TV 인터뷰에서 "그리스는 EU당국에 광우병 확산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조치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중보건과 그리스 소비자 보호가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비용에 관계없이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가축상임위원회에서 광우병 확산을 막기 위한 엄격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축과 관련한 EU 집행위원회 최고 자문기관인 가축상임위원회는 14일부터 브뤼셀에서 회의를 갖고 EU 집행위원회가 내놓은 가축검사 확대 제안과 동물성 사료의 안전 여부 등 광우병 문제에 대해 폭넓게 논의한다.

15개 EU 회원국의 가축전문가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유럽의 광우병 문제를 전반적으로 평가하고 스페인 등 일부 국가들이 일방적으로 취한 수입금지 조치 등에 대한 위원회의 의견을 내놓을 예정이다.

또 일정 나이 이상의 모든 소에 대해 종합적인 광우병 검사를 하자는 EU 집행위원회의 제안에 대해서도 논의해 시행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한편 영국에서는 동물성 사료(MBM) 를 가축에 사용하는 것이 금지된 지 4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상당량의 동물성 사료가 창고에 쌓여있는 것으로 알려져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영국 환경청에 따르면 아직도 46만t의 동물성 사료가 소각되지 않은 채 전국 수십개 창고에 쌓여있다. 환경보호론자들은 이에 대해 광우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이 창고에서 주변으로 퍼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동물성 사료의 처리가 늦어지고 있는 것은 이를 안전하게 소각할 수 있는 소각시설이 4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이 동물사료가 안전하게 보관돼 있는 것으로 확신하고 있으며 가능한 한 빨리 소각처리할 계획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